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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정년 60세’에 가로막힌 韓 외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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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외교안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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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0세 정년을 맞아 퇴임한 전직 대사와 최근 식사를 하면서 그의 식견, 경험에 적잖이 놀랐다. 중동에서만 20년 가까이 보낸 그는 현지 인맥을 촘촘히 꿰고 있었다. 누구와는 언제든 통화가 가능하고, 어떤 사안은 누구를 통해 풀어야 하는지 머릿속에 정리돼 있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지금 이런 인적 자산이 국익을 위해 활용되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떠올렸다.

 

우리 외교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면서도 정작 축적된 외교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십 년간 다양한 협상과 현장을 거친 외교관들이 나이를 이유로 퇴직을 하고, 그들의 경험이 사실상 사장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특히 중동이나 러시아, 중국처럼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지역일수록 경험의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리는 만 60세를 넘으면 조용히 현장을 떠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김태욱 외교안보부 기자
김태욱 외교안보부 기자

지역 전문가들이 현장을 떠나는 구조는 특히 비효율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특임공관장’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놓기는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지역 전문성보다 정무적 고려가 앞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정 선거 캠프 출신 인사들이 보은성으로 배치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정작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배제되는 모습이다.

 

우리와는 다른 일본의 접근 방식은 눈여겨볼 만하다. 대표적인 ‘러시아통’인 하라다 지카히토는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뒤에도 ‘일·러 관계 담당 정부대표’를 맡아 관련 현안에 지속적으로 관여해왔다. 65세로 공무원 정년을 늘리고 있는 일본이지만 하라다는 75세다. 미국의 경우는 더 체계적이다. 전직 외교관들은 퇴임 이후에도 싱크탱크와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전문성을 살린다. 미국의 프랭크 위즈너 전 대사 역시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주요 현안마다 코소보와 이집트 담당 특사로 재투입되며 소방수 역할을 했다. 전직 관료의 경험과 지식이 단절되지 않고 정책 현장에서 계속 활용되는 구조다. 퇴임 외교관 상당수가 퇴임과 동시에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며 그들만이 가진 경험과 네트워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우리와는 다른 구조다.

 

긍정적 변화가 없는 건 아니다. 이석배 주러시아 대사가 그런 사례다. 외교 공무원으로 평생을 살아오며 2019~2022년 주러 대사를 지낸 그는 보기 드문 ‘러시아통’으로 통해 이재명정부 들어 재임용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전문성이 뛰어난 인물을 다시 투입한 사례다.

 

일각에서는 전직 외교관의 재기용이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전현직 외교관은 역할을 분담하며 공존한다.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구조다.

 

외교부 관료들의 경험은 국가가 오랜 시간 투자해 축적한 자산이다. 이를 만 60세 정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괄적으로 현장에서 배제하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도 낭비다. 한번 형성된 네트워크와 전문성이 단절되는 순간, 외교력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재명정부는 4강(미·중·일·러)을 넘어 글로벌사우스로 외교 지평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현직 외교관뿐 아니라 전직 외교관의 전문성까지 함께 활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안보 리스크가 높아지는 지금, 전문성이 축적된 전현직 외교관에게 다시 손을 내밀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그것이 외교의 선진화를 이루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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