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미국인이란 이유만으로 교황에 옹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이란 전쟁에 비판적인 레오 14세 교황을 겨냥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애초 교황 후보 명단에조차 없었다”며 인신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2025년 5월 즉위한 레오 14세는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다.
트럼프는 1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범죄 문제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은 형편없다”는 말로 교황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범죄 문제’란 베네수엘라를, ‘외교 정책’이란 이란을 각각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올해 초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특수부대를 보내 마약 범죄 혐의를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자 ‘주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 및 핵 능력 제거를 명분 삼아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에 돌입하자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성토했다.
트럼프는 “미국에 막대한 양의 마약을 유입시키는 베네수엘라를 미국이 공격한 것을 끔찍한 일이라 생각하는 교황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괜찮다고 생각하는 교황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레오 14세가 첫 미국인 교황이란 점을 의식한 듯 트럼프는 “나는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교황도 원치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레오 14세를 향해 “교황 후보 명단에조차 없었고 단지 미국인이란 이유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여겨 그들(가톨릭 추기경들)이 그 자리(교황)에 앉힌 것”이라고 모욕적 언사를 퍼부었다. 심지어 “레오는 감사해야 한다”며 “내가 백악관에 없었다면 레오는 바티칸에 있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폈다.
올해 들어 교황청과 백악관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베네수엘라 및 이란 문제에 대처하는 교황의 태도가 트럼프를 자극한 측면이 크다. 물론 이 말고도 몇 가지 갈등 요인이 더 있다. 트럼프는 중동 가자 지구의 평화를 정착시킬 목적으로 새 국제기구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를 발족하며 교황청의 참여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백악관은 올해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 행사에 교황을 초청했는데, 레오 14세는 이마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국방부는 자국 주재 교황청 대사를 불러들여 “가톨릭 교회는 미국 편에 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자리에선 심지어 약 700년 전 중세 유럽의 ‘아비뇽 유수’(1309∼1378)까지 언급됐다고 한다. 유수(幽囚)란 한자 그대로 ‘잡아 가둔다’는 뜻이다. 강대국 프랑스가 군사적 위협으로 교황청을 굴복시키고 프랑스인 교황 즉위를 관철함과 동시에 이탈리아 로마에 있던 교황청을 아예 프랑스 남부 아비뇽으로 옮긴 사건이 바로 아비뇽 유수다. 이 기간 탄생한 교황들은 모두 프랑스인으로, 사실상 프랑스 국왕의 지배 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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