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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도 안 나던 민둥산이 ‘신의 물방울’로...몽라셰의 기적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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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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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그랑주르 드 부르고뉴를 가다 ③몽라셰>

 

퓔리니·샤샤뉴 붙어있지만 스타일 달라

 

‘직선적’ 퓔리니 vs ‘풍만한’ 샤샤뉴

 

세계 최고의 화이트 산지로 명성

 

마르키 드 라기슈 (Marquis de Laguiche) 가문 쇼유 그랑크뤼 몽라셰. 언덕 위쪽이 슈발리에 몽라셰 포도밭. 최현태 기자
마르키 드 라기슈 (Marquis de Laguiche) 가문 쇼유 그랑크뤼 몽라셰. 언덕 위쪽이 슈발리에 몽라셰 포도밭. 최현태 기자

꼬뜨 드 본 남단에는 그랑크뤼 코르통 샤를마뉴보다 더 유명하고 비싸며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과 수집가들의 종착지로 불리는 두 마을 샤샤뉴 몽라셰(Chassagne-Montrachet)와 퓔리니 몽라셰(Puligny-Montrachet)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두 마을은 샤르도네 품종을 완벽하게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직선적이고 정밀한 ‘퓔리니’와 풍만하고 강인한 ‘샤샤뉴’ 두 마을의 경계는 불과 수 미터에 불과하지만, 토양의 성분과 지질학적 구조는 와인의 캐릭터를 극명하게 가를 정도로 다릅니다.

 

퓔리니 몽라셰 포도밭.  CIVB
퓔리니 몽라셰 포도밭.  CIVB

◆세계 최고 샤르도네

 

코르통 샤를마뉴는 58ha로 단일 그랑크뤼 치고는 밭이 매우 커 연간 생산량이 30만 병에 달합니다. 하지만 퓔리니 몽라셰와 샤샤뉴 몽라셰의 그랑크뤼 5곳의 생산량은 연간 10만 병 수준입니다. 특히 샤샤뉴 몽라셰와 퓔리니 몽라셰에 걸쳐 있는 그랑크뤼 몽라셰는 연간 2만 병에 불과합니다. 로마네꽁티를 생산하는 도멘 드 라 로마네콩띠(DRC) 몽라셰는 수천만 원을 호가할 정도입니다. 프리미에 크뤼와 빌라쥐급은 약 310만 병 수준입니다.

 

그랑크뤼 5개는 몽라셰(Montrachet), 바타르 몽라셰(Bâtard-Montrachet), 슈발리에 몽라셰(Chevalier-Montrachet/퓔리니), 비앙브뉘 바타르 몽라셰(Bienvenues-Bâtard-Montrachet/퓔리니), 크리오 바타르 몽라셰(Criots-Bâtard-Montrachet/샤샤뉴)입니다. 몽라셰와 바타르 몽라셰는 두 마을이 공유합니다.

 

샤샤뉴 몽라셰 마을. BIVB
샤샤뉴 몽라셰 마을. BIVB

재미있는 것은 두 마을은 원래 뒤에 몽라셰가 붙지 않았고 퓔리니와 샤샤뉴였습니다. 19세기 중반, 부르고뉴의 마을들은 마케팅 효과를 위해 마을 내에서 가장 유명한 포도밭 이름을 마을 이름 뒤에 덧붙이기 시작했고, 두 마을도 유명한 몽라셰를 뒤에 붙였습니다. 퓔리니는 1879년, 샤샤뉴는 1873년 공식적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몽라셰 밭 자체가 두 마을의 경계에 걸쳐 있었기 때문에 두 마을 모두 이 이름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풀이 나지 않는 척박한 민둥산’이란 뜻을 지닌 몽라셰라는 하나의 언덕을 공유하는 이 형제 마을은 미세한 테루아의 차이로 완전히 다른 개성의 화이트 와인을 탄생시키며 세계 최고 프리미엄 와인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퓔리니 몽라셰 AOC. BIVB
퓔리니 몽라셰 AOC. BIVB

◆퓔리니 몽라셰

 

