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취소 후 또 청구 가능해져
연간 사건접수 1만건 증가 추산
현재보다 업무량 4배 더 늘 듯
재심담당 심급·재판부 기준미정
소송 남발 방지책도 마련 안돼
“USB·웹하드로 기록 송부 검토”
헌법재판소가 확정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인 ‘재판소원’이 시행될 경우 연간 접수 사건 수가 1만건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자체 추산 결과를 내놨다. 현재 사건 수의 4배에 육박하는 규모로, 사건처리가 그만큼 더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인력 충원을 위한 예산 확보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이란 입장이다. 당장 이번주 개정 헌재법이 공포되는 즉시 시행될 전망이지만 ‘소송 무한 반복’, ‘취소 판결 재심리 재판부 미정’, ‘대규모 기록 송부 규정 미비’ 등 예상 문제점에 대한 헌재의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10일 서울 재동 헌재 별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판소원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재판취소 후 또 청구 가능”… ‘무한루프’ 현실화
이날 헌재는 재판이 취소된 사건에 대해 또다시 재판소원 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소송 무한 루프’가 가능한 구조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손인혁 사무처장은 “헌재에서 재판을 취소해 법원이 다시 재판했음에도 헌재 결정의 취지를 따르지 않았다면 다시 재판취소를 청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재판이 취소된 뒤 다시 재판이 이뤄지는 심급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일률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헌재 재판부의 재량 판단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2심 판결을 상고 기각으로 확정한 대법원 판결을 헌재가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취소한 경우, 재판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심급이 2심 법원인지 대법원인지 여부는 헌재에서 ‘권리구제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하에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취소된 사건을 심리했던 법원 재판부가 사무분담 변경 등을 이유로 해체된 이후에 어느 재판부가 사건을 재심리할지도 헌재가 그때그때 판단할 예정이다. 특정인의 남소(소송 남발)를 방지할 방안도 아직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성수 사무차장은 “남소를 방지할 방안은 연구 용역을 발주해 연구하려 한다”고 답했다.
재판소원 사건의 피청구인은 법원이 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법원의 누가 사건을 수행할 것인지는 미정이다. 지 차장은 “통지 대상을 법원장, 재판장, 법원행정처장 등 누구로 할지, 수행 주체가 누구일지는 법원이 추후 정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USB·웹하드로 대규모 법원 기록 수령”
법원이 보유한 방대한 분량의 사건 기록을 수령해야 할 때는 ‘단기적으론 USB, 장기적으론 웹하드를 활용하려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행 헌재법에 따라 헌재는 심리에 필요한 기록을 사본제출이나 인증등본송부촉탁 등 방식으로 법원과 검찰에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재판소원 심리를 위해 모든 재판 기록을 열람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 법원·헌재 간 전자기록 송부 시스템이 없어 트럭으로 종이기록을 모두 실어 날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지 차장은 “(기록 분량이 큰 경우) USB에 담아 보낸다든가, 법원이 헌재의 전자헌법재판센터에 ‘기관회원’으로 가입한다면 필요한 자료를 편리하게 선별해 저희에게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향후 ‘웹하드’(대용량 전자자료 저장 서비스)를 헌재 내부망에 설치한다면 보다 많은 자료의 송·수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 부장판사는 “보안에 취약한 웹하드나 USB로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대용량 기록을 기관 간 주고받는다는 발상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판소원 도입 시 사건 4배로”
헌재에 따르면 재판소원 청구 가능 사건은 ‘제도 시행 이전 30일 이내에 확정된 재판’이다. 다만 청구는 제도 시행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제도 시행 직전부터 30일 이내에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당사자들이 대거 재판소원 접수창에 몰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 차장은 “제도 도입 초반에 어느 정도 접수될지는 예상을 못하고 있다”며 “사건 접수 전자시스템이 마비될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헌재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 시 약 1만건에서 1만5000건이 추가로 접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접수된 사건 수(3092건) 대비 3∼4배 수준으로 사건이 폭증하는 셈이다.
지 차장은 “늘어나는 재판소원 사건의 적시 처리를 위해서는 헌법연구관과 심판사무 인력을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며 “인력 증원과 예비비 확보를 위해 예산당국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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