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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m 앞 대기업 습격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22년 동네 빵집 [이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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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글·사진 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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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중앙동 동네 빵집의 사투… CJ푸드빌, 언론 취재 시작되자 “가맹계약 해지” 발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입니다. 호텔 이용객 대상의 ‘인스토어’ 매장에 왜 외부 출입문이 따로 필요한 것입니까? 이것은 상생협약의 취지를 비웃는 명백한 침해입니다.”

 

지난 1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동네 빵집 앞. 이 빵집 사장 A씨는 22년 동안 빵을 구울 때 입던 앞치마 대신 기자회견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맞은편에는 ‘5월 입점’을 알리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뚜레쥬르’의 대형 펼침막이 호텔 건물 1층을 덮고 있었다.

 

뚜레쥬르 매장이 들어설 곳과 A씨 가게와의 직선거리는 불과 40여m. 22년 공들여 쌓은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데 필요한 거리는 단 ‘50걸음’에 불과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22년 동안 빵집을 운영하는 사장이 불과 40여m 떨어진 곳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들어오는 것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22년 동안 빵집을 운영하는 사장이 불과 40여m 떨어진 곳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들어오는 것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인스토어’라는 방패 뒤에 숨은 ‘변칙 출점’

 

원래대로라면 이 매장은 출점이 불가능했다.

 

2024년 체결된 ‘제과점업 상생협약’에 따르면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중소 제과점 인근 500m(비수도권 기준) 이내에 신규 출점할 수 없다.

 

골목상권의 최소한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한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해당 매장은 상생협약의 ‘예외 조항’을 파고들었다.

 

백화점이나 호텔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 내부에 들어서는 ‘인스토어(In-store)형’ 매장은 외부 상권과 분리됐다고 판단해 거리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문제는 호텔 1층에 들어설 매장이 외부 행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과 통유리 외벽을 갖췄다는 점이었다.

 

사실상 이름만 인스토어일 뿐, 실질적으로는 일반 로드숍과 다를 바 없는 구조였다.

 

◆“나쁜 선례 막아야”…22년 빵집 사장의 배수진

 

A씨가 운영하는 빵집은 화려한 마케팅은 없지만, 오랜 시간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인근의 한 소규모 카페는 대기업 진출 소식에 이미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단순히 빵집 하나가 망하는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골목상권을 잠식하는 ‘나쁜 선례’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울분을 토했다.

 

중재에 나선 동반성장위원회도 “협약 체결 당시 예견하지 못한 사례”라며 곤혹스러워했다.

 

특히 상생협약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자율 협약’이어서 대기업이 밀어붙일 경우 이를 막을 실질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이 갈등을 키웠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22년 동안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A씨 가게에서 불과 40여m 떨어진 호텔 1층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뚜레쥬르’가 5월 입점한다는 펼침막이 붙어져 있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이 펼침막은 철거됐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22년 동안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A씨 가게에서 불과 40여m 떨어진 호텔 1층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뚜레쥬르’가 5월 입점한다는 펼침막이 붙어져 있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이 펼침막은 철거됐다.

◆취재 시작되자 CJ푸드빌 ‘전격 철회’…남은 과제는?

 

언론의 취재와 지역 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CJ푸드빌은 고개를 숙였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지역 소상공인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상생에 힘쓰고자 해당 점포에 대한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계약금 반환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A씨 기자회견 후 호텔 외벽 통유리에 붙어 있던 개점 예고 펼침막은 철거됐다.

 

대기업의 철회로 일단락됐지만, 이런 변칙 매장 출점 시도 사례는 현행 상생협약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소상공인들은 인스토어형 매장의 경우 ‘외부 출입문 설치 금지’나 ‘외부 홍보 제한’ 같은 구체적인 조건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자율 협약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위반 시 강력한 사회적 페널티를 부여하는 등 법적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오늘 이 자리는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무너지는 기준을 바로 세우기 위한 자리”라는 A씨 호소가 창원의 한 동네 빵집 사장의 절규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공정의 가치를 묻는 묵직한 메시지로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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