북쪽 퓔리니 몽라셰는 석회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점토질이 적은 토양입니다. 이에 따라 와인은 날카로운 산미와 입안을 찌르는 듯한 강렬한 미네랄리티(부싯돌, 석회 풍미)가 특징입니다. 산사나무꽃, 아카시아, 잘 익은 포도, 마지팬, 헤이즐넛, 앰버, 레몬그라스, 풋사과가 어우러지며 버터와 갓 구운 크루아상, 입안을 찌르는 듯한 강렬한 부싯돌 미네랄 풍미가 특징입니다. 숙성되면 꿀 향도 나타납니다. 극도의 우아함과 칼로 재단한 듯한 정밀함을 자랑합니다.

 

풍미와 구조감은 섬세한 조화를 이루고 뛰어난 농축미를 동시에 갖췄습니다. 소스를 곁들인 가금류 요리, 버섯과 함께 볶은 송아지고기와 페어링이 뛰어나고 푸아그라·랍스터·가재·구이 또는 튀김 해산물과도 잘 어울립니다. 염소 치즈, 르블로숑(Reblochon), 브리 드 모(Brie de Meaux) 같은 연성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화이트 와인의 생산 비중이 99.5%에 달하며 블라니(Blagny) 마을과 인접한 포도밭에서는 뛰어난 피노 누아도 생산됩니다. 토양은 주로 갈색 석회암 토양이며 일부는 석회암·말(marl)·석회질 점토가 교차하는 토양입니다. 포도밭의 방향은 동향 및 남동향이며, 고도는 230~320m입니다.

 

퓔리니 몽라셰 AOC. BIVB
퓔리니 몽라셰 AOC. BIVB

◆샤샤뉴 몽라셰

 

남쪽의 샤샤뉴 몽라셰는 철분이 함유된 붉은 점토질 토양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이 지질적 특성은 와인에 묵직한 구조감과 힘을 부여합니다. 해발 220~325m 사이에 위치하며, 위에서 아래로 로라시앙(rauracien), 칼로비앙(callovien), 아르고비앙(argovien) 층의 암석이 차례로 이어집니다. 토양은 자갈이 많은 석회질부터 이회토(marl), 쥬라기 기반의 모래질 토양까지 다양합니다. 샤샤뉴 몽라셰는 동일한 토양 조건을 공유하는 이웃 마을 레미니(Remigny)의 일부 구획도 포함됩니다.

 

잘 익은 노란 과실, 산사나무, 아카시아, 인동덩굴의 향이 레몬 버베나, 헤이즐넛, 구운 견과류 향과 어우러지며, 구운 빵이나 신선한 버터의 풍미가 더해집니다. 숙성되면서 꿀이나 잘 익은 서양배의 노트가 나타나고 풍부한 미네랄리티(부싯돌 향)가 특징입니다. 대개 둥글고 풍만하며, 입안에 닿는 첫 느낌이 강렬합니다. 테루아의 다양성 덕분에 전체 생산량의 20~30%는 피노 누아를 활용한 고품질 레드 와인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퓔리니와의 차별점입니다. 풍만함과 힘을 갖춰 소스를 곁들인 가금류나 송아지 고기처럼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육류 요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향신료를 잘 쓴 쿠스쿠스나 커리, 볶음 요리 같은 아시안 생선 요리에도 잘 어울립니다. 자체로 향이 강한 연어와도 특히 궁합이 좋습니다. 프리미에 크뤼 등급은 닭새우, 바닷가재(로브스터), 혹은 푸아그라와 잘 어울립니다.

