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육상 사상 첫 ‘20초 벽’ 돌파…초속 1.7m 정식 기록으로 공인
17년 전 베를린. 인류의 한계를 19초19로 정의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등극했던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그가 쌓아 올린 철옹성 같은 제국에 마침내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전설이 닦아놓은 길 위로 볼트의 18세 시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괴물 소닉’ 가우트 가우트(18·호주)가 등장하면서다.
가우트는 12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26 호주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67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정상에 올랐다. 2007년 12월생. 이제 막 고교 졸업반 나이인 18세 소년이 ‘차세대 황제’로 불리던 에리욘 나이튼의 20세 이하(U-20) 세계 기록(19초69)을 0.02초 앞당기며 육상계의 판도를 뒤흔든 순간이었다.
가우트의 질주가 경이로운 이유는 ‘전설’ 볼트의 성장 곡선을 완전히 추월했다는 점에 있다. 볼트가 18세이던 2004년 작성한 200m 최고 기록은 19초93. 가우트는 이번 레이스에서 이보다 무려 0.26초나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다. 호주 육상 역사상 최초로 ‘20초의 벽’을 허문 것은 물론, 전설의 유산마저 위협하기 시작한 셈이다.
그간 가우트를 괴롭힌 것은 상대 선수가 아닌 ‘바람’이었다. 지난해 19초84, 비공식 경기에서 19초49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찍고도 매번 기준치(초속 2m)를 초과한 뒷바람 탓에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순풍 초속 1.7m의 허용 범위 내에서 실력을 공인받으며 그간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완벽히 털어냈다.
가우트는 “19초75를 목표로 머릿속에 ‘나는 할 수 있다’를 되뇌었는데, 실제로는 19초67이 나왔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며 기쁨을 만끽했다. 쏟아지는 찬사 속에서도 대범함은 잃지 않은 그는 “세계 최고와 비교되는 것은 영광이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달릴 뿐이다. 트랙 위에 서면 오직 나와 트랙, 그리고 스파이크만 존재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제 전세계 육상계의 시선은 19초19라는 인류의 한계를 향해 성큼 다가선 이 18세 소년의 발끝에 쏠리고 있다. 17년 전 베를린에서 멈춰 섰던 시간의 바늘이 다시 돌기 시작했다. ‘번개’의 잔상이 머물던 트랙 위로,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길을 향한 ‘괴물 소닉’의 거침없는 질주가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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