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벌써 3명 ‘안타까운 순직’
李 “헌신에 머리 숙여 경의” 애도
세 자녀 아빠·예비신랑 ‘희생’… 14일 영결식
훈장 추서… 현충원에 안장 추진
“희생 방지 위한 안전대책 보완을”
전남 완도의 한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유증기 폭발로 고립돼 숨졌다. 숨진 대원들은 각각 세 자녀를 둔 베테랑 소방관이자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올해 들어 화재 진압 과정 중 순직한 소방관은 3명으로, 반복되는 희생을 막기 위한 안전대책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12일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5분쯤 완도군 군외면 한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국은 오전 8시31분 선착대를 투입하고 오전 9시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나섰다. 초기 진화에 나섰던 대원들은 내부 진화 후 1차 철수했으나, 건물 내부에서 연기가 다시 확인되면서 2차 진입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건물 천장에 체류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증기가 폭발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현장 지휘부는 즉각 대피를 지시했지만 짙은 연기와 급격한 화염 확산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원 7명 중 2명이 탈출하지 못하고 내부에 고립됐다. 수색에 나선 당국은 오전 10시2분 숨져 있는 완도소방서 소속 A(44) 소방위와 오전 11시23분 해남소방서 지역대 소속 B(30) 소방사를 각각 숨진 채 발견했다. 숨진 소방위는 1남2녀를 둔 가장이었고, 소방사는 오는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소방 당국은 이들 영결식을 전남도지사장(葬)으로 치르고 옥조근정훈장 추서·국립현충원 안장을 추진키로 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유가족과 동료들의 추모를 위한 빈소는 완도대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합동분향소는 13일 오후 1시부터 완도문화예술의전당에 설치되며 영결식은 14일 오전 9시 완도군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이날 사고로 올해 화재 진압 과정 중 순직한 소방관은 3명으로 늘었다.
앞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소재 자동차 공업사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고양소방서 소속 성치인 소방경은 4개월간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달 3일 숨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6∼2025년) 화재진압 등 현장구조임무를 수행하다가 순직한 소방관은 총 31명으로 연평균 3.1명꼴이다. 연도별로는 2016∼2017년 각 2명, 2018년 7명, 2019년 8명, 2020년 2명, 2021∼2022년 각 3명, 2023∼2024년 각 2명이다. 근무유형별로는 화재진압 중 숨진 소방관은 13명으로 가장 많고 구조·항공사고·생활안전 각 5명, 교육훈련 2명, 구급 1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가장 위험한 현장으로 달려가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하셨다. 그 용기와 헌신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정부는 이번 사고를 엄중히 받아들이며, 모든 현장인력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완도 화재는 내부에서 진행되던 에폭시 페인트 제거 작업 중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는 “공장 페인트 제거 작업 중 토치를 사용하던 중 불이 났다”는 관계자의 진술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토치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불꽃이 휘발성 물질에서 발생한 유증기에 착화돼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화에는 인력 115명과 장비 39대가 투입됐으며 불은 오전 11시26분 완전히 꺼졌다.
전문가들은 현장 장비와 위치추적, 실시간 지휘 체계를 전반적으로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소방관이 위험에 처했을 때 이를 지휘부와 구조 대응팀에 즉각 알리고 구조 대상 대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신속 투입이 가능한 전담 구조팀을 운영하고 현장 상황을 잘 아는 지휘관의 판단을 존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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