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 대통령 탄핵 결정 수용 안 하고
강성 지지층 뜻대로 수구 체제 유지
재건 못 하면 국민에 의해 퇴출될 것
얼마 전 아사히신문에 실린 칼럼을 통해 일본 총리를 지낸 미야자와 기이치의 보수관을 엿보게 됐다. 칼럼의 필자가 인용한 미야자와의 발언은 이렇다. “솔직히 말하면 ‘보수’는 ‘주의’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 태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현 상황을 긍정하는 마음과 진보·개선을 요구하는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무언가를 개선할 때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쓴다.”
미야자와가 믿는 보수는 근대 보수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세운 에드먼드 버크의 보수관과 유사하다. 버크는 저서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에서 군중 민주주의에 의한 급진적 개혁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점진적이고 신중한 개혁을 옹호했다. 정통 보수는 공동체의 전통과 습속, 공공의 정신, 헌정체제, 자유와 선택의 원리 등을 수호하려 애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가치들이다.
보수의 저변은 좁지 않지만 한국 보수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보수를 대표한다는 국민의힘이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다. 헌정체제 수호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 다른 보수 가치를 주창해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보수의 품격을 해치는 극우 유튜버와 강성 지지층이 국민의힘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도 문제다. 자신들이 배출한 2명의 대통령이 헌법 위반으로 파면됐다는 사실은 보수 정당으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정상적이라면 국민 앞에 사죄하고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보수 가치를 바로 세우고 그 가치에 부합한 세력 구축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는 한국 보수의 위기였다. 동시에 수구(守舊)와 독재라는 부정적 유산을 벗어던지고 새롭게 출발할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북·대구만 간신히 지킬 정도로 참패하고도 강성 지지층과 극우 유튜버의 선동에 이끌려 탄핵에 반대하는 수구 대표를 옹립했다. 그런 역주행 행태에 중도 보수마저 등을 돌렸다. 그 결과가 2020년 총선 참패다. 보수 정치의 생태계는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 자리를 국외자인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에게 맡겨야 할 정도로 무너졌다. “평소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했다”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유의 전도사’를 자처하더니 비상계엄으로 자폭했다. 그가 ‘자유’의 본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보수의 불행이다. 비상계엄은 가짜 보수 정당의 토양 속에서 자라난 독초(毒草)나 다름없다.
보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첫 번째 탄핵 사태 이후의 궤적을 그대로 그리며 추락 중이다. 국민의힘은 헌정 파괴 사태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는 당 대표를 세웠다. 6·3 지방선거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보여준 온갖 난맥과 혼란, ‘보수의 심장’ 대구마저 위태로운 각종 여론지표는 부차적 문제다. 관건은 지방선거 이후 보수를 바로 세울 수 있느냐다.
지금은 국민의힘의 참패 전망이 우세하고 장동혁 지도부는 당 안팎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선거는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국민의힘은 경북 말고도 승부처인 서울과 부산, 경남, 대구 중에서 몇 곳을 지킬 수 있다. 그러면 장동혁 지도부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치면서 당명 개명 같은 간판 갈이로 현재의 위기를 적당히 봉합하고 넘어갈 공산이 크다. ‘윤 어게인’의 집단 가입으로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100만을 넘었다고 한다. 참패한다고 해도 보수 재건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는 지점이다.
여권은 지금 진보의 영토를 중도 보수로 넓혀가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실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책과 인사 등 전방위의 확장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어느 자리에선가 여권 핵심 인사가 ‘한국판 자민당’ 구상을 피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해찬 전 총리의 ‘민주정부 20년 집권론’을 떠올렸다. 누가 총리가 되든 자민당 내부에서 배출되는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국민이 어떤 성향의 지도자를 원하든 현 여권 내에서 고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극우·강성 지지층의 숙주가 되면 ‘한국판 자민당’ 구상이 현실화하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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