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이른바 ‘리얼돌’을 일괄적으로 수입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다만, 대법원은 리얼돌이 특정 부위를 왜곡되게 표현하거나 미성년자의 모습을 본 뜬 것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3일 최근 수출입 회사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A사는 지난 2020년 3월 리얼돌 3개의 수입을 신고한 뒤 세관당국으로부터 통관 보류 처분을 받자 같은 해 11월 이번 취소 소송을 냈다.
관세법 234조 1호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의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 세관당국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만큼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고 평가했다.
문제가 된 리얼돌 3개는 성인 여성 전신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길이는 132~148㎝, 무게는 25~41㎏ 사이였으며 사람의 피부색과 유사한 색깔을 띄는 실리콘 재질이었고 특정 신체 부위를 상세하게 묘사했다.
대법원은 2019년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도 대법원은 1, 2심에 이어 유통업체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용 목적과 주체 등을 조사하지 않고 물품의 외관 검사 결과만으로 보류 처분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우선 리얼돌에 대해 “그 자체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해 음란성을 띠거나,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성행위 도구’에 해당한다면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서 통관 보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 리얼돌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서 성행위 도구로 은밀하게 사용되지 않고 유통돼 사적인 공간 외에서 사용된다면 ‘풍속을 해칠 우려’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따라서 세관장으로서는 ‘풍속을 해칠 우려’를 이유로 리얼돌 통관 보류 처분을 하려면 해당 물품의 수입 목적, 사용 주체, 사용될 공간과 환경, 사용 방법 등을 조사해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볼 구체적 근거가 인정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사가 수입신고한 리얼돌의 경우 전체적으로 여성의 모습을 자세히 표현하고 있지만, 사람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해당 리얼돌에 대해 “수입 후 유통돼 사적인 공간 외에서 사용된다면 통관보류 사유로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세관이 해당 리얼돌 수입 목적, 사용 주체 등 ‘풍속을 해칠 우려’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구체적 근거를 조사하지 않고 외관 검사 결과만으로 처분했다는 점을 들어 “수입통관 보류 처분은 위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을 옳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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