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교섭 요구안 선제 의결
경사노위도 AI 주요 의제로 조율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노동계가 인공지능(AI) 도입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AI 도입 시 노조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단체협약 요구안(단협안)에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주요 의제로 검토되면서 AI 확산에 따른 산업 변화는 올해 노사 간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8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최근 ‘AI 대응팀’을 꾸리고 각 산업·지역·사업장별 AI 도입 사례 및 영향을 취합·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4차례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조합원 의견을 수렴한 뒤, 원청과의 단협안에 ‘AI를 도입할 때 노사 간 사전 협의를 거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목표다.
민주노총은 26일 첫 워크숍을 시작으로 ‘AI 도입 관련 해외 법·제도’, ‘해외 노조 대응 사례’, ‘AI의 이해’ 등을 주제로 총 4차례의 워크숍을 이어간다.
5월에는 산업·지역·사업장별 AI 도입 사례를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워크숍에서 도출된 내용을 모범 단협안에 포함하고, 최근 구성된 노정협의체 주요 의제로도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고용노동부는 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과도 지난달 11일 노정협의체를 구성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이나 AI를 도입할 때 노사가 사전에 서로 협의한다는 내용을 단협안에 넣고, 정부와 노정협의체를 통해 협의를 이어갈 때도 주요 의제로 삼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전선에 선 건 금속노조다.
현대차그룹이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의 단계적 투입 계획을 밝히자,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3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AI 도입 시 노동인권 및 고용보호’ 조항이 담긴 교섭 요구안을 선제적으로 의결했다. 고용·노동 안전과 인권이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AI 기술 활용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속노조에는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자동차·조선·철강 등 500여개 사업장 노조가 소속돼 있다.
이처럼 노동계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에서도 AI 대응을 주요 의제로 검토하고 있다. 경사노위에 참여한 노사정은 이달 중 본위원회 개최를 목표로 막판 의제를 조율 중이다. 의제개발조정위원회는 실무 회의를 포함해 이미 수차례 회의를 열었다. 경사노위에 참여 중인 한 경영계 한 위원은 “이번 주에도 의제개발조정위가 열리며 최종 의제를 다듬는 단계”라고 했다. AI 도입 대응과 함께 거론되는 의제는 노사가 공통으로 제안한 ‘산업안전’ 분야다.
경사노위에서 AI 관련 의제를 다룰 시 민주노총의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앞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경사노위에서 AI 도입 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논의한다고 결정한다면 민주노총을 배제하는 결정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양대노총 간 ‘노정협의체’가 구성된 만큼 노동계가 정부와 직접 이 사안을 논의할 수도 있다. 경사노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이 노동부와 정기적인 협의체를 만들고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AI 도입에 따른 산업 전환이 연착륙하기 위해선 초기 단계에서부터 노사가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주로 하청에서 담당해 온 업무가 AI로 먼저 대체되거나 자동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 교섭이 확대되면 AI 대응은 향후 노사 간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는 숙제”라고 했다. 이어 “경쟁사나 해외 업체의 동향, 산업 변화 등을 함께 파악하면서 AI 도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또 어떤 방식이 바람직한지를 초기 단계부터 노사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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