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불행사 의지 명확화
정쟁사태 조기 종결 노림수
與 ‘李 공소취소 국조’ 추진
요구서 12일 본회의 보고
중수청·공소청 설치법 진통
與 3월 중순 이후 처리 전망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개혁 3법’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5일 속전속결로 법안을 가결한 것은 논란을 하루속히 마무리하고 중동 사태 등에 따른 민생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이나 야당 등이 삼권분립 훼손 등을 이유로 ‘사법개혁 3법’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 처리를 미루거나 거부할 경우 오히려 논란이 확산해 자칫 국정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통령에 대한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한 ‘사법 장악’ 비판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호한 ‘거부권 행사 없다’ 해석
청와대는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에 대해 국회 절차를 거쳐 의결된 법안에 대해 정부도 절차에 따라 의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국무회의 후 춘추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행사 요청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정부가 해당 법률안 내용과 국회 논의 경과를 종합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국회의 소정 절차를 거쳐 의결된 법안인 만큼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저희는 의결하고 공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과 법조계의 거부권 행사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오히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사태를 빨리 정리하기 위해 의결을 서두른 것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논란의 불씨가 돼온 사법개혁 법안들을 속도감 있게 공포하고 민생·경제 법안 등에 보다 집중하는 국면으로 넘어가고자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도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사인을 보낸 것”이라며 “다소 좀 설익은 사법개혁 3법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통과시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더라도 더 미룰 수 없다(고 봤을 거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심사숙고하면 오히려 사법개혁이 동력을 잃어 포기돼 버릴 수 있다. 더 미뤘으면 반발이나 소모적인 싸움만 커졌을 것”이라며 “나라 안팎의 정세가 간단치 않은데 대통령으로선 이런 문제를 갖고 한 번 더 논의하자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법개혁 3법 자체가 이 대통령 본인의 사법리스크 지우기를 위한 것이라 서둘러 처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대통령이 본인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크다고 의식하고 있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일단 거부권을 행사하며 ‘다시 숙의해서 위헌 소지를 줄여 보여 달라’거나 했으면 정치적으로 훨씬 나았을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평론가는 “좀 더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좋지 않았을까”라며 “사법개혁 3법 가결로 인해 사법리스크를 털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계속 사법리스크를 안고 가는 형국이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사법개혁 3법을 매듭지은 여당은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윤석열 독재정권하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는 이날 국조 대상을 △대장동·위례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 △문재인정부 통계조작 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 등 7가지로 추렸다. 국조 요구서는 한병도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해 12일 본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다.
◆與, 검찰개혁안 재수정 요구에 신중
민주당은 검찰개혁의 중대 기로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으나, 정부안 수정 폭을 두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원내지도부는 정부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대폭 수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강경파 의원들은 정부안을 두고 사실상 ‘기존 검찰청법과 다르지 않다’며 반발했다.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세 차례에 걸쳐 정부안을 비판하며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검사동일체의 검찰청법이 공소청법으로 제목만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공소청법 ‘상급자의 지휘·감독권’ 조항이 유지될 경우, 부당한 지시에 맞선 검사들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추 의원은 또 검찰총장이 임의로 사건 배당을 옮길 수 있는 ‘직무 이전 및 승계권’ 조항을 들어 “제왕적 검찰총장제 남용의 대표 조항”이라고 반발했다. 추 위원장과 김용민 의원 등 일부 법사위 강경파는 정부안에서 특별사법경찰관 수사지휘권 등 ‘수사권 우회 확보’ 여지와 신분 보장 관련 조항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원내지도부에 전달했다.
원내지도부는 신중론을 유지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전향적인 변경이나 대폭 수정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안이 이미 중수청의 수사범위 축소 및 인력체계 일원화 등 여당의 요구사항을 한 차례 반영한 수정안이라는 점에서 대규모의 추가 수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도부와 법사위원들의 의견이 갈리며 조율 과정에서 당내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의 11일 대한변호사협회 공동 토론회와 16일 종합토론회 등을 거쳐 이달 중순 이후 법안 처리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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