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물 사는데 툭 끊겨버린 돌봄
엄마 3층·자녀 11층
지적장애 가진 모자
마주칠 때마다 다툼
고등학교 자퇴한 딸
모친과 교류도 꺼려
가족이 서로 밀어내
11층엔 영희씨의 ‘출입금지’ 구역이 있다. 딸 지은과 아들 도현이 사는 전북 익산시의 한 임대 아파트 1108호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지은과 열일곱 도현은 같은 건물 3층에 사는 엄마가 집에 들어오는 것을 결사반대한다.
모자가 마주칠 때마다 험한 말이 오간다. “엄마가 욕을 먼저 하니까요. 내가 먼저 인사하는데 엄마가 욕으로 대답하는데, 짜증 나면 욕을 하는데, 말이 안 통하면 행동이 나갑니다.” 도현이 말했다. 말싸움이 곧 몸싸움으로 번진다. 올해로 쉰 살인 영희씨와 도현의 전쟁은 언뜻 초등학생들 다툼을 보는 것 같다. 지적장애인인 영희씨와 도현 두 사람의 사회적 연령은 각각 6세, 5세 수준이다.
영희씨는 1108호 도어록 비밀번호도 모른다. 지은이 안에서 문을 열어줄 때만 들어갈 수 있다. “우리 딸이 문을 안 열어줘. 자기가 싫다고. 비밀번호도 몰라.” 영희씨가 사 온 식재료조차 11층에 들어가려면 다른 사람을 거쳐야 했다. 엄마는 잡채가 먹고 싶다는 딸의 전화를 받고 당면 한 봉지를 사서, 지방자치단체가 파견하는 가사도우미 편에 들려 보냈다.
엄마는 딸의 하루를 짐작하지 못한다. “일어났는지 자는지 나도 몰라요. 가보지 않았으니 오는 것도 안 좋아하는데 내가 갈 일 뭐 있어서.” 오후 4시쯤, 실제로는 지은이 한창 단잠에 빠져 있는 시간이었다.
1108호 안은 밤낮의 구분이 없다. 낮인데도 회색 암막커튼이 집 전체에 그늘을 드리웠다. 도현은 밝으면 눈이 아프다고 했다. 5평 남짓한 원룸 한구석 침대에 누워 도현은 휴대전화 게임을 하고 있었다. 지은은 침대 옆 바닥에 누워 주황색 귀마개를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지은은 저녁 시간쯤 일어나 좌식 책상에 앉는다. 온 정신을 온라인 게임 ‘롤토체스’에 집중한다.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것은 도현이 등교하는 아침 시간이다. 만사가 귀찮은 두 사람의 식사와 청소는 가사도우미가 챙겼다.
도현은 학교에 얼굴만 비친 뒤 집에 온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의 의사를 들었고, 가정 방문도 자주 갔었다. 도현의 학급과 출결에 대한 논의도 계속 이뤄졌다”고만 답했다.
도현은 비가 오면 아예 학교에 가지 않기도 한다. 또래 아이들은 고등학교 2학년으로 진학했지만, 출석 일수 부족으로 유급을 거듭한 도현은 이제 겨우 중학교 3학년이 됐다.
지은은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학교에 가기 싫었다고 한다. 영희씨는 자퇴를 허락했다. “자기가 가려고 마음을 먹어야 가는 거지. 자기가 안 가려는데 못 가르치잖아요.” 영희씨가 항변하듯 여러 번 말했다. 지은은 검정고시 공부도, 일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한번은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이력서를 낸 적이 있다. 사장이 지은에게 왜 고등학교에 가지 않았는지 묻자 지은은 “귀찮아서”라고 답했다. 지은은 일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지은은 엄마에게 “내년엔 취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겠다는 계획은 듣지 못했다.
자식들과 언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는지 영희씨는 떠올리지 못했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영희씨를 곧잘 따르던 딸이었다. “우리 아기들이 김치 씻겨서 준 게 잘 먹더라고. 간장에다가 깨소금에다가 비벼서 주고.”
영희씨는 같은 물음에도 여러 번 다르게 답했다. 언제 결혼했는지, 언제 남편이 세상을 떠났는지 그때그때 달랐다. 숫자에도 서툴렀다. 영희씨는 자신의 모친이 숨진 시기에 대해 “5002년”, “5005년”이라고 답했다. 국민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영희씨는 한글을 읽지 못했다. 취재진과의 첫 통화 이후 먼저 전화를 걸어 “누구냐”고 묻는 일이 수차례였다. 부재중 전화 목록에 떠 있는 번호들을 일일이 눌러 발신자를 확인한 것이다. 글자를 모르니 연락처를 저장할 수 없었다.
