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기원 전통의례 ‘다례제’로 포문
도자 탄생 형상화 ‘파이어댄스’ 눈길
도예 명장 숨결 닿은 작업실 개방도
승마·물레체험·도자기컵 만들기 다채
공방 100여곳 참여… 축제 공간 확대
QR 모바일 지도·순환버스 편의 제고
경기 이천시의 봄은 도자기축제의 흙 내음과 함께 찾아온다.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도석(陶石)의 단단함이 불의 세례를 거쳐 예술로 피어나는 곳, 바로 이천이다. 올해 이곳의 봄은 여느 때보다 뜨겁고 특별하다. 한국 도자 문화의 정수를 지켜온 이천도자기축제가 불혹(不惑)의 나이, 마흔살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1987년 소박한 지역축제로 시작한 이천도자기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 도자산업의 지표를 제시하는 글로벌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40주년을 맞은 올해, 축제는 ‘전통의 계승’이라는 뿌리 위에 ‘시민과의 공존’이라는 꽃을 피우며 더 큰 도약을 준비 중이다.
◆흙과 불로 빚은 도자기축제 40년
흙과 불로 빚은 ‘제40회 이천도자기축제’가 화려하게 도약한다. 24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이천도자예술마을과 사기막골도예촌 일원에서 열리는 축제는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혜택을 선보인다. 도예명장들의 혼이 담긴 작업세계를 현장에서 지켜보고, 풋풋하고 개성 넘치는 학생들의 졸업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은 이천 도자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통가마의 불꽃이 살아 있는 사기막골 남양도예에서 열리는 환영 리셉션은 향연의 백미다. 이향구 명장이 지키는 가마 앞에서 올리는 다례제는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엄숙한 의례이자 이천이 지켜온 흙과 불의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이다.
정적인 전통의 의례 뒤에는 동적인 현대 예술이 기다린다. 벨기에 소로다 재단의 현악 5중주가 선사하는 클래식의 선율, 뮤지컬 배우들의 갈라 공연은 축제의 품격을 끌어올린다. 특히 도자의 탄생 과정을 몸짓으로 형상화한 ‘파이어 댄스(Fire Dance)’ 퍼포먼스는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천 도자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역동하며 변화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프로그램은 단연 ‘명장의 작업실’이다. 한국의 도자 명장 17명 중 8명이 이천에서 활동 중이라는 사실은 이천의 자부심이다. 축제장 내 대형 텐트에 마련된 공간은 명장들의 작업과정을 유리 벽 너머가 아닌,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흙을 고르고 물레를 돌리는 명장의 거친 손마디에서 관람객들은 도자가 결과물이 아닌 ‘기다림과 반복의 예술’임을 깨닫는다.
한쪽에서는 도자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실험적 시도 역시 펼쳐진다. 장인보 감독이 참여하는 ‘인공지능(AI) 세라믹 팝업 전시’는 AI가 해석한 도자의 미학을 선보인다. 수천년을 이어온 전통의 문법과 첨단기술의 상상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도자의 확장성은 벽을 넘는다. 여기에 최근 미식계에서 화제가 된 우관스님의 사찰음식 체험은 ‘그릇’으로서의 도자가 가진 본연의 쓰임새와 ‘삶의 미학’을 체감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명장의 손끝에서 AI의 상상력까지
이천도자기축제 40주년을 기념하는 ‘아카이브관’은 축제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빛바랜 초기 포스터부터 해외 교류 도시에서 보내온 기념품들까지, 지난 40년의 기록은 이천이 어떻게 세계적 도자 도시로 성장했는지를 대변한다.
이 전시는 과거의 회고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세라믹기술원전과 연계해 도자가 첨단산업의 소재로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다음 40년을 향한 질문을 던진다.
고무적인 건 이번 축제가 ‘시민참여형’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소상공인 플리마켓, 도심공원 승마체험, 예술로62 마켓 등은 축제를 도예인들만의 잔치가 아닌 지역 주민 모두의 축제로 확장한다. 주민이 즐거워야 방문객도 즐겁다는 ‘지속 가능성’의 원칙이 축제 곳곳에 녹아 있다. 고려청자 3D 퍼즐 맞추기, 도자기 컵 만들기, 물레 체험, 다육식물 도자기 화분 등의 행사도 마련됐다.
축제의 규모가 커진 만큼 관람객을 위한 배려도 세심하다. QR코드 기반의 모바일 지도와 마을 순환버스는 광활한 축제장을 누비는 방문객들의 발이 되어 준다. 스마트한 운영 지표(Wi-Fi 방문객 통계 분석)를 도입해 혼잡도를 관리하는 모습에서 축제의 성숙함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축제의 가장 큰 변화는 ‘공간의 확장’이다. 특정 구역에 집중됐던 구성을 과감히 탈피해 ‘예스파크’ 3개 마을과 연계된 판매 공간은 약 900m에 달하며, 100여개 공방이 축제의 전면에 나선다.
