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전쟁 범죄로부터 세계인 보호할 것”
총회서 결의안 채택돼도 구속력은 없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전쟁 등 국제사회에서 무력 충돌이 빈발하는 가운데 이를 제지해야 할 유엔은 그저 무력하기만 하다. 유엔이 행동에 나서려면 안전보장이사회의 결단이 필요한데,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veto power) 행사가 안보리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회원국들 사이에서 ‘거부권 사용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케냐,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모리타니아 등 아프리카 11개국은 이날 강대국들의 거부권 행사에 제약을 가하는 내용의 유엔 총회 결의안 채택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해당 결의안은 프랑스와 멕시코가 공동으로 발의했으며, 이번에 동참한 11개국을 포함해 현재까지 유엔 회원국 118개 나라의 동의를 얻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케냐와 공동으로 주최한 ‘아프리카 전진’ 정상회의가 끝난 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마크롱은 “대량 학살이 우려되는 사안 등에서 강대국의 거부권 행사 관행을 종식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아직 결의안 지지에 참여하지 않은 모든 국가들을 초청했다”며 “대량 학살, 반인도적 범죄, 그리고 가장 심각한 전쟁 범죄로부터 세계인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전체 유엔 회원국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29개국의 동의를 확보한 뒤 오는 9월 유엔 총회 때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서 ‘129개국’이란 숫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유엔 헌장에 따르면 회원국 3분의 2의 동의가 있을 때에는 헌장 개정 절차 개시가 가능하다. 물론 거부권을 보유한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가운데 단 나라만 반대해도 헌장 개정은 최종적으로 불성립한다. 다만 회원국 3분의 2가 찬성하는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아무리 상임이사국이라도 정치적으로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안보리는 거부권이 있는 상임이사국 5개와 투표로 선출되는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 10개를 더해 총 15개국으로 구성된다. 유엔이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을 겨냥해 무력 같은 강제력을 발동하려면 반드시 안보리의 결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안보리 이사국 대다수가 찬성해도 상임이사국들 중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면 그 어떤 결의도 채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늘날 프랑스와 영국이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거부권을 제일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이며, 중국도 종종 거부권 행사에 나선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안보리는 회의를 열고 분쟁 중단 방안을 논의했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제재는 러시아·중국의 거부권에 가로막혀 불가능한 상태다.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을 멈추려는 안보리의 시도는 미국의 반대로 좌절을 겪었다.
거부권은 1945년 유엔 창설 당시 소련(현 러시아)의 강력한 요구로 유엔 헌장에 포함됐다. 애초 ‘강대국들 간 의견 대립의 최소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이후 ‘강대국의 특권’처럼 변질돼 강대국이 직접 개입한 분쟁의 경우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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