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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애는 ‘줄넘기’를 돈 내고 배운다고?”…학교체육이 ‘지워진’ 자리 [권준영의 머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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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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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조 사교육 시장이 삼킨 ‘운동장’…체력도 부모 재력인 시대
“사고 날까 무서운” 학교…그 틈새 파고든 ‘80조’ 키즈 스포츠 시장
민원에 멈춘 호루라기… 교사가 ‘뜀틀’을 치울 때 학원 매출은 뛰었다
“옆집 아이는 ‘줄넘기 학원’에 다닌대.”

 

처음엔 가벼운 농담처럼 들리지만,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낯선 말이 아니다. 태권도장, 줄넘기 교실, 유소년 스포츠 아카데미, 키즈 스포츠센터. 이름은 다르지만 기능은 하나다. 한때 학교 운동장에서 익히던 활동들이 이제는 ‘사교육 상품’이 되고 있다. 학교체육이 위축된 자리를 ‘사교육 시장’이 빠르게 메우면서, 아이들의 뛰는 시간은 점점 ‘수업’이 아니라 ‘결제’로 관리되고 있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약 29조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변화는 초등 저학년층에서 두드러진다. 초등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70%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예체능·실기 영역 지출 비중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체육의 이동’이다. 과거 학교 운동장과 동네 골목에서 흔하게 접하던 줄넘기·달리기·구기 활동 같은 기초 체력이 이제는 학원과 스포츠센터를 통해 소비되는 영역으로 바뀌고 있다.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 사업자 등록 현황을 보면 태권도장, 줄넘기 교실, 유소년 스포츠 아카데미 등 이른바 ‘키즈 스포츠 업종’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보습학원 중심이던 사교육 시장이 체육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체력은 더 이상 공교육이 길러주는 생활 습관이 아니라, 부모의 지출 능력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또 하나의 ‘신체 자본’이 되고 있다.

 

◆“다치면 누가 책임지나”…학교체육은 왜 위축됐나

 

학교안전공제중앙회의 ‘학교안전사고 통계’에 따르면 학교 내 사고 가운데 체육 활동 관련 사고 비중은 약 30% 수준이다. 체육수업과 운동회, 체육대회 등 신체 활동이 많은 공간에서 사고가 집중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수치가 단순 통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체육 수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 민원과 법적 책임 부담으로 인해 일부 학교에서는 수업 방식 조정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현장 교사들의 체감은 더 직접적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조사에서도 상당수 교사들은 구기 종목이나 뜀틀, 줄넘기처럼 활동량과 신체 접촉이 많은 수업을 축소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결과 학교체육은 ‘운동 능력 향상’보다 ‘사고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운동장은 그대로지만, 아이들이 뛰는 방식은 점점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80조’ 스포츠 산업 시장은 커졌는데…공공은 비어 있고, 시장은 채웠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생활체육 참여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참여 공간은 점점 학교와 공공 영역이 아니라 민간 시설로 이동하는 추세다.

 

국민체육진흥공단(KSPO)의 스포츠산업 실태조사에서는 국내 스포츠 산업 규모가 약 8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분야 중 하나가 유소년 스포츠 서비스 시장이다.

 

태권도장과 줄넘기 교실, 축구 아카데미, 키즈 스포츠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학교 운동장과 동네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활동들이 이제는 ‘등록비를 내고 배우는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공공체육 인프라는 여전히 성인 생활체육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문체부의 공공체육시설 운영 현황을 보면 배드민턴·테니스·헬스 등 성인 이용 비중이 높고, 아동 대상 기초 체력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학교가 비워낸 체육 기능을 시장이 대신 채우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가계 교육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교육 시장의 확대와 학교체육의 위축, 유소년 스포츠 산업 성장과 공공 인프라의 공백이 맞물리면서 아이들의 운동은 점점 학교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학교 운동장이 지워진 자리, 아이들은 학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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