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권 발급 및 시민권 획득 쉽게”
경제·안보 허약 몰도바에 치명타 될 수도
동유럽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위치한 몰도바는 과거 소련(현 러시아) 연방을 구성했던 15개 소비에트 공화국 가운데 하나다. 1991년 소련 해체와 더불어 독립했으나 취약한 경제 기반 탓에 동유럽 다른 국가들과 달리 유럽연합(EU)의 일원이 되지 못했다. 특히 몰도바 동쪽 지역은 러시아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데, 러시아도 바로 이 점을 악용해 몰도바 안보를 위협하는 중이다.
16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몰도바 동부 트란스니스트리아 주민들의 러시아 여권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0년대 들어 몰도바가 독립할 당시 국제사회에 의해 몰도바 영토로 인정됐다. 하지만 러시아계 주민이 많고 친(親)러시아 성향이 강한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몰도바 합류를 거부하며 독립을 선포함에 따라 몰도바와 트란스니스트리아 간에 내전이 벌어졌다.
오늘날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독립국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다만 이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몰도바 중앙 정부는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일종의 자치국으로 간주한다. 러시아는 트란스니스트리아에 거주하는 러시아계 주민 보호 명목으로 1500명 규모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푸틴의 이번 여권 발급 절차 간소화 조치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주민들을 사실상 러시아 국민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통상 외국인이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려면 러시아에 5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 정부가 공표한 법령에 따라 트란스니스트리아 주민들은 18세가 되면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않고도 러시아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정부를 자처하는 분리주의 운동 지도부는 “우리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환영했다.
dpa 통신은 트란스니스트리아 주민 약 45만500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깝거나 또는 그 이상인 20만~25만명이 이미 러시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크레믈궁의 발표에 대해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에선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자국 영향권에 복속시키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젤렌스키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주민들이 쉽게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면 곧 러시아군에 입대해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전쟁에 동원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의 현 상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부당하게 영토를 확장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란 지적을 쏟아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름(크림)반도를 침략해 점령한 뒤 괴뢰 국가를 세웠다. 애초 독립을 선포했던 이 나라는 얼마 뒤 주민들에게 러시아로의 편입 여부를 묻는 국민 투표 절차를 거쳐 결국 러시아의 일부가 되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도 똑같은 방식을 통해 분리주의 지역인 도네츠크·루한스크 두 주(州)가 러시아 영토에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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