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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승리, 20년 수렁”…이란도 같은 길 가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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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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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는 빠르고 전쟁은 길다
호르무즈 봉쇄, 전쟁 확산 신호
동맹 흔들, 미국 리더십 시험대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가 지난달 28일 이란에서 첫 폭음을 울리고자 날아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격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래 최대 규모의 중동 개입으로 확대됐다.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인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 결과를 만들고, 우방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능력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18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의 장례식에 이란인들이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8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의 장례식에 이란인들이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공격에서 전략은 혼란으로, 리더십은 위협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1945년 이후 그 어느때보다도 불안정하고 신뢰하기 힘든 국가처럼 인식되고 있다. 과거의 실패가 반복되고, 이란 전쟁도 그와 다르지 않을 거란 우려 때문이다.

 

◆역사적 실패 반복하는 미국

 

미국은 2000년대 이후 분쟁에서 첨단 무기 중심의 전술적 공격과 단기 결전을 통해 결정적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일관성 있는 후속 전략의 부재 등으로 수렁에 빠지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1991년 1차 걸프전 당시 미국은 ‘100시간 전쟁’이라 불리는 짧은 지상전을 통해 이라크군을 격파, 군사력을 과시했다.

 

1차 걸프전의 성과는 첨단 무기를 앞세운 ‘스타워즈’ 스타일의 전쟁에 대한 환상을 굳건하게 만들었다.

 

환상은 기묘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맘에 안드는 정부를 최소한의 병력으로 부순다’는 개념이었다. 그 다음 단계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대표적 사례가 2001년 아프간 전쟁과 2003년 이라크 전쟁이었다.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군인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군인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아프간 전쟁 초기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과 알카에다 소탕을 목표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해 탈레반을 주요 도시에서 축출했다.

 

하지만 탈레반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한 채 전쟁 목표는 민주주의 국가 건설로 바뀌었고, 미군은 소모전의 수렁에서 20여년을 허우적거리다 철수했다. 미군이 없는 아프간은 탈레반이 재장악했다.

 

12일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에서 이라크 군인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2일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에서 이라크 군인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의혹을 근거로 ‘충격과 공포’ 전술을 통해 개전 3주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했다.

 

그러나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는 없었고, 현지 사정을 무시한 채 표류하던 미국의 안정화 작전은 이라크를 혼란에 빠뜨렸다. 2011년 미군 철수 시점까지 미군 4500여명이 전사했고 3만2000여명이 다쳤다.

 

트럼프는 이라크·아프간 전쟁의 ‘실패’를 파고들며 미국인들의 지지를 얻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해외 분쟁과 정권 교체에 거부감을 드러냈던 트럼프에 미국인들은 환호했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트럼프도 실패를 반복하나 

 

집권 2기의 초반을 막 지나던 2026년 2월 28일, 트럼프는 이란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끝없는 전쟁 반대’를 외치던 그가 이란을 무너뜨린다는 고위험 베팅에 스스로 뛰어든 것이다.

 

미군은 과거보다 공격력을 훨씬 키웠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스텔스 폭격기, 전자전 체계 등의 첨단 무기를 대거 투입했다.

 

인공지능(AI)도 동원했다. 미군은 이란 공습 첫 24시간 동안 1000여개의 표적을 타격하고자 AI 기반 군사정보 플랫폼인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MS)을 활용했다.

 

앤트로픽이 만든 AI 범용 모델 클로드는 팔란티어의 군사 의사결정 플랫폼에 통합, MMS에 내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미 해군 함정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이란 내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달 28일 미 해군 함정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이란 내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은 첨단 무기에 AI를 결합, 공격 속도·규모·정밀도를 최대치로 높였다. 이를 통해 개전 초기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사살하고 이란 내 주요 군사·정치 인프라를 파괴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와 달리 이란의 정권은 무너지지 않았고, 생존한 고위 지도자들은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으로 걸프 연안국들을 계속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미국의 전쟁 목표와 종결 조건은 수시로 바뀌었다. 초기엔 이란 핵·미사일 불능화와 정권 교체, 군사력 궤멸 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구체적인 목표와 일정이 모호해졌고 정보의 신뢰성도 흔들렸다.

 

트럼프는 “전쟁이 곧 끝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정확한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가 “이란이 곧 항복할 것”이라고 밝힌 지 24시간 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첫 공개 메시지에서 항전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도하기 전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 대비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실제로 이뤄지면서 걸프 연안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혼란과 공포에 빠졌다.

 

트럼프는 부랴부랴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참여를 희망했으나, 뚜렷한 호응은 없는 실정이다.

 

미 행정부에선 분열의 징후마저 드러났다.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장은 “이란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이란은 우리나라에 즉각적 위협이 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미국 내 강력한 로비에 의한 압박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전쟁은 ‘더 세게 때린다’는 식의 전술적 타격만 보일 뿐, 현지 특성을 반영한 전략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쟁 목표·일정·출구전략 부재, 의심스런 정보, 동맹 경시 등의 문제까지 뒤얽힌 상태다.

 

이란 전쟁이 이라크·아프간 전쟁처럼 미국의 또다른 실패 사례가 될 위험이 높아지는 셈이다.