이제 방문객은 단순히 도자기를 ‘구매’하러 오는 손님이 아니다. 마을의 구석구석을 거닐며 작가의 숨결이 닿은 작업실을 구경하고, 그들과 차 한 잔을 나누며 도자의 가치를 공유하는 ‘체류형 여행자’가 된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도자 플랫폼이 된 셈이다.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지속 가능한 축제 모델 역시 구축됐다.
◆청동기부터 이어진 도자의 숨결
경기 동남부에 자리한 이천은 역사와 문화의 고장이다. 1894년 갑오경장 때 이천군으로 근대 행정구역에 처음 편입된 뒤 1996년 이천시로 승격했다.
동서 27㎞, 남북 36㎞의 표주박형으로 곳곳의 구릉 사이로 천을 따라 비옥한 토양을 자랑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고령토와 점토는 청자나 백자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 주변 산들은 가마를 땔 때 필요한 엄청난 양의 장작을 공급했고, 남한강 수로는 도자기 운송에 유리한 강점을 지녔다.
청동기 무문토기, 조선시대 왕실 도자기의 영향을 받던 이곳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전통 도자의 맥이 끊길 위기에 명맥을 보존하는 피난처 역할을 했다. 1950~1960년대 한국 도자기의 중흥을 꿈꾸던 도예가들이 이천으로 모여들면서 사라져 가던 청자와 백자의 재현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이천은 이런 도자 문화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UNESCO) ‘공예 및 민속예술 분야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40년 전, 이천의 도예인들이 가마에 불을 지피며 품었던 꿈은 이제 현실이 됐다. 이번 축제는 전통의 무게를 잊지 않으면서도 현대의 감각을 수용하고, 시민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친근한 예술’의 면모를 보여줄 전망이다. 이곳에서 빚어지는 건 단순히 흙 그릇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세계로 발신하는 뜨거운 열정이다.
◆김경희 이천시장 “과거·미래 공존의 무대 도자 예술 향연 즐겨요”
“올해 40주년을 맞는 이천도자기축제는 새로운 출발을 알릴 겁니다.”
김경희(사진) 경기 이천시장은 “이천은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곳을 넘어 전통이라는 원석을 현대라는 감각으로 깎아낸 거대한 아카이브와 같은 도시”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19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이번 축제는 작가와 소비자가 만나 숨을 쉬는 상생의 장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흙의 질감을 배우는 교육의 장, 어른에게는 장인정신이 깃든 도자의 미학을 만끽하는 휴식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흙과 불이 빚어낸 도시 이천에서 펼쳐지는 도자 예술의 향연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앞서 김 시장은 지난 15일 시 직원, 실무위원들과 함께 행사장 운영 전반에 대한 마지막 점검에 나섰다. 이들은 주요 동선과 시설물 관리 상태를 살핀 뒤 전시·판매·체험 부스의 현황을 확인했다. 관람객 편의시설과 주변 교통, 응급의료 체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동절(5월1일)부터 어린이날(5월5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기간에는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안내 표지판 추가 설치, 휴식공간 확충, 행사장 혼잡 구간 관리 등 인파 밀집에 대비했다.
김 시장 목소리에는 자부심과 설렘이 교차했다. 그는 “안전한 축제장을 조성해 누구나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대표 축제의 위상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4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견뎌온 이천도자기축제가 올해 어떤 새로운 옷을 입고 시민과 방문객을 맞이할지 보여주는 듯했다.
김 시장은 “이번 축제의 핵심 키워드는 기록과 확장”이라며 “40주년을 기념하는 아카이브관이 보여주듯 과거를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는 앞으로 어떤 미래를 빚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출발점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축제는 과거의 축적과 미래의 가능성이 공존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마지막으로 “명장들이 흙을 만지고 물레를 돌리며 불과 씨름하는 숭고한 과정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명장의 작업실’을 꼭 들러보길 권한다”면서 “온 가족이 즐기는 도자 체험과 마켓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로봇 마라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20/128/20260420518421.jpg
)
![[조남규칼럼] 보수 궤도 이탈한 국민의힘](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23/128/20260223518313.jpg
)
![[기자가만난세상] 또 부산 돔구장 公約?… 희망고문 그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16/128/20260416528118.jpg
)
![[김동기의시대정신] 2500년 전 이스라엘<히브리 민족>은 이란<페르시아>을 예찬했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09/128/20260309519435.jpg
)








![[포토] 하츠투하츠 카르멘 '상큼 발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16/300/2026041652279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