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3세 되면 복지부 ‘보호 종료’
성평등부로 연계도 제대로 안 돼
광역지자체 17곳 중 4곳은 0건
손 놓은 복지부, 뒷짐 진 성평등부 초교 졸업하면 혼자만 ‘덩그러니’
드림스타트 시행 뒤 사후 경로 공식집계 단 한 차례
2024년 청소년 안전망팀 예산 십수억 전액 삭감
효과성 사후평가 건수도 3분기 만에 0건으로 급감 끝>
한 해 평균 6000명. 만 12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국가 사례관리망에서 지워지는 취약 계층 청소년의 숫자다. 보건복지부는 사례관리 사업(드림스타트)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의 이후 행방을 추적하지 않았다. 넘겨받아야 할 성평등가족부와의 연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두 부처 간 연계 실적이 전무한 지역도 있었다. 복지부가 놓은 손을 성평등부가 잡지 않는 사이 아이들은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렸다.
22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드림스타트가 시행된 2007년 이래 보호가 끝난 청소년들의 사후 경로를 복지부가 집계한 것은 2024년 한 번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복지부는 2024년 이전의 데이터가 “부존재한다”고 기재했다.
단 한 차례 집계한 결과 역시 부실했다. 2024년 보호가 종료된 청소년 5893명 가운데 성평등부 전담 지원체계인 ‘청소년 안전망’으로 인계된 인원은 321명에 그쳤다. 전체 5.4%에 불과한 수치다. 지역아동센터·복지관 등 민간기관까지 모두 합쳐도 연계가 확인된 인원은 2193명(37.2%)이었다. 나머지 3700명의 행방은 정부 시스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복지부의 관리체계를 벗어난 일부 청소년은 성평등부의 통계에서도 포착되지 않았다. 취재팀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성평등부의 ‘청소년 안전망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네 곳에서는 드림스타트에서 청소년 안전망으로 연계 의뢰된 청소년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세종시는 집계가 시작된 2023년부터 작년까지 연계 건수가 0건이었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저희는 데이터만 추출한 것”이라며 “세종 등의 지역에서 연계 건수가 지속해서 0건으로 집계되는 원인은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드림스타트는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운영하는 취약계층 아동 지원체계다. 일반적인 복지 서비스는 아동이나 부모가 직접 기관을 방문해야 이용할 수 있지만, 드림스타트 사례관리사는 먼저 가정문을 두드린다. 아동이 밥을 제대로 먹었는지, 부모가 일을 잃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연결한다. 2024년 기준 전국 5만3585명이 서비스 대상자였다.
드림스타트의 또 다른 특징은 영유아기부터 초등학교 졸업까지 같은 사례관리사가 장기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이다. 민간 복지관이나 상담센터의 사례관리가 통상 6개월에서 1년 안에 종결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장기 개입이 가능한 만큼 아동과의 신뢰 관계, 이른바 라포르(Rapport) 형성에 유리하다. 드림스타트 중앙점검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상균 가톨릭대 교수(사회복지학)가 진행한 연구에서 13년 차 사례관리사는 “성장기 과도기 시기에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이나 환경의 변화를 계속 지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다만 드림스타트의 사례관리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대상이 만 13세가 되는 순간 원칙적으로 끊긴다. 13세가 된 ‘연령 종결 아동’은 성평등부 소관 청소년 안전망으로 연계하는 것이 사업 지침이다. 청소년 안전망은 전국 240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주축이 돼 지역 민간기관을 연결하는 서비스 네트워크다. 드림스타트처럼 사례관리사가 가정을 직접 찾아가 장기 개입하는 체계는 아니다. 아동이 스스로 혹은 기관의 도움을 받아 연락을 취해야 서비스가 시작된다는 한계가 있다.
성평등부 전신인 여성가족부도 이 점을 인식하고 2019년 별도의 사업을 추진하긴 했다. ‘지자체 청소년 안전망팀’을 만들어 시군구청에 직접 소속된 전담 인력이 위기 가정을 직접 찾아가도록 한 것이다. 드림스타트의 운영 방식을 13세 이상 청소년에게로 확장하는 시도였다. 사업은 해마다 확대돼 2023년에는 전국 22개소가 운영됐다. 여가부는 2023년 청소년정책 시행계획에 이 사업을 두고 “단계적 전국 확대 추진”이라고 썼다.
정작 같은 해 편성된 2024년도 예산안에서는 청소년 안전망팀 예산 16억50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당시 여가부는 청소년 활동과 학폭 예방 등 청소년 관련 예산도 전방위적으로 감액했다. 윤석열정부의 여가부 폐지 논의가 맞물린 시기였다. 결국 2025년도 시행계획에서 안전망팀 사업은 “추후 예산반영 시 사업추진 예정”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업 종료’로 기재됐다.
안전망팀이 사라진 뒤 위기청소년을 지원하는 청소년 안전망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취재팀이 확보한 위기청소년통합지원정보시스템 데이터에 따르면 안전망 효과성 사전·사후 평가 건수는 2023년 3분기 492건·9건에서 이듬해 1분기 203건·1건, 2분기 131건·0건으로 급감했다.
특히 사전 평가와 사후 평가의 숫자가 크게 차이 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서비스 이전과 이후에 대상 위기청소년의 자존감·우울·불안 정도를 각각 측정해야 해당 청소년의 개선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서비스 제공 이후 상태 변화를 점검한 사례가 사라진 것이다. 청소년 복지 관리 주체가 아이들의 회복 여부 확인을 포기한 셈이다.
넘겨받을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드림스타트의 연령 종결 기준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4년 기준 드림스타트를 통해 제공된 연계 서비스 20만188건 중 3만6957건(18.5%)이 지자체장의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13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예외’가 다섯 건중 한 건꼴로 적용된다는 사실은,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방증한다.
드림스타트 사업을 지원하는 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도 연령 기준 종결 자체의 문제를 공식 문서에서 지적한 바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발간한 2024년 드림스타트 통계보고서는 “사례관리 종결의 주요 사유가 연령도래에 집중된 것은 서비스 제공이 연령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을 반영한다”며 “향후에는 단순 연령 기준이 아닌, 아동의 상황 호전이나 목표 달성 여부를 기준으로 종결 시점을 설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탐사보도2팀=백준무·이예림·최우석 기자,
사진: 최상수·유희태 기자, 편집: 이대용 기자,
미술: 손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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