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과 달리 주·월 단위 주문
주사기·수액팩·장갑 비축분 ‘바닥’
“가격 15배 뛰어도 없어서 못 사”
소규모 한의원·동물병원도 비상
공급업체 “물량난에 영업익 급감”
약사들은 “약 포장지 부족” 호소
“정부, 3개월분 이상 처방 제한을”
14일 서울에서 10여년째 이비인후과를 운영 중인 김모(49) 원장은 거래처 홈페이지를 보여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보여준 모니터 화면에는 주사기 가격 대신 ‘품절’이라는 붉은 글자만 선명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조짐을 보이던 수급 불안이 4월 본격화한 것이다. 김 원장은 “주사기 남은 재고가 2개월치 정도”라며 “이제 수액팩, 장갑 등의 재고도 곧 바닥이 보일 텐데 얼른 중동 사태가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중동발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의료 소모품 수급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주사기, 라텍스 장갑, 수액팩 등 주요 의료용품의 원료가 대부분 나프타 등 석유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위생과 감염 관리가 생명인 병원 특성상 대부분의 제품이 일회용으로 소모된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결렬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일부 병의원에선 물량 확보를 위한 ‘사재기’ 움직임까지 나타나며 상황은 악화 일로다.
의료물품 대란은 특히 중·소형 병원에 집중되고 있다.
공급업체와 연 단위로 계약하는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 비해 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주문을 하는 중·소형 병원은 재고가 적기 때문이다. 가장 부족한 물품은 약을 주입하고 채혈하는 주사기다. 이외에도 수액 세트, 수술용 라텍스 장갑, 드레싱용 폴리 글러브 등의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가정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이모(42)씨는 “주사기를 하루 100개 정도 사용하는데 지금 재고로는 한 달도 버티기 힘들다”며 “평소 보름마다 여유를 갖고 주문하는데 주문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통증의학과에 근무하는 50대 정모 실장은 “평소 월 20박스 정도 시켰는데 지금은 10박스 주문해도 2박스밖에 안 온다”며 “가격도 원래 1박스 9900원이던 게 15만원으로 뛰었다”고 전했다. 한 병원관계자는 “중동정세가 더 길어질 경우 의료물품 수급대란이 범국가적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며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의원, 동물병원 사정도 같다.
라텍스 장갑과 주사 등을 대량으로 사용하는데 일반 병원보다 규모가 작아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한의사 임모(43)씨는 “현재 한약 팩도 품절이고 이제 추출보자기도 다 품절이다”며 “부황기, 일회용 부황컵도 거의 품절이라 환자를 어떻게 봐야 하나 걱정”이라고 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거래처에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물품을 주문하거나 웃돈을 주고 다른 루트를 알아보는 등 사재기 움직임까지 있다.
여기저기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공급업체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재료값과 운임비가 폭등한 데다 환율까지 악화하며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든 탓이다. 20여년째 의료용품 공급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48)씨는 “유가에 환율까지 안 좋아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어 이전 수준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영업이익도 3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확보 가능한 물량이 적으니 계약이 돼 있는 대형병원에 납품하고 나면 남는 재고가 없어 웃돈을 준다고 해도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는 약 포장지와 시럽병 등 의료 소모품 부족 우려가 커지자 최근 보건복지부에 ‘3개월분 이상 장기처방은 자제하도록 확실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약사회는 지난 10일 ‘수급불안 조제용 소모용품 대응 안내’ 공문을 전국 약국에 배포하고 대응 방안도 공유했다. 약사회는 수급대응팀을 구성해 복지부?산업통상부와 공조 체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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