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린 아동들만 야간에 집에 홀로 있다 화재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위험한 공간이 되는 현실에서 원칙론만을 강조하는 접근은 당장의 고충을 겪는 국민들의 현실과 삶의 조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러한 비극 앞에서 국가와 사회는 보다 현실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아동 돌봄정책에서 제일 중요한 원칙은 부모와 아동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데 있음은 분명하다. 아이들 역시 안전을 이유로 가정 밖에서 늦은 시간까지 돌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더불어 돌봄 종사자들도 생활인인 만큼, 그들의 노동환경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심야 시간에 다른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종사자에 대한 보호 역시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당장 현실적 고충을 호소하는데, 원칙론만 강조하는 것은 공공의 책임 있는 자세라 보기 어렵다. 실제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해 안타까운 사고 이후 전국 돌봄시설 이용자 2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시 이후 긴급돌봄 공백 상황에서 “별도 대안 없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328명(25.1%)에 달했으며, 긴급상황 대비한 야간 공적 돌봄의 필요성에는 1만6214명(64.4%)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돌봄 공백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러한 요구에 대응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야간 긴급상황에 대비하여 2026년 1월5일부터 전국 350여곳의 돌봄시설에서 밤 10시 또는 밤 12시까지 연장 운영이 시작됐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연장돌봄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KB금융그룹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3년간 60억원 규모의 후원을 받아 종사자 근무여건 개선, 야간 안전보험 가입 등 야간 노동에 대한 보상과 아동 귀가 시 안전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는 전국 시도지원단을 통해 전화로 연장돌봄 이용신청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는 전국 어디서나 하나의 대표번호로 상담과 접수가 가능하도록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보호자들이 긴급한 상황에서도 보다 쉽고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하지만 돌봄 문제는 돌봄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노동정책이다. 보호자가 아이를 돌볼 권리는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닌 국민의 기본권이다. 물론 심야에도 생업에 나서야 하는 생계 문제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심야나 새벽 시간에는 적어도 한 명의 보호자가 노동시간을 조정해 가정 내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는 저출생시대에 부모 등 보호자가 양육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노동정책의 필수조건이 되어야 한다. 선진국 다수는 어린아이를 혼자 두는 행위를 방임으로 간주하고 엄격히 처벌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두텁게 마련하고 있다. 아이를 낳는 것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더 큰 용기를 요구받는 사회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다시는 가정 내 안전사고로 인해 아동들의 허무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호자는 물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을 나누고 돌봄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짜야 할 때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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