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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가지마 살려내”…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오열 속 마지막 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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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글·사진 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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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전 꿀물을 혼자 타먹고 출근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왜인지 그날은 엄마와 제가 마실 꿀물까지 타놓으셨더라고요.”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의 마지막 발인이 30일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가운데 희생자의 빈소에 고인이 생전 회사로부터 받았던 감사패가 놓여 있다. 강은선 기자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의 마지막 발인이 30일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가운데 희생자의 빈소에 고인이 생전 회사로부터 받았던 감사패가 놓여 있다. 강은선 기자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오상열(64)씨의 발인식이 열린 30일 오전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오씨의 딸은 평소와 달랐던 아버지의 마지막 출근 날을 떠올리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지난 열흘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소리를 잃은 채 흐느낌을 이어가던 그는 “가족을 아꼈던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꿀물이었다”며 겨우 말을 이었다. 

 

화재 당일 오씨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전화를 거듭 걸었다. 신호가 이어지다 끊긴 시각은 오후 3시쯤. 오씨는 화재 발생 약 10시간 뒤인 21일 오전 0시20분쯤 2층에 불법 증축된 휴게실에서 다른 8명의 동료들과 함께 발견됐다.  

30일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의 마지막 발인이 엄수된 가운데 노동조합 동료들이 애도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30일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의 마지막 발인이 엄수된 가운데 노동조합 동료들이 애도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그는 1983년 9월 입사해 43년간 안전공업에서 금형 업무를 맡아온 숙련공이었다.

 

2022년 12월 30일 정년퇴임했지만 회사의 요청으로 계약을 연장해 4년째 근무를 이어왔다. 오씨의 아내 주씨는 “금형 일이 힘들다 보니 젊은 직원들이 배우기를 꺼렸고, 후배를 가르칠 숙련된 그의 손길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2022년 정년퇴임 당시 받은 것으로 보이는 감사패가 놓여 있었다. 감사패에는 “재직 기간 동안 보여주신 노고와 회사 발전에 기여해주신 데 깊이 감사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서서 일하는 고된 업무에도 오씨는 올해까지 근무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회사에 테이프 같은 비품을 요청했지만 지급되지 않아 사비로 구입한 적도 있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30일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의 마지막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강은선 기자
30일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의 마지막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강은선 기자

아내 주씨는 “예전에는 힘들다는 말을 잘 하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최근 들어 그런 얘기를 하며 올해까지만 일하겠다고 했다”며 “특히 ‘공장 환풍기에서 불이 자주 난다’고 했는데 이렇게 큰 사고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가슴을 쳤다.  

 

오씨는 퇴직을 앞두고 5년 전 전원생활을 위해 세종에서 충북 영동으로 이사했다.

 

그는 다정한 남편이자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였다.

 

주씨는 “아침 6시에 출근해야 하는데도 5시30분에 일어나 가족 식사를 챙기던 사람이었다”며 “밤 9시까지 일하고 돌아온 날에도 손녀와 3시간 넘게 종이접기를 해주던 할아버지였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직접 산타클로스로 변장해 손녀에게 깜짝 선물을 건넨 ‘아빠 같은 할아버지’였다.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의 마지막 발인이 이뤄진 30일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의 마지막 발인이 이뤄진 30일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사고 사실을 몰랐던 손녀는 지난 열흘 동안 매일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왔다고 한다.

 

회사 동료들에게도 그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주씨는 “연말까지 일한 뒤 퇴사하기로 마음먹고 ‘퇴사 전에 직원들에게 밥을 사는 게 버킷리스트’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결국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됐다”며 흐느꼈다. 

 

이날 발인식은 유교식으로 유가족과 친지, 직장 동료, 다른 희생자 유가족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발인 내내 오열하던 유족들은 고인의 관이 운구차로 옮겨지자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안 돼, 살려내”, “여보 가지 마”라고 울부짖었다. 오씨의 딸도 “아빠, 아빠”를 외치며 통곡했다.  

 

유족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의 마지막 발인이 이뤄진 30일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족 대표가 취재진에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의 마지막 발인이 이뤄진 30일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족 대표가 취재진에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유족 대표 송영록씨는 장례식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면 공장에서 화재가 잦았고 그때마다 자체 진화에 그쳤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라 판단해 대피가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소방시설 개선과 안전교육에 제대로 신경 썼다면 이런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명확한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오후 1시17분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동관에서 발생한 화재로 14명이 숨지는 등 모두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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