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장 안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따로 설명하는 전시장이 생기고, 텀블러를 고르고 꾸미는 팝업 공간 앞에는 젊은 고객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친환경 소비가 구호를 넘어 구매 현장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흐름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17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녹색구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공공기관 녹색제품 구매액은 4조5755억원으로 집계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운영하는 탄소중립포인트제 참여 국민도 2024년 말 기준 180만명을 넘어섰다.
텀블러 이용, 친환경제품 구매, 전자영수증 발급처럼 일상 소비와 맞닿은 행동이 제도권 보상 항목으로 들어오면서 유통업계의 ESG 전략도 매장 중심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L&C의 직영 전시장 ‘스튜디오 H’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녹색매장’으로 지정받았다.
녹색매장 지정제도는 녹색제품의 환경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매장을 환경친화적으로 운영하는 곳을 정부가 지정하는 제도다. 녹색제품은 환경표지인증, 우수재활용(GR)인증, 저탄소인증 등을 받은 제품을 말한다.
스튜디오 H는 벽지, 바닥재, 인테리어필름 등 70여 종의 녹색제품을 전시·판매한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재 구성과 구조, 환경 특성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한 점을 인정받았다.
특히 현대L&C의 ‘재활용 PET 가구용 데커레이션 시트’는 재활용 가구용 필름 분야에서 우수재활용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버려지는 소재를 다시 실내 마감재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친환경 소비가 생활공간 선택으로 확장된 사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8일부터 ‘텀블러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 텀블러를 전면에 내세운 대형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는 커피 소비 증가, 러닝·등산 인구 확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맞물리며 기획됐다. 텀블러가 단순한 대체용품을 넘어 색상, 크기, 브랜드, 사용 상황을 고르는 취향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는 판단이다.
잠실 롯데월드몰 1층 아트리움 광장에서는 오는 19일까지 프리미엄 텀블러 브랜드 ‘하이드로 플라스크’ 메가 팝업이 열린다. 하이드로 플라스크는 미국 오리건에서 시작한 아웃도어 브랜드로, 보온 성능과 내구성, 다양한 색상 제품군을 앞세워 2030 소비자를 공략해왔다.
이번 팝업에서는 200㎖ 용량의 초소형 제품 ‘마이크로 하이드로’ 11종이 공개된다. 러닝이나 산책, 짧은 외출처럼 큰 물병이 부담스러운 상황에 맞춘 제품이다. 텀블러 하나를 오래 쓰는 방식에서, 용도별로 나눠 쓰는 소비로 흐름이 넓어진 셈이다.
롯데백화점은 현장에 ‘텀꾸존’도 마련했다. 고객은 액세서리와 스티커를 활용해 텀블러를 꾸밀 수 있고, 팝업 구매 고객은 각인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텀블러 용량을 의미하는 ‘6.7초’를 정확히 맞히는 스톱워치 이벤트, 빈백 안에 텀블러를 던져 넣는 빈백 토스 이벤트도 운영된다. 친환경 메시지를 앞세우기보다, 고객이 먼저 만지고 고르고 참여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친환경 소비는 더 이상 ‘좋은 일’이라는 설명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격, 디자인, 접근성, 재미가 함께 있어야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
백화점 업계의 이번 움직임은 ESG가 보고서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 가깝다. 한쪽에서는 녹색제품의 정보를 보여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텀블러를 생활 소품처럼 경험하게 한다. 소비자는 매장 안에서 제품을 고르고, 손에 들어보고, 자신의 생활에 맞는지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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