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는 집, 농장, 학교, 교회가 있던 자리를 정부 자금으로 사들여 조성한 100만평 규모의 인공 공원이다. 설계자 프레더릭 옴스테드는 공원을 도시의 ‘녹색병원’이라 불렀다.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민의 행복과 건강이 증진되며, 공원이 일상의 근심에서 벗어나게 하고 신체적·정신적 활력을 높인다고 믿었다. 150년이 지난 지금, 뇌과학과 보건학은 그의 직관을 뒷받침한다. 물과 녹지가 어우러진 공간이 인간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고 인지기능을 회복시킨다는 ‘블루 스페이스’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지금 한강버스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비용 대비 효율, 대중교통으로서의 실효성 등이 주된 쟁점이다. 그러나 이 잣대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나무를 보느라 숲을 잃는 시각이다. 옴스테드의 직관처럼 한강버스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정서적 안정과 정신적 회복탄력성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2010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아침마다 호수를 건너 배로 출퇴근했다. 수면 위를 가르는 바람과 풍경의 감각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신경과학자 노먼 도이지는 뇌가 매일의 환경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된다고 말한다. 단조로운 환경은 뇌를 위축시키지만, 풍성한 감각 경험은 신경회로를 확장하고 강화한다.
이를 도시공간에 적용하면 도시설계는 공학과 행정의 문제를 넘어 시민의 정신건강과 직결된 공중보건의 문제가 된다. 한강버스는 단순한 배가 아니다.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물결의 리듬, 계절의 바람과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뇌를 깨우는 풍성한 감각자극이다. 이는 시민의 정서적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이동하는 치유공간’이자 도시 인프라인 것이다.
파리의 센강, 런던의 템스강,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등 세계적인 도시들은 하나같이 강을 도시 정체성의 중심에 놓는다. 2023년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한강은 48.3%의 응답률로 서울의 랜드마크 1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한강은 오랫동안 시민에게 ‘바라보는 강’에 머물러 왔다. 한강버스는 그 강을 ‘살아가는 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며, 서울이 어떤 도시이기를 원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선언이다.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서 이혼한 부부는 아이의 양육권을 두고 법정다툼을 벌인다. 아버지 쪽은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경제적 능력, 시간, 안정성 등 항목별로 따지면 어머니 쪽이 유리한 조건이 많다고 보아 그는 양육권을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정작 마음을 바꾼 것은 엄마였다. 모든 조건과 수치를 내려놓고, 그녀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아이가 가장 행복한 곳은 어디인가?” 숫자가 아니라 삶의 질이 기준이 된 순간, 결론은 달라졌다. 우리도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서울시민이 가장 행복한 도시는 어떤 도시인가?”
1999년 단 한 척으로 출발한 런던 템스 클리퍼스는 교통당국조차 회의적이었지만, 끊임없는 보완 끝에 연간 400만명이 찾는 명물이 됐다. 초기의 시행착오가 전부가 아니다. 어렵지만 올바른 길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되 방향은 지키는 것이다. ‘시민이 행복한 도시’라는 대전제는 정권이나 리더의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돼야 한다. 한강버스가 수변 교통의 세계적 표준이 되는 날, 그렇게 서울의 품격은 완성될 것이다.
김주연 홍익대 교수 한국공간디자인단체총연합회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납득 어려운 장동혁의 미국행](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13/128/20260413520470.jpg
)
![[김기동칼럼] 추경의 정치화](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13/128/20260413520409.jpg
)
![[기자가만난세상] 스포츠를 넘어 돈 되는 공연장으로](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13/128/20260413520292.jpg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트럼프의 미국은 진짜 미국인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13/128/20260413519922.jpg
)







![[포토] 앤 해서웨이 '아름다운 미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8/300/20260408512438.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