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간판 버리고 민주당으로 가는 영남 후보들
대구시장 자리도 안갯속…김부겸에 밀린 국힘
6·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국민의힘이 중도 민심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표심을 위해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 측과 절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당 지도부는 되레 ‘윤 어게인’ 성향 인사들을 전면에 세우는 모습이다. 폭행·체납 등 각종 논란을 빚은 인물이 청년 인재 선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막말 논란을 일으킨 대변인은 유임되면서 쇄신 요구와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데 이어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지선이 가까워질수록 당의 위기감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쇄신 외치더니…이혁재 청년 오디션 심사위원
이 같은 기류는 청년 인재를 선발하는 자리에서도 확인됐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광역의원 비례 청년 오디션’ 심사위원에 방송인 이혁재 씨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오랜 기간 공개 활동을 자제해 온 이 씨가 당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자, 당 안팎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씨는 2010년 룸살롱 종업원 폭행 사건으로 연예계 활동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2014년에는 2억원 이상을 체납해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여러 차례 채무 불이행으로 ‘빚투’ 논란이 불거지거나, 사기 혐의로 피소되는 등 금전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24년 비상계엄 이후에는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국민 참여형 검증을 표방한 취지와 맞지 않는 인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범죄·비리 전력이 있는 인물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당 지도부 기조와는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 씨도 자신의 과거를 의식한 듯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은 실수하고 실패한 청년들이 다시 일어설 기회의 나라가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비판은 겸허한 자세로 수용하겠다”면서도 “오늘만큼은 이 자리를 위해 준비한 청년들에게 시선을 돌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막말 논란’ 박민영 미디어대변인 재임명
국민의힘은 이날 박민영 미디어대변인도 재임명했다. 박 미디어대변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이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동조하는 메시지를 내온 데다 막말 논란까지 빚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인경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당 지도부와 (당내) 후보를 공개 비판하는 것에 대해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장 대표는 당 내부를 향한 비판은 지방선거 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대변인을 비롯한 모든 당직자는 후보들에 대한 비판을 멈추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서달라고 주문했다”며 “추후 그런 일이 있을 경우 강력 조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도부가 쇄신 요구를 외면한 채 내부 비판부터 막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당내 개혁 성향의 의원들은 8일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반대하는 결의문을 발표한 뒤, 후속 조치로 박 미디어대변인 등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해왔다. 오 시장도 공천 신청 접수 전 선제 조건으로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과 함께 이를 주장했다.
박 미디어대변인의 유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지도부 책임론도 나왔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의원들의 총의를 거스른 장 대표와 유임에 동의한 최고위원들은 지금이라도 결의문에서 이름을 빼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당을 욕보이지 말고 당장 사퇴하라”고 했다.
박 미디어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임 사실을 알리며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에 대해서도 깊이 공감하며 책임을 통감한다”며 “남은 임기 같은 실책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며, 더 좋은 활동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 보수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시각장애인 출신 비례대표 김예지 의원을 겨냥해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서 문제”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 1월에는 국민의힘 상임 고문단이 한동훈 전 대표 징계 사태를 우려한 것을 두고도 “평균 연령 91세 고문님들의 성토”라고 비꼬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예비후보들은 간판 변경, 대구시장 자리는 뺏길 위기…점입가경 ‘영남’
당의 위기는 인선 논란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천 갈등이 깊어지면서 영남 지역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민주당 간판으로 갈아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국민의힘 간판으로 선거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서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구식 전 의원이다. 최 전 의원은 최근 민주당에 입당해 진주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송도근 전 사천시장도 민주당 입당 후 재기를 노리고 있다. 최근 입당해 예비후보 자격을 얻은 사람이 경남에서만 11명에 이른다.
대구시장 선거 판세도 심상치 않다. 영남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2~23일 대구 시민 8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4%포인트, 응답률 7.2%.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 8명과의 1대1 가상대결에서 전반적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는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주호영 국회 부의장도 포함됐다.
이런 조사 결과를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는 민주계열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대구시장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 전 총리는 25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정청래 대표와 40여분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김 전 총리에게 대구시장 출마를 요청했다. 김 전 총리는 “피하기 힘들겠구나”라며 사실상 출마 결단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다만 “분명한 입장은 30일쯤 밝히겠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김 전 총리가 당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면 사상 첫 민주당 후보 당선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고 전망한다. 김 전 총리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서 62.3%의 득표율로 당선된 바 있다. 2014년 지선 때는 대구시장 후보로 나서 낙선했지만 40.33%를 얻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대구가 국민의힘 ‘텃밭’인 만큼 ‘미워도 다시 한 번’ 정서가 작용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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