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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장 “K콘텐츠 전반 아카이빙… 미래 10년 위한 기초공사 나설 것”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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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정진수 문화체육부장, 정리=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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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보존 노하우 축적해온 자료원
돌아보면 10년마다 큰 변화 겪어
이제는 ‘K콘텐츠복합영상관’ 준비
‘아리랑’ 등 유실된 작품 수집 과제
지금도 소중한 대중문화 자산 망실

OTT·쇼트폼 등 새 포맷 대응 고민
머물며 즐기는 자료원 만들고 싶어
아날로그 필름 보존 예산 지원 필요
고전 유튜브 105만명 돌파 고무적
영화 업계와 소통·교류 더 강화할 것

‘금의환향.’ 지난달 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장이 임명되자 영화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모 원장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자료원에서 근무하다 ‘국가정보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여파로 사임했다. 이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거친 그는 공모를 통해 복귀, 지난달 3년 임기를 시작했다.

 

자료원은 한국 영화와 영상자료를 수집·보존하고 영화 연구서를 발간하는 전문기관이다. 동시에 연간 5만여 관객이 찾는 시네마테크를 운영하고, 구독자 105만명을 거느린 고전영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공공 서비스 기관이다.

 

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장이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원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모 원장은 “영화를 넘어 K콘텐츠,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영상관 마련의 토대를 닦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수 기자
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장이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원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모 원장은 “영화를 넘어 K콘텐츠,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영상관 마련의 토대를 닦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수 기자

모 원장은 ‘친정’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이전(2007년), 파주 보존센터 개관(2016년)이라는 변곡점을 지나온 데 이어 이번에는 ‘K콘텐츠복합영상관(가칭)’ 구축이라는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 본원에서 세계일보와 만난 그는 “자료원이 10년 단위로 역할을 확장해온 흐름 위에서, 이제는 영화에 머무르지 않고 K콘텐츠 전반을 아카이빙해야 할 시점”이라며 “다음 10년을 위한 기초 공사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약 10년 만에 자료원에 복귀한 소감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완전히 달라졌다. 약 10년 전 조직을 떠날 때에 비해 조직 규모가 훨씬 커졌다. 예전에 알던 것들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중간하게 안다’는 생각도 든다. 업무 파악을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겠다는 정도다. 직원일 때와 기관장으로 책임을 지는 위치는 전혀 다르다. 지금 이 시점에 자료원이 해야 할 일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된다.”

 

―주변에서 어떤 역할을 기대한다고 보나.

 

“2008년 프로그래머로 자료원에 처음 입사했을 때는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상암동 독립 청사로 이전하며 자리 잡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10년 뒤에는 파주 보존센터를 설립했다. 그리고 또 10년이 지났다. 돌아보면 자료원은 10년마다 큰 변화를 겪었다. 이제는 국립영상박물관, 가칭 ‘K콘텐츠복합영상관’ 개관을 준비하는 시점이다. 이런 사업은 보통 10년 단위로 진행된다. 긴 안목으로 보되 토대를 잘 닦으려 한다.”

 

―자료원의 역할 변화에 대한 고민은.

 

“자료원은 기본적으로 수집·보존 기관이다. 한국 영화사는 본래 유실된 자료로 단절이 많았다. 자료원에서 전 세계 아카이브를 돌며 사라진 영화를 찾아온 시기가 약 20년 전이었다. 그때 발굴된 자료들이 이후 연구의 큰 토대가 됐고, 끊어졌던 영화사를 잇는 역할을 했다. 이후 파주 보존센터를 열며 보존 기능을 확립했다. 지금은 상황이 또 달라졌다. 한국어 콘텐츠가 세계의 중심에 섰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대중음악 등 영역도 아카이빙과 보존, 복원의 필요성이 커졌다. 자료원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영화 외 영역까지 확장이 불가피하다.”

 

―영화 관련 기관이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시설을 만드는 게 적절할까.

 

“지금 이 순간에도 소중한 대중문화 자산들이 망실되고 있다. 개인 소장가들은 있지만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존하는 시스템은 없다. 한곳에 모아두는 작업도 없었다. 1974년 한국필름보관소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자료원은 수십 년간 수집과 보존 노하우를 축적해온 기관이다. 산발적으로 흩어진 것을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초기 영화사를 보면 한국의 대중 문화는 계속 교류했다. 자료원 프로그래머로 있을 때 김태용 감독 등과 함께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안종화, 1934)를 변사, 뮤지컬 배우, 악단이 참여하는 공연으로 만든 적이 있다. 초기 영화에선 변사 해설 중간 가수가 노래를 했고, 악극단 배우와 창작자들이 영화계로 들어오며 산업이 확장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영화와 드라마, 공연 인력들이 서로 섞인다. 한국영화의 힘이 이전보다 약해졌다고는 하나 여러 K콘텐츠 제작진이 영화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면도 있다. 명분은 충분하다.”