 

미 공군 지상요원이 14일 영국 페어포드 공군기지에서 B-52 폭격기에 재즘(JASSM)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공군 지상요원이 14일 영국 페어포드 공군기지에서 B-52 폭격기에 재즘(JASSM)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패는 왜 반복되나

 

미국이 단기 결전에선 승리하지만, 중장기적 후속 조치에선 실패하는 패턴은 베트남전쟁부터 이어지는 문제다.

 

서구 문명과 다른 특성을 지닌 문화권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서방식 단기 결전을 앞세우고, 전후 문제를 해결할 역량과 의지가 부족했던 결과라는 것이다.

 

유럽과 중남미 등 서구식 정치체제와 정당정치가 뿌리내린 국가는 미국과 동일한 사고방식을 갖고 미국 경제·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들 지역에선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과 첨단 기술로 정권 수뇌부와 주요 인프라를 짧은 시간 내 결정적으로 제압하면, 자연스레 친미 정권이 수립된다. 미국식 단기 결전이 효과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파나마와 베네수엘라에선 이같은 모델이 먹혀들었다.

 

파나마는 민주화까지 달성한 ‘모범사례’다.

 

베네수엘라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측근들이 남아있지만, 최고지도자를 빠른 시일 내 교체한 뒤 군사적 출구전략을 구사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했으므로 일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리아에서 아이들이 지난 1일 이스라엘군에 격추·낙하한 이란 미사일 잔해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리아에서 아이들이 지난 1일 이스라엘군에 격추·낙하한 이란 미사일 잔해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과 이라크·아프간은 파나마 등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서구식 정치제도의 역사가 매우 짧고, 시민사회도 미약하다.

 

반면 오랜 기간 외세에 맞서 민족·종교적 저항을 했던 역사는 풍부하다. 이런 곳에선 반외세 기조가 집권의 기반이다.

 

미국의 개입은 집권 세력의 투쟁적 자세를 더욱 돋보이게 하면서 기존 정권의 정치적 기반과 정당성을 강화해준다.

 

아프간의 경우 미군의 점령과 통치가 탈레반에게 ‘외세와 그 꼭두각시에 맞서 싸운다’는 명분을 줬다.

 

아프간은 중앙정부의 힘이 미약하고, 부족·지역·종교적 권위는 강했다. 미국이 추구했던 ‘근대적 서구식 국가 건설’은 맞지 않았다. 미국이 현지에서 반감을 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태국 상선 마유리 나리호가 11일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EPA연합뉴스
태국 상선 마유리 나리호가 11일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도 마찬가지다. 이란의 신정체제는 최고지도자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성직자 네트워크가 서로 겹친 다층적인 제도적 기반을 갖고 있다. 특정 개인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지도부 일부를 제거해도 체제가 쉽게 붕괴되지는 않는다.

 

지도부 공백은 내부 승진으로 메워진다. 상관과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새 지도부와 정부 관리들은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수뇌부 정밀타격은 순교와 저항으로 인식됐다. 이란 신정체제의 정당성은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이란은 서구식 민주주의보다는 오랜 기간 거듭됐던 외세의 침공과 개입에 대한 반감, 종교·혁명의 정당성이 더 강한 사회다.

 

이같은 환경에선 ‘정밀타격으로 지도부를 제거하는 단기 결전’은 적합하지 않다. 이스라엘의 경우 스마트 폭탄과 특수공작을 앞세운 참수작전으로 하마스·헤즈볼라 지도부를 끊임없이 제거했으나, 이들 조직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했다.

 

서구와는 이질적인 정치·문화 등을 고려한 인내심 많은 대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라크·아프간 전쟁에서 실패했던 군사적 단기 결전을 재현하고 있다.

 

미 공군 B-1B 폭격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미 공군 B-1B 폭격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 전쟁 전에는 비난을 서슴지 않던 유럽 동맹국에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단기 결전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역량과 의지가 부족한 상태다.

 

명확한 정치적 목표와 출구전략 없이 임무가 증가하는 현상도 이라크·아프간에 이어 이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공습 대상이 계속 확대되고 있고, 지상작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란 전쟁이 이라크·아프간과는 다를 수 있다”고 반박한다.

 

트럼프의 이란 전쟁 관련 발언이 이란 핵능력 제거부터 정권교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정치적 목표를 담고 있지만, 그것은 전쟁 목표 부재가 아닌 트럼프 개인의 스타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비상식적인 언행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고, 트럼프의 발언과 달리 미군은 전쟁을 합리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란 전쟁은 1990년대 이래로 미국이 갖고 있던 ‘단기 결전의 환상’이 30여년 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구세주처럼 인식되는 AI도 이같은 환상을 이상적인 현실로 바꾸지 못한다. AI는 전술적 영역에선 도움이 되지만, 전쟁을 위한 대전략 수립과 의사결정은 오롯이 인간의 몫이다.

 

18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의 장례식에 이란인들이 참석하고 있다. 신화통신
18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의 장례식에 이란인들이 참석하고 있다. 신화통신

이란이 걸프 역내 AI 데이터센터를 타격한 것처럼 데이터센터와 위성체계를 공격·마비시키면, AI의 정확도는 크게 떨어지거나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첨단 무기의 위력에 의존해 이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 패권 약화, 지역 불안정 증대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

 

30여년째 미국에서 반복되고 있는 ‘단기 결전의 환상’의 악순환이 이란 전쟁을 계기로 깨어질 지, 미국의 흑역사에 또다른 장이 추가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전쟁의 향후 전개와 결말에 따라 달라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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