과거 영희씨가 아동방임 혐의로 유죄를 받았던 판결문 내용을 통해 영희씨 가족의 사정을 어느 정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영희씨는 3층에서 ‘동거인’과 함께 지냈다. 청각장애가 있는 80세 남성이었다. 영희씨는 그를 “영감”이라고 불렀다. 영감 역시 거동이 쉽지 않다.
영감은 아이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 한번은 영감이 키우는 강아지를 지은과 도현이 11층으로 데려가자, “문 열어. 이 새끼들아. 죽여버린다”고 화를 냈다. 영희씨도 옆에서 “너네 패 죽인다”며 말을 보탰다. 영감이 도현을 때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영희씨는 “더 때려라. 때려죽여라”며 부추겼다.
판결문에는 영희씨가 두 달 가까이 자녀들을 방치했던 시절의 얘기도 나온다. 영희씨는 2023년 3월2일부터 2024년 4월26일까지 지은과 도현의 밥을 챙겨주지 않았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잔소리 한 번 하지 않았다. 집 안에 쓰레기는 매일 쌓여 갔다. 법원은 영희씨에게 아동방임 혐의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영희씨는 재판 결과가 억울했다. “우리 애들은 내가 한 번도 때리지도 안햐. 댑대(‘되레’의 방언) 우리 아들한테 나 많이 맞았어.” 자신은 아이들에게 한 번도 손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현이 먼저 욕지거리를 하며 때렸는데 영희씨는 자기가 왜 맞았는지 도통 모르겠다고도 했다.
3층과 11층 사이는 더 멀어졌다. 영희씨가 갈 곳이라곤 3층밖에 없었다. 영희씨는 매일 영감과 싸웠다. 아니,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 영감은 툭하면 짜증을 냈다. 옆 동에 사는 중학생 유정과 ‘연애’해야 한다며 영희씨를 집 밖으로 내몰았다고 했다. 영희씨가 나가지 않으면 리모컨을 집어 던지고 “개 패듯이” 때렸다고 했다. 그럼에도 영희씨는 11층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자식들이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고, 그렇게 해주고 싶다는 이유였다.
불행은 그림자처럼 끈질기게 영희씨의 인생을 따라다녔다. 익산시와 충남 논산시의 경계에 위치한 망성면 신작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영희씨는 자랐다. 영희씨는 18세에 식모살이를 시작했다고 했다. 굶는 게 예사였던 시절이었다. 적어도 먹고살 수는 있다며 동네 사람들이 영희씨의 모친을 꼬드겼다. 난생처음 가보는 서울, 버스를 네 번이나 갈아탔다. 군인 가족과 함께 사는 식모 생활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쇠몽둥이’가 날아왔다. “거기서는 나가지 못하잖아요. 내가 거기 길도 모르잖아. 시골에 사는 사람이 거기 길을 알아요, 몰라요? 그 집에서 맞고만 살았당게.” 영희씨는 도망치듯 고향으로 돌아왔다.
동네 어르신들의 주선으로 만난 첫 번째 남편도 영희씨를 때렸다. 매일 술만 마시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어디다 묻은지도 모르고 어디다 태운지도 몰라.” 다정했던 두 번째 남편은 언젠가부터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병원비로만 4000만원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농기계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한 시절을 버텼다.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딸은 언젠가부터 연락이 끊겼다. 어디 사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영희씨는 모른다. 곁에 남은 자식은 지은과 도현뿐이지만, 영희씨는 가끔 지은의 이름을 틀리게 발음했다. “지은아, 지원아.” 자녀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지적장애 부모는 영희씨뿐이 아니다. 2023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적장애 부모 중 27.8%는 자녀 양육 중 겪는 어려움으로 ‘자녀와의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같은 조사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부모 열 명 중 일곱 명은 자신의 장애 때문에 아이의 성장과 발달이 더디지 않을까 걱정한다고도 답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청소년을 위한 지원 인프라는 아직 초기 단계다. 장애인 가족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지원 기관은 장애인가족지원센터지만, 법적 근거가 조례에 있어 지역마다 서비스 수준과 지원 범위에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 지원이 시작된다. 지적장애 부모에겐 문턱이 높다. 영희씨가 사는 지역의 장애인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기관 간의 연계에 대해 “각각의 기관도 장애인 관련 사업을 하고 있어 연계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영희씨 가족을 찾아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해 장애인 부모를 위한 종합적 육아지침서인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장애 부모 힘 더하기’를 펴냈다. 정부가 유일하게 발간한 장애 부모용 육아 지침서다. 지침서는 생후 2개월부터 5세까지의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도현과 지은처럼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 자녀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는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설사 있었더라도 한글을 모르는 영희씨는 읽지 못할 것이다.
탐사보도2팀=백준무·이예림·최우석 기자
사진: 최상수 기자, 편집: 이대용 기자
미술: 손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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