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에리카 하야사키, 이은주 옮김, 북모먼트, 2만2000원)=수많은 참사를 취재해온 미국 기자가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뉴저지주 킨대학교의 ‘죽음학 수업’을 4년간 밀착 취재한 기록물이다. 강의를 이끄는 사람은 보건정책학 박사이자 2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한 노마 보위 교수. 이 수업을 찾는 학생들은 가족의 자살, 폭력과 학대, 범죄와 중독, 가난의 그늘 속에서 버티는 이들이다. 교수는 유서를 써보고 자신의 추도사를 상상하게 하며, 묘지, 장례식장, 호스피스 현장으로 학생들을 이끈다. 죽음을 바라보는 것이 삶의 태도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스스로 체득하게 한다. 저자는 강의실 안팎에서 나타나는 학생들의 변화를 집요하게 따라가 책에 담았다. 녹음기를 들고 강의실에서 수업을 기록하고, 이들을 인터뷰했다. 책은 죽음이 가르쳐주는 후회 없는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고난 앞에 어떤 태도로 서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
대화극(칼 슈미트, 조효원 옮김, 문학과지성사, 1만3000원)=현대 정치철학에 영향을 미친 독일 법학자 칼 슈미트가 노년에 집필한 가상의 대화 두 편을 엮었다. 슈미트는 나치 체제에 협력한 이력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공직과 교수직을 잃고 고향인 플레텐베르크로 내려가 1985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이 시기에 어느 때보다 왕성한 지적 활동을 편다. 1950년대에 집필된 이책은 나치의 패망과 전범 재판, 수감 생활을 경험한 슈미트의 사유가 어떻게 전환됐는지 보여준다. 두 편의 대화 ‘권력과 권력자에 이르는 통로에 대하여’와 ‘새로운 공간에 대하여’는 권력의 본질에 관한 미시적 이론에서 인류의 역사와 세계 질서에 대한 거시적 고찰까지 조망한다.
대문자 뱀(피에르 르메트르,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1만8800원)=현대의 발자크로 불리는 프랑스 문학의 거장 피에르 르메트르의 그간 미발표된 초기작이다. 파리 한복판에서 한 부유한 거물이 살해당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형사 바실리에브는 살인이 매우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것을 직감한다. 문제의 살인범은 개를 산책시키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노년의 여성 마틸드. 하지만 누구도 그가 레지스탕스 출신의 청부 살인 업자일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한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는 가운데 나이가 든 마틸드는 일 처리에 실수를 남기고, 그는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도 제거 대상이 된다. 르메트르는 55세의 늦은 나이에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해 소설 ‘오르부아르’로 2013년 공쿠르상을 받았다.
말하라, 침묵이여: W.G.제발트를 찾아서(캐럴 앤지어, 양미래 옮김, 글항아리, 5만5000원)=독일 작가이자 문예비평가인 W G 제발트의 삶과 문학을 다룬 평전. 1944년 독일 남단 알고이 지방의 베르타흐에서 태어난 그는 픽션, 역사, 자서전, 사진을 결합한 독창적 문학을 추구했으며, 주로 홀로코스트, 기억과 상실, 망명 등의 주제를 다뤘다. 2001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네 권의 소설, 세 권의 시집, 몇 권의 산문집을 냈을 뿐이지만 ‘제발디언(Sebaldian)’이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추종자를 낳았다. 제발디언이란 제발트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따르는 작품이나 문학적 태도를 일컫는 용어. 전기 작가 캐럴 앤지어는 제발트의 가족과 지인, 작중 인물의 실제 모델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것은 물론, 그의 인생 궤적을 따라 독일과 영국 곳곳을 누비고 미발표 원고, 편지 등을 조사하며 제발트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해 이 책을 냈다.
1945: 이 세계가 사라지기 전에(김동식·김의경·정진영 등, 마름모, 1만5000원)=독립운동을 다룬 문학에서 지금껏 없었던 ‘초단편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독립운동사의 결정적인 장면을 불러내고 있다.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구의 신념과 고독, 일장기를 단 조선인 마라토너 손기정의 침묵 속 저항, 영화 ‘암살’의 주인공 안옥윤(전지현 분)의 모델이었던 남자현의 결단과 실천 등 독립운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인물과 사건이 짧지만 강렬한 서사로 펼쳐진다. 책은 익히 알려진 인물과 사건뿐 아니라 역사적 기록의 가장자리에 머물렀던 이들과 사건까지를 같은 무게로 다룬다. 소설집에 참여한 17인의 소설가는 각기 다른 문체와 감각으로 독립운동의 장면들을 생생히 되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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