 

부르노 콜랭(Bruno Colin) 소유 그랑크뤼 몽라셰 리외디 레 드무아제(Les Demoiselles).  최현태 기자
부르노 콜랭(Bruno Colin) 소유 그랑크뤼 몽라셰 리외디 레 드무아제(Les Demoiselles).  최현태 기자

◆몽라셰 5대 그랑 크뤼

 

몽라셰 그랑크뤼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언덕 위와 아래 마을쪽으로 나뉩니다. 도로와 붙어있는 완만한 언덕이 몽라셰, 그 위쪽이 슈발리에 몽라셰이며 맞은편 도로 아래쪽에 나머지  그랑크뤼가 몰려있습니다. 5대 그랑 크뤼(Grand Cru)는 완벽한 일조량과 뛰어난 배수 조건을 갖추고 있어 병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세계적인 명작 와인을 탄생시킵니다. 최상단의 슈발리에 몽라셰는 날카로운 미네랄과 여성적인 우아함이 특징이며, 중단의 몽라셰는 ‘화이트 와인의 황제’라 불릴 만큼 완벽한 균형감을 자랑합니다. 하단의 바타르 몽라셰·비앙브뉘 바타르 몽라셰·크리오 바타르 몽라셰는 웅장한 스케일과 풍부한 질감이 돋보입니다.

 

▶화이트 와인의 황제 ‘몽라셰’

 

두 마을의 경계 중심부에 정확히 절반씩 걸쳐 있는 포도밭입니다. 경사면 중간에 위치해 하루 종일 풍부한 햇빛을 받으며, 완벽한 배수 조건을 자랑합니다. 압도적인 산도와 깊은 미네랄리티, 풍부한 질감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수십 년에 이르는 숙성 잠재력을 지닌 화이트 와인의 정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샤샤뉴 마을 구역은 전통적으로 ‘르 몽라셰(Le Montrachet)’로 표기됩니다.

 

도멘 뱅상 에 프랑수아 주아르(Domaine Vincent &amp; François Jouard) 바타르 몽라셰(오른쪽). 최현태 기자
도멘 뱅상 에 프랑수아 주아르(Domaine Vincent & François Jouard) 바타르 몽라셰(오른쪽). 최현태 기자

▶척박한 언덕 위의 귀족 ‘슈발리에 몽라셰’

 

100% 퓔리니 몽라셰 마을 내에 위치하며, 몽라셰 바로 위쪽 사면에 자리합니다. 토양이 매우 얇고 석회암 암반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5대 그랑 크뤼 가운데 가장 섬세하고 여성적인 스타일로 평가됩니다. 극도로 정제된 미네랄리티와 칼날 같은 산미가 매력입니다.

 

▶웅장한 스케일의 강인함 ‘바타르 몽라셰’

 

몽라셰 아래쪽 평지와 맞닿은 곳에 위치하며 두 마을에 걸쳐 있습니다. 5대 그랑 크뤼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습니다. 점토질 비율이 높아 슈발리에 몽라셰와는 대조적으로 구조감이 크고 웅장하며, 크리미하고 풍만한 질감이 돋보이는 남성적인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됩니다.

 

크리오 바타르 몽라셰. 최현태 기자
크리오 바타르 몽라셰. 최현태 기자

▶화사한 꽃 향의 향연 ‘비앙브뉘 바타르 몽라셰’

 

퓔리니 몽라셰 마을 쪽에 완전히 포함된 포도밭으로, 바타르 몽라셰 북쪽에 접해 있습니다. 5대 그랑 크뤼 가운데 가장 유연하고 접근하기 쉬운 스타일로 꼽히며, 풍부한 꿀 향과 이국적인 꽃 아로마가 특징입니다.

 

▶극도의 희소성, ‘크리오 바타르 몽라셰’

 

오직 샤샤뉴 몽라셰 마을 안에만 존재하는 그랑 크뤼로, 바타르 몽라셰 남쪽에 위치합니다. 전체 면적이 1.57ha에 불과해 생산량이 극히 적습니다. 샤샤뉴 특유의 풍요로운 매력과 밀도 높은 바디감, 화려한 과실 풍미를 보여주는 희귀한 포도밭입니다. 와인 평론가들은 “퓔리니 몽라셰와 샤샤뉴 몽라셰의 그랑 크뤼는 단순한 와인을 넘어선 자연의 지질학적 예술품”이라며 “수세기에 걸쳐 축적된 인간의 테루아에 대한 이해가 집약된 결과물”이라고 극찬합니다. <2026 그랑주르 드 부르고뉴를 가다 ④에서 계속>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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