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은 임금 아냐’ 법적 논란도
생산 차질 경쟁사 배만 불리는 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15일 사측이 보낸 대화 요청을 거부했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6월 7일 이후 협의할 의사가 있다”며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잘 이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예고한 대로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반도체 생산라인을 멈추는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성과급 제도화’를 놓고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노조가 대화 자체를 거부한 만큼 정부는 머뭇거리지 말고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해야 한다.
삼전 노조의 요구는 임금 협상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단체협약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는 45조원이다. 지난해 배당 규모(11조원)의 4배를 웃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죽든 말든 배를 가르고 보자는 이기주의나 다름없다.
앞서 대법원은 2024년 삼성전자 성과급(OPI) 소송에서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경기에 따른 사이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반도체 업종의 특성을 무시하고 성과급을 고정비처럼 제도화하라는 건 한국 반도체 산업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한 억지에 가깝다. 성과급 지급 문제가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 임금 협상인지 여부도 법적 논쟁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우리 수출과 제조업을 떠받치는 대표기업이다.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 국면에 진입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직·간접적으로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한 수치상의 손실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패권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 기술은 1~2년만 뒤처져도 회복이 어려워진다. 파업에 따른 분열과 혼란은 경쟁사의 배만 불리는 꼴이다. 대만 언론들은 “TSMC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이미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사측은 14일부터 생산프로세스를 조정하는 ‘웜다운(Warm-down)’ 작업에 나섰다.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생산량을 줄이고 설비를 안정적인 상태로 전환하는 비상 작업이다. 신규 웨이퍼 투입을 제한하면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어진다. 평택캠퍼스 D램 생산 라인에서는 1만5000개의 웨이퍼 보관함을 전용 물류 장비에서 밖으로 꺼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감산 이유가 수요부진이나 재고조정, 업황 악화가 아닌 ‘파업 리스크’라는 게 기가 찰 따름이다.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과 경쟁력은 노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연금과 400만 주주의 피해와 직결된다. 정부도 더는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산업부 장관으로서는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행 노동관계조정법은 노조의 쟁의행위가 국가 경제를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 생활을 위험하게 할 우려가 있을 경우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노조는 30일간 쟁의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경쟁력을 상실하는 순간 2등이 아니라 생존이 어렵게 된다”는 김 장관의 말을 흘려들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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