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중고거래 시장은 직거래와 카페 게시판 등을 기반으로 작동했다.
거래 방식도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 물건과 그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만나는 장소도 지하철역이나 상가 주변, 주차장 등 매우 다양했다.
비대면 거래에서는 물건을 배송하기 전 먼저 보내는 사람에게 입금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다 보니 책을 샀는데 ‘벽돌’ 등이 오는 사기 사건까지 발생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고거래 플랫폼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사용자들은 사기 범죄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위한 수수료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며, 이를 토대로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안전을 담보하는 에이전트의 성격으로 거듭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중고나라가 흑자 궤도 진입으로 새로운 시장 질서 확립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번개장터는 2024년 8월 도입한 ‘안전결제(에스크로) 전면화’ 도입 1년6개월 만에 거래액과 수익성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번개장터의 올해 3월 에스크로 거래액은 915억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70% 이상 급증한 결제 수수료 매출이 재무 건전성을 견인했다.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구매자나 판매자가 꺼릴 수 있는 ‘수수료 도입’이라는 강수가 오히려 실적 개선의 정답이 됐다는 대목이다.
안전결제를 앞세우고도 해당 시스템을 통한 거래액이 늘었다는 것은 이용자들이 언제 당할지 모르는 사기보다는 시스템이 보장하는 안전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플랫폼이 단순한 중개자를 넘어 거래의 안전을 책임지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며 이용자의 지불 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음을 시사한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사기 피해를 원천 차단하자 일평균 사기 건수가 도입 전 대비 95% 이상 급감했다. 안전이라는 가치에 집중해 중고거래의 고질적인 불신을 해소해 실적까지 개선했다는 분석이다.
창사 이래 첫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중고나라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2% 성장했고, 결제 수수료 매출은 무려 3배 이상 폭증하며 수익 구조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안심결제로 거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거래 활성화와 플랫폼 수익성이 함께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는 내부 평가다.
안심 전환 정책 시행 이후 올해 1분기 중고나라의 애플리케이션·웹 합산 평균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늘어났다.
불투명한 커뮤니티 거래보다 시스템화된 플랫폼 거래를 선호하는 유저들의 행동 변화가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용자 트래픽이 모이자, 광고 사업도 덩달아 탄력을 받으며 1분기 광고주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플랫폼이 거래 데이터라는 핵심 자산을 활용해 고도화된 타깃팅 광고 모델을 구축하며, 수익 구조의 다변화를 이뤄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중고거래 시장이 게시판 시대를 지나 ‘테크 리커머스 시대’로 진입했음을 말한다.
안전결제가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고가의 전자 기기나 브랜드 패션 같은 고관여 상품 거래가 활성화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신뢰 보증’이 고단가 상품 거래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결정적인 인프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를 연간 흑자 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확보된 재무 여력은 다시 거래 편의성과 보안 기술 고도화에 투입해 이용자들을 락인(Lock-in)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중고거래는 운 좋게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 안에서의 안전한 자산 교환이 됐다.
신뢰의 자산화에 성공한 두 플랫폼의 행보는 국내 리커머스 시장이 완전한 ‘수익 모델’ 확립 단계에 올라섰음을 방증하고 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안전결제 전면화는 단기 수익보다 거래 신뢰 회복을 우선한 결정이었다”며 “그 결과가 거래액과 수익성 지표 모두에서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인욱 중고나라 대표는 “신뢰 기반 거래 시스템의 고도화로 플랫폼의 역할과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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