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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오지 탈출·필수의료 공백 해소”… 강원의 미래 디자인 [지방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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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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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싱크탱크’ 강원연구원

경제·사회·복지·문화 발전전략 세워
교통망 총력… 6년간 6개 예타 통과
홍천~용문 광역철도 사업 핵심 역할

병원 부족으로 도민 29% 외지 입원
공공의료 인프라 제고안 道에 전달
인구소멸 경고지수 개발, 대응 나서

강원도는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두 번째로 면적이 넓지만 그간 부족한 교통 기반시설로 불편을 겪어왔다. 오랜 시간 교통망 확충을 위해 공을 들였음에도 낮은 인구밀도와 험난한 지형에 따른 높은 공사비로 경제성 논리에 막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최근 고속도로와 광역철도망 구축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2월 삼척에서 강릉을 잇는 동해선 철도 고속화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를 통과했고, 지난해 말에는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철도가 없는 홍천에서 경기 양평 용문까지 연결되는 광역철도 사업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영월과 삼척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등 차량용 도로도 닦일 예정이다.

 

변화 움직임은 도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강원연구원에서 시작됐다. 연구원은 자체적인 기초연구를 통해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고 숙원 사업들이 중요 관문인 예타를 통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논리를 개발했다. 장·단기 대응책을 만들어 도에 제시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 예타 본격 지원… 6개 통과

20일 강원도에 따르면 도 출자·출연기관인 강원연구원은 1994년 강원개발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전국 17개 시·도 산하 연구원 중 6번째로 설립됐다. 경제·사회·복지·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친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과 지역경제 진흥, 도민 삶의 질 제고가 목표다. 강원연구원은 ‘창의적인 연구로 주도적인 지역발전 모델 제시’를 미션으로, ‘강원을 디자인하는 크리에이터’를 비전으로 내걸고 있다.

연구원은 공익·전문성·유용성을 핵심 가치로 △강원도 국정과제 추진 및 특례 법제화 지원 △지역소멸 및 인구정책 연구 강화 △현장 체감 연구정책 강화를 3대 연구방향으로 설정했다. 2017년 현재의 기관명으로 변경했고 탄광지역발전지원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경제분석·공공평가센터, 환경영향평가센터 등 부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원이 강원도 숙원 사업인 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무렵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1999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도입된 예타 제도는 비수도권에서는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됐다. 그러나 2019년 정부가 경제성 위주 예타 제도를 다변화해 지역균형발전과 정책성 분석 비중을 확대하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도 정책 싱크탱크인 연구원의 역할이 중요해진 셈이다.

연구원이 핵심적 역할을 한 대표 사례는 용문~홍천 광역철도 사업이다. 연구원은 휴대전화 기지국 자료와 내비게이션 이용량을 바탕으로 기존 수요예측에서 이 구간 통행량이 과소 추정됐다는 점을 입증했다. 아울러 추가 분석을 통해 광역철도 개통 시 주변 지역과 연계한 통행량이 증가하고 상호교류가 확대된다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관련 연구보고만 6건에 달한다. 그간 이용량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예타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연구원의 분석에 논리가 더해지면서 사업 추진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착공 예정인 춘천 서면대교 예타 통과에도 연구원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연구원은 다양한 정책지표를 통해 서면대교가 뚫리면 사람들이 얼마나 덜 돌아가게 되는지와 접근성이 얼마나 높아지는지를 정량적 수치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교가 완성되면 춘천 서면에서 도심까지 차량 이동거리는 기존 9.7㎞에서 3.6㎞로 줄고, 이동시간은 17분에서 7분으로 대폭 단축된다. 도심 교통량 분산과 접근성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강원 화천군에서 경기 포천시를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터널인 광덕터널은 안전을 강조한 사례다. 현재는 해발 1046m 광덕산을 끼고 있는 지방도를 이용하는데 좁고 구불구불해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해당 구간 교통사고 빈도는 전국 지방도 평균보다 8배, 부상자는 무려 13배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연구원은 지역균형발전과 교통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집중 부각했고 지난해 3월 타당성 재조사를 통과했다. 터널이 완공되면 통행시간은 26분에서 5분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위험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필수의료·지역소멸 해법 등 정책 밑그림

연구원은 지역의 핵심 해결과제 중 하나인 필수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도 오랜 기간 연구를 수행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강원도 18개 시·군 주민의 내과·외과·정형외과·산부인과 입원 건수는 21만7001건이다. 이 가운데 6만3661건이 다른 시·군으로 이동해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민 29.3%가 도외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은 셈이다. 진료과목별로는 외과가 44.5%로 가장 높았고 이어 산부인과 43.8%, 정형외과 29.8%, 내과 25.1% 순이었다.

