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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 우리 애 다치면 누가 책임지나요”…맘카페 달군 ‘한 마디’ [권준영의 머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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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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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 사고 40%가 체육수업…늘어나는 보상금에 고심 깊어진 학교
부상 민원 22% 급증…데이터가 보여준 ‘무균실’로 변하는 운동장
교사 10명 중 6명 “사직 고민”…교육활동 침해, 반복 민원에 집중
줄어드는 신체활동, 약해지는 협동 경험…‘안전’이 만든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

“우리 애 다치면 누가 책임지나요.”

 

“계주 하다가 넘어지면 학교가 책임지는 건가요.”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지역 맘카페와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글들이다. 단순한 걱정처럼 보이지만, 이 질문들은 학교체육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핵심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얼마나 뛰게 할 것인가’보다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가 기준이 되면서 운동회 풍경도 바뀌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실제 학교 현장의 운영 방식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운동회의 상징이던 줄다리기·계주·단체 경기 같은 종목은 점차 축소되는 반면, 체험형 프로그램이나 이벤트 중심 구성은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학교에서는 안전사고 우려와 운영 부담을 이유로 접촉형 종목을 줄이거나 안전 인력을 별도로 배치하는 방식도 도입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그대로인데 학교체육 풍경은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학교안전공제중앙회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학교안전사고 가운데 체육수업과 운동회 등 신체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전체의 약 35~40%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10만 건이 넘는 학교안전사고 가운데 상당수가 체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특히 골절과 치아 파손 등 접촉형 사고는 주요 보상 항목으로 집계된다. 공제급여 지급액 역시 최근 3년간 평균 약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규모 자체는 큰 변화가 없지만, 보상비용은 꾸준히 늘어나는 흐름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국민신문고 민원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권익위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학교 체육 안전’, ‘운동회 부상’, ‘종목 변경 요구’ 등 관련 민원 키워드는 2025년 기준 전년 대비 약 22% 증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체육 관련 민원 가운데 위험 활동 제외나 접촉형 종목 축소 요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학교 현장에서는 사고 자체보다 이후 대응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주장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우려가 민원과 행정 절차로 빠르게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구글의 AI Gemini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구글의 AI Gemini 생성 이미지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 수치를 단순히 ‘체육활동이 위험하다’는 의미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학교 내 신체 활동 대부분이 운동장과 체육수업 과정에서 이뤄지는 만큼 사고 노출 빈도 자체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사고 증가라기보다 ‘노출 증가’라는 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문제의 핵심이 단순 사고 건수보다 ‘사고 이후 대응 부담’에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교사들의 부담 증가는 관련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교사노동조합연맹 조사에 따르면 전국 교사 3559명 가운데 36.6%는 최근 교육활동 침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침해 유형 가운데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반복 민원’은 32.3%를 차지했고, 교육활동 침해 주체로는 학부모가 6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다른 교사노조 조사에서는 교사의 58%가 최근 1년 사이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교권 침해와 과도한 민원’(77.5%)이 꼽혔다.

 

교육당국 대응도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2025년 광주시교육청은 반복 민원과 무분별한 고소를 지속한 학부모 2명을 교육감 명의로 직접 고발하기도 했다. 교육당국이 악성 민원을 공식적인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전을 이유로 경쟁·협동 기반 신체 활동이 줄어들 경우 학생들의 사회성·협동 경험, 신체 발달 기회 역시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다치지 않는 활동’이 기준이 되면서 활동 강도 자체가 낮아지는 흐름도 보인다.

 

운동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운동장을 움직이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 아이들의 활동 반경은 교육 정책과 학교 안전사고 통계, 그리고 학부모 커뮤니티의 목소리가 맞물리며 조금씩 좁아지고 있다. 안전이 최우선 기준이 된 지금, 운동장은 점점 ‘무균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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