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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고유가·고환율에 수익성 관리 ‘비상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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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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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사태에 대응체제 가동

이란전쟁 장기화 가능성 높아져
유가 급등에 석화·항공 등 피해
4대 은행, 관련업종 대출 29조원
수익 악화 우려에 기업여신 관리

외화 관리 통해 자산건전성 만전
은행장 주관 위기관리委 등 준비

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하며 변동성을 크게 확대하면서 시중은행들도 초긴장 모드로 비상대응 체제 가동에 나섰다. 유가 급등에 따른 재정 부담이 큰 일부 업종 중심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고, 이는 곧 은행 여신 건전성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시장의 불안 확산을 차단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란 종전 기대감에 코스피가 급등하고 국제유가가 급락한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이란 종전 기대감에 코스피가 급등하고 국제유가가 급락한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10일 ICE선물거래소 등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6시 현재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배럴당 92.91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8.65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종가인 브렌트유 98.96달러, WTI 94.77달러에서 6%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원에서 “이란의 군사시설 등이 대부분 파괴되었고 호르무즈해협을 장악할 수 있어 예상보다 빨리 전쟁이 종료될 것”이라 한 뒤 반락한 것이다.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장중 배럴당 119달러를 넘어 120달러대를 위협했던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에 80달러대로 널뛰는 급등락을 보였다.

 

한 달 전인 2월 초 국제유가가 60달러 중반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고유가는 여전한 상황이고, 미국과 이란의 전쟁도 아직은 불씨가 꺼졌다고 보기엔 이르다. 문정희 KB금융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시사에도 여전히 유가가 80∼90달러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고, 이란이 종전을 발표하지 않아 불안심리는 지속되고 있다”며 “증시와 채권금리 급변동성 등과 외국인의 원화 증권 순매도 역시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외환시장 변동성은 상하방 모두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날 1495.5원으로 마감한 원·달러 환율은 전쟁 종식 기대감으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470원에 출발해 전날보다 26.3원 내린 1469.2원으로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를 기록했다. 1500원대를 돌파할 것이란 위험은 낮아진 상황이나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고 분석된다.

 

시중은행들은 장기화할 조짐인 중동 사태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금융지주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데, 특히 구조조정에 들어간 석유화학 기업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석유화학·항공·해운 기업에 대해 대출 잔액 29조56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업황 부진 장기화에 이어 이란 사태가 발생한 지 9일 만에 이들 업계가 주로 중동에서 조달하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28% 오르면서 큰 피해가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은 자본 적정성 지표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지표를 도입하는 등 위험가중자산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 관계자는 “외화 환산 손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헤지를 적극 실시하는 등 계열사별 외환 포지션을 고려해 그룹 차원의 노출도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유가 및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며 이달 초 위기관리협의회에서 관련 상황과 파급 경로를 점검했다고 전했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위기 대응 단계는 ‘주의’ 수준을 유지하며 금융시장 동향과 에너지 가격, 환율 등 주요 변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무 부서 중심으로 일일점검 체계를 강화하고, 예상 시나리오를 벗어나는 특이 동향 발생 시 은행장 주관 위기관리위원회를 즉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통합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및 외화 유동성에 대한 안정적인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며 부진한 국내 경기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자산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환율 상승세는 점진적 흐름으로 보고 있으며 기업들의 외화 유동성과 상환능력에 미치는 영향 중심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거나 외화 부채 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여신 현황과 위기 요인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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