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충망에 매미가 붙어 있다. 두 마리였다가 세 마리였는데 지금은 한 마리가 붙어 있다. 붙어 있을 뿐이다. 조금 전까지 요란하게 울어댔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울지 않는다. 얼굴을 꿰맨 것 같은 배와 날개를 꿰맨 것 같은 매미는 포복을 멈춘 몸이다. 망에서 더 이상 흩어지지 않는다. 너는 어디서 왔는가, 방충망을 사이에 두고 나는 너와 마주하고 있다. 너는 비로소 차분해진 것인가, 언제든 죽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망에 붙은 벌레를 떼어낼 필요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방충망을 가볍게 치니 매미는 정오의 총알처럼 솟아오른다.
-시집 ‘정오의 총알’(문학과지성사) 수록
●이수명
△1965년 서울 출생. 1994년 ‘작가세계’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 ‘붉은 담장의 커브’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등 발표. 박인환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노작문학상, 이상시문학상, 김춘수문학상, 청마문학상,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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