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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선생님, 저 문제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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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화여자대학교 호크마교양대학에서 수업 조교로 일하고 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일을 겪는다. 그중 하나가 중국인 학생이 한국인 교수에게 “교수님, 전 문제가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표현은 학부생들만 쓰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전공의 대학원생들 가운데서도 이렇게 말하는 학생이 있다.

그런데 중국 학생들의 이 말은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중국어에서 ‘문제’(??)는 보통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답하거나 설명해야 할 내용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이 문제는 대답하기 어려워요”라고 할 때의 문제로 영어의 question에 가깝다. 다른 하나는 사고, 곤란, 고장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이 기계는 자꾸 문제가 생겨요”라고 할 때의 문제로 영어의 problem에 가깝다.

다시 앞의 사례로 돌아가자면, 학생이 교수에게 실제로 전달하고 싶었던 뜻은 수업 내용 가운데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추가 설명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중국어에서는 “선생님, 저 문제(??) 하나 있어요”라는 표현이 아주 자연스럽게 쓰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중국 학생은 이를 한국어 한자어로 자연스럽게 옮겨 말한다. 그러나 한국어에서 더 자연스럽고 정확한 표현은 ‘질문’이다. 따라서 “교수님, 저 문제 하나 있어요”보다는 “교수님, 질문 하나 있어요”라고 말하는 표현이 정확하다.

실제로 나는 몇몇 한국인 교수에게 중국인 학생이 “교수님, 저 문제 하나 있어요”라고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돌아온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수업이라는 맥락이 없다면 먼저 ‘무슨 일이 생겼나 보다’라고 생각한다. 학생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 것은 아닌지, 자신이 같이 해결책을 찾아 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결국 이 표현은 수업 시간 안에서는 어느 정도 뜻이 통할 수 있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탕자자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 박사과정
탕자자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 박사과정

돌이켜보면 나 역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비슷한 실수를 한 것 같다. 어느 날 한국인 친구에게 옷을 빨았더니 색이 빠졌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무심코 “탈색했어요”라고 말해 버렸다. 친구는 내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검은색인데 빨래해서 색이 연해졌다고 손짓까지 해 가며 설명했다. 그제야 친구는 “아, 색이 빠졌다고?” 하고 내 뜻을 알아들었다. 이 경우는 큰 오해로 이어지지 않았고 그리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그 단어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로는 나는 한자어를 사용할 때나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도 중국어 단어를 그대로 옮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더 의식하게 되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왜 이런 한자어 사용의 오해를 겪게 되는지 생각해 보면 결국 중국과 한국이 서로 닮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두 문화가 완전히 같다면 굳이 배울 필요도 없을 것이고 너무 다르다면 애초에 겹치는 부분이 없어 이런 식의 오해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서로 비슷하고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오해나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상호 문화를 배우기 전 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어 한자어를 잘못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학습 능력의 부족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호 문화를 배운 뒤에는 이런 오류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그 배경과 맥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인이 그런 잘못된 표현을 들었을 때 왜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한국어 교육에도 상호 문화적 관점이 필요한 것 같다.

 

탕자자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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