 

―영화 수집 측면의 과제는.

 

“영화 필름 의무 제출제도가 법으로 안착한 것이 1996년이다. 그 이전 작품들은 여전히 비어 있다. ‘아리랑’(나운규, 1926), ‘만추’(이만희, 1966) 같은 유실 작품을 찾는 건 계속 과제로 남아 있다. 독립영화도 고민이다. 상업영화는 줄고 독립영화 제작편수는 늘고 있다. 하지만 독립영화는 일부 영화제 수상작 중심으로 선별 수집하는 상황이다.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 OTT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OTT 콘텐츠를 자료원이 수집해야 하느냐는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문제다. 법적 근거도 없어 현재는 기증 위주로 수집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영국 BFI 같은 기관이 플랫폼과 협업해 정기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우리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영상 포맷에 대한 대응도 필요한데.

 

“쇼트폼, VR, AI 등 새로운 형식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어디까지를 수집 대상으로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자료원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학계와 업계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 연례 FIAF(국제영상자료원연맹) 총회를 보면 전 세계 아카이브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장 /2026.04.14 최상수 기자
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장 /2026.04.14 최상수 기자

―아날로그 필름 보존 상황은.

 

“자료원 본연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아날로그 필름 보존 예산이 계속 줄고 있다. 필름 영화가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필름 보존을 할 수 있는 기관은 자료원이 유일하다. 전통적인 보존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대민 서비스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자료원은 매우 특수하고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지만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관내 시네마테크, 영화 박물관, 영상 도서관을 하나의 일관된 경험으로 연결해 제공하려 한다. 하루 종일 머물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해외 관람객들도 쉽게 접근해 한국 고전영화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밍도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나.

 

“과거와 현재, 시네필적 가치와 대중성 사이의 균형은 늘 고민이다. 시네마테크의 숙명이다. 다만 단순히 ‘옛날 영화라서 소중하다’는 설득은 통하지 않는다. 지금 관객이 왜 봐야 하는지, 그 의미를 계속 찾아줘야 한다. 시네마테크는 과거를 현재로 소환하는 공간이다. 옛날 영화를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로 다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고전영화 채널은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5만을 돌파했다.

 

“고무적인 일이다. 프로그램팀이 선보이는 큐레이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그저 펼쳐놓는다고 사람들이 보지는 않는다. 어떻게 선택하고 맥락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 참고로 한국영상자료원의 KMDb(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이용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선 한국영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고, 자료원이 20여년간 DB를 운영하며 신뢰성을 높여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임기 초반 주안을 둘 점은.

 

“자료원이 영화 업계와 조금은 멀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자료원은 공공기관이지만 동시에 영화 기관이기도 하지 않나. 직접적인 지원 제도가 있는 건 아니어서 제작·창작에 영향을 주는 기관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간접적 역할은 분명히 있다. 독립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고, 사라져가는 유·무형 기록을 모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와의 소통이나 교류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 원장은 자료원에서 9년간 프로그래머로 근무했으나 2016년 프로그램 업무에서 배제되는 방식으로 직무 전환성 인사 조치를 받았다. 이에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사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이 일부 문화예술인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고, 모 원장은 당시 자료원 직원으로 유일하게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는 해당 인사조치가 “원장의 인사권을 활용한 특정 직무에서의 배제로, 인사에서 불이익을 준 차별적 조치였다”고 결론 내렸다.

 

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장 /2026.04.14 최상수 기자
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장 /2026.04.14 최상수 기자

―블랙리스트 피해 경험을 어떻게 회상하나.

 

“당시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했다. 나중에야 내가 리스트에 있었다는 걸 알았다. 조직 구성원들도 대부분 몰랐다. 모두가 어떤 의미에서 피해자였다. 지금 직원들 중 절반 정도는 사태를 경험한 분들이다.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남아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제가 돌아온 것이 함께 극복하고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실은 퇴사해서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아주 즐겁게 일했다.(웃음) 예전에는 프로그래머로 기획을 성공시키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장은…

 

●1969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화영상이론학 석사, 동대학원 애니메이션 이론학 박사 수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 ●서울인디애니페스트 프로그래머·집행위원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부 팀장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2026년 3월∼ 한국영상자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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