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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삐걱 ‘미 조선업 재건’…전쟁 중 해군장관 경질한 트럼프 [이주의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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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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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펠런 해군장관 경질
유럽에서 건조 제안했다 철퇴
‘트럼프함’ 임기 내 건조 못해
미 조선업 재건, 시작부터 삐걱
한·미 조선협력 불확실성 여전
이 주의 워싱턴 - 세계의 시선이 쏠린 워싱턴의 한 주, 핵심과 맥락을 짚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이 끝나기도 전 존 펠런 해군장관을 경질했다. 자신의 임기 내인 2028년까지 첫 번째 ‘트럼프급’(3만∼4만톤) 전함을 만들어 ‘황금함대(Golden Fleet)’를 출범시키는 계획에 그가 부응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 주된 이유로 알려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으며, 동시에 이 계획이 시작부터 삐걱거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미간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추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2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황금함대(Golden Fleet)’ 출범 계획 관련 기자회견에서 존 펠런 해군장관(가운데)의 발언을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런 장관을 22일(현지시간) 해임했는데, 그가 자신의 임기 내 이 계획을 실현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2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황금함대(Golden Fleet)’ 출범 계획 관련 기자회견에서 존 펠런 해군장관(가운데)의 발언을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런 장관을 22일(현지시간) 해임했는데, 그가 자신의 임기 내 이 계획을 실현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황금함대’ 추진 차질에 해임

 

트럼프 대통령은 펠런 장관을 해임한 다음 날인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존 펠런은 오랜 친구이자 매우 성공한 사업가이며 지난 1년간 훌륭한 해군장관이었다. 그의 노고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다시 함께하길 바란다”고 썼다. 전날 펠런 장관을 해임한 뒤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한 것이다. 군 출신이 아니라 억만장자 투자자 출신으로 해군장관에 임명된 펠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2028년 첫 전함 인도 계획을 현실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전함 건조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황금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황금함대’로 이름 붙인 새로운 함대에서는 현재 주력인 9500톤급 ‘알레이버크급’을 대신할 3만∼4만 톤 초대형 전함이 마련되며, 이는 ‘트럼프급’으로 명명된다. 레이저, 극초음속 미사일, 전자기 레일건 등 아직 개발·배치가 완료되지 않은 첨단 무기를 탑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전함은 ‘USS 디파이언트(Defiant)’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 발표된 1조5000억 달러 국방예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에 658억 달러를 요구했다. 이는 의회예산국 자료 기준 1955년 이후 두 번째로 큰 조선 예산안이다. 해군은 2028 회계연도에 첫 번째 트럼프급 착공을 위해 170억 달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계획을 발표한지 4개월 만에 이를 지휘할 해군 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트럼프발 미국 조선업 재건 사업이 시작부터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펠런 장관은 이번 행정부 들어 국방부에서 축출된 첫 군 관련 장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결정적 계기는 최근 2주”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각별히 관심을 갖는 전함 건조 계획을 둘러싸고 펠런 장관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졌다고 전했다. 피트 헤그세스 장관 등 국방부(전쟁부) 내부에도 펠런 장관의 적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펠런 장관이 ‘팀 플레이어’가 아니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해임된 존 펠런 해군장관.
22일(현지시간) 해임된 존 펠런 해군장관.

◆“미국 조선소에서” 현실성 지적

 

펠런 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 시한을 맞추려면 유럽 조선소를 활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그는 새 전함이 미국산 철강으로 미국에서 건조돼야 한다고 12월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안 그래도 이란 전쟁에서 미국에 협조적이지 않았던 유럽 국가들에 비판적 견해를 취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같은 제안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발표한 해양행동계획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조선사가 미국 내 조선소에 투자하는 동시에 계약 초기 물량을 해외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브리지 전략’을 제시했지만,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징적인 전함 함대인 ‘황금 함대’에는 해당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미 해안경비대가 최근 핀란드 등과 북극 쇄빙선 계약을 체결한 바 있지만, 이같은 방안이 해군의 ‘황금 함대’ 건조 계획에는 확대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 제4 독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NSMV: National Security Multi-Mission Vessel)이 건조되고 있다. 한화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이다. 한화오션 제공
지난해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 제4 독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NSMV: National Security Multi-Mission Vessel)이 건조되고 있다. 한화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이다. 한화오션 제공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NYT는 고위 국방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조선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상하는 첨단 전함을 향후 몇 년 안에 건조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형 전함 개발과 시험에 중요한 민간 인력도 트럼프 행정부의 감축과 조기 퇴직으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언 선임 고문은 “이 함정의 주장되는 성능은 너무 비범해서 엄청난 논쟁을 촉발할 것이다. 그러나 논쟁할 필요가 거의 없다. 이 배는 결코 항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함정은 설계에만 수년이 걸리는데다 첫 배가 진수되기 전 차기 행정부가 취소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12월 황금함대 건조 계획 발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신형 프리깃함(호위함) 건조 계획을 소개하며 한화를 언급하고, “(한화가)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미 조선협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조선협력 역시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연안 운항을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으로 제한하는 ‘존스법’ 등 제도적 규제 뿐만 아니라 조선협력을 뒷받침할 미국 내 중간 공급망의 부재 등이 조선협력의 속도를 제한하는 현실적 제약으로 지적돼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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