수술과 분만 같은 필수 의료분야에서 지역 내 진료 기능이 충분하게 수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한 연구원은 공공 의료시설 활용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진료권 재조정과 공공병원의 진료 포괄성 증대를 제시했다. 진료권 재조정은 실제 의료이용 흐름과 생활권을 반영해 진료권역을 기존 6개에서 4개로 재편하고 지역별 핵심 의료거점을 중심으로 의료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외지로 떠나는 환자의 45.3%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원 추산이다.

공공의료기관 진료 포괄성 증대는 중증 환자 진료, 수술·입원 치료 등 포괄적인 2차 진료 기능을 강화해 지역 내 필수의료 제공 역량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지역의료기관이 지역 의료체계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협력체계를 강화해 의료서비스 완결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런 내용이 담긴 ‘공공의료 인프라 효율성 제고 정책방안’ 보고서는 도에 전달됐다.

연구원은 소멸경고지수를 자체 개발해 강원지역 187개 읍·면·동의 인구소멸 실태를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도출했다. 아울러 도 전·출입 통계조회 시스템을 구축해 과학적 인구 정책 수립 기반을 마련했다. 강원도 종합계획 수립, 미래산업 글로벌도시 개발 종합계획 등 최상위 정책의 큰 그림도 모두 강원연구원 작품이다.

유승각 강원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강원도가 마주한 구조적 과제는 단편적 처방으로 풀리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유 실장은 “누적된 통계, 현장 목소리, 실증 기반 정책 설계가 동시에 작동해야 변화가 시작된다”며 “이런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곳이 바로 강원연구원”이라고 강조했다.

 

◆ “나눠먹기 정책 아닌 선택과 집중 나서야” 배상근 연구원장

 

“강원도가 발전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수입니다.”

 

배상근(사진) 강원연구원장은 경제구조와 재정이 취약한 강원도의 경우 ‘나눠먹기 방식’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 원장은 20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도내 대도시인 춘천·원주·강릉으로 예산 등을 삼분할하는 정책이나 18개 시·군에 골고루 나누어주려는 정책으로는 경쟁력이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굵직한 정책과 재정은 경쟁력 있는 지역에 집중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택과 집중은 기초지자체가 예산을 집행할 때도 마찬가지”라며 “연구원은 지자체들이 효율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 원장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입안을 주문한다. 그는 취임 후 강원지역 18개 시·군을 돌며 정책지원관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역 맞춤형 정책을 논의했다. 연구원장이 모든 기초자치단체를 찾아 정책을 협의한 것은 강원연구원 개원 이래 처음이다. 원장이 솔선수범하자 연구원들도 현장 중심의 연구를 늘리기 시작했다.

 

배 원장은 지역별 배정 연구원을 기존 1명에서 2~3명으로 늘렸다. 도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정책을 밀착 발굴하자는 취지에서다. 연구원이 도민들에게 아이디어를 제안받는 ‘반짝 아이디어 공모전’도 이런 시도 중 하나다. 연구원은 눈이 오면 배송이 끊기는 지역이 많은 특성을 고려해 제설차 이동경로와 생활물류 시스템을 연계한 배달 아이디어 등 11건을 도민들로부터 직접 발굴했다.

 

지역소멸 문제와 관련해 배 원장은 살고 싶은 강원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교통, 주거, 문화, 복지, 교육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일에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들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9월이면 취임 1년을 맞는 배 원장은 그간 쉴 틈 없이 달려왔다고 했다. 배 원장은 “취임 후 연구원을 살펴보니 내부적으로 수많은 갈등과 외부 감사 등으로 사분오열돼 있었고 직원들 의욕과 사기도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며 “즉각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을 만나 내부 화합을 위한 소통에 나섰고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적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앞으로는 강원도 미래를 위해 집중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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