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16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당시 자민련 명예총재이던 김종필(JP·2018년 별세)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 이인제(77)가 설전을 벌였다. 1998년 김대중(DJ)정부 출범 후 DJ의 민주당과 JP의 자민련은 이른바 ‘공동 정부’를 꾸리고 2년가량 함께 국정을 운영했다. 그런데 의원내각제 개헌을 둘러싼 DJ와 JP의 견해차 탓에 2000년 초쯤 되면 양당의 공조는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총선이 다가오며 민주당은 자민련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충청권 표심 공략에 나섰다. DJ의 신임이 두터웠던 이인제가 선봉에 섰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JP는 오랫동안 충청권의 맹주로 불렸다. 논산에서 태어난 이인제 역시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통했다. 정계 대선배인 JP를 겨냥해 이인제가 먼저 공격을 가했다. JP를 “서산(西山)에 지는 해”, 스스로를 “새로운 태양”에 각각 비유한 것이다. JP는 그런 이인제를 가리켜 “십수 년 전에 고향을 떠난 사람이 요즘 왔다 갔다 한다”고 꼬집었다. 이인제가 1980∼1990년대 경기도에서 지역구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지낸 점을 들어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판한 셈이다.
선거 결과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133석으로 원내 1당을 수성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115석에 그쳐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민주당으로선 다시 자민련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총선을 거치며 틀어진 JP와 이인제 간에도 화해가 이뤄지는 듯했다. 2001년 들어 이인제는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JP에게 찬사를 바쳤다. 이에 대한 JP의 화답이 저 유명한 “(서산에 지는 해이더라도) 석양을 붉게 물들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말이다. 2001년 9월 민주당과 자민련의 이른바 ‘DJP 연합’은 끝내 붕괴하고 만다.
2017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홍준표(71) 전 대구시장이 17일 이재명 대통령의 초대로 청와대를 방문해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대통령과 만나기 전 홍 전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이제 70대 황혼기에 들어섰다”며 “붉게 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처럼 내 마지막 인생은 나라를 위한 열정으로 살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과거 JP의 ‘석양을 붉게 물들이고 싶다’ 발언이 떠오른다. 2025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 전 시장의 ‘라스트 댄스’ 무대는 과연 어디가 될지 궁금하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美 트리폴리 강습상륙함](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16/128/20260416526565.jpg
)
![[기자가만난세상] 또 부산 돔구장 公約?… 희망고문 그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16/128/20260416528118.jpg
)
![[조경란의얇은소설] 뭔가 해야 한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2/128/20260402520459.jpg
)
![[삶과문화] 사월이 남긴 질문](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05/128/20260205519582.jpg
)







![[포토] 하츠투하츠 카르멘 '상큼 발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16/300/20260416522796.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