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장치를 제조하는 상장기업 A사는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직원을 대표로 내세워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출자 및 대여금 명목으로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출연했다. 하지만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는 허위 임대차계약서 등을 작성해 수십억원을 빼돌려 A사 사주에게 제공하거나 매출이 전무한 부실회사로부터 가공세금계산서를 수취하는 방법으로 법인자금을 유출했다. 이후 신사업 추진은 허위로 밝혀졌고 주가는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 상장폐지 돼 소액주주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반면 사주는 횡령한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30억원대 고액 전세금, 골프 회원권 구입 등에 사용하며 호화생활을 누렸다. 국세청은 A사 사주에게 16억원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한편 거짓세금계산서 수수 행위 관련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간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에 대해 집중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27개 기업에서 6155억원의 탈루금액을 확인해 2576억원의 세액을 추징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중 조세포탈 등 혐의가 의심되는 30건은 검찰에 고발했고, 16건은 통고처분(벌금부과)했다. 이들은 주가조작 목적으로 허위공시를 하거나, 차명으로 기업을 사냥해 시세를 조종하는 등 각종 수법으로 탈세를 저질렀다.
국세청은 우선 허위공시로 시세차익을 챙긴 주가조작 세력에 대해 946억원을 추징했다. 한 기업 사주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상장폐지 위험이 생기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지인인 타 업체 대표들과 공모해 당시 코로나19 사태로 인기가 높았던 의료용품 등을 판매한 것처럼 허위 실적을 만들었다. 이런 허위 공시로 부실기업의 생명은 인위적으로 연장됐고, 이 과정에서 직원 가족이 대표인 의료기기 판매업체를 이용해 수십억원을 빼돌렸다.
알짜 기업을 망친 기업사냥꾼도 다수 적발돼 410억원이 추징됐다. 기업사냥꾼이자 사채업자인 B씨는 차명으로 설립한 C사를 통해 금속판넬 제조업체인 D사를 인수했다. B씨는 대주주 요건을 피할 목적으로 D사 등의 주식을 친인척 및 타인 명의를 이용해 차명으로 분산 취득했다. 이후 주가조작 세력과 결탁해 차명 보유 주식을 가장·통정 매매하는 방법으로 단기 매매차익 80억원을 거둔 뒤 양도세를 탈루했다. 이를 통해 B씨는 시세조종을 통해 부당이득을 얻었다. 반면 소액주주들은 B씨가 주가 조작 세력인 점이 알려져 주가가 60% 이상 급락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
국세청은 상장기업을 사유화해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한 지배주주에 대해서도 1220억원을 추징했다. 한 상장기업 사주는 자신이 지배하는 비상장회사의 경영권을 자녀에게 헐값으로 넘겨주기 위해 임직원들을 동원해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거래했다. 이를 통해 해당 주식 시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뒤 자녀들에게 주식을 증여했다. 국세청은 시세 조작을 통해 주식을 저가로 증여받은 사주 자녀 등에게 증여세 42억원 등 총 90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향후 주가 급변 동향, 비정상적 거래 패턴 등을 포함한 주식시장 전반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후속 조사를 이어가는 등 불공정 거래를 끝까지 추적해 엄단할 계획이다. 특히 명백한 불공정 거래의 경우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해 변칙적인 지배력 이전 등을 점검하는 한편 조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등 조세범칙행위가 확인될 경우 수사 기관에 고발해 징역·벌금 등 형사처벌로 이어지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는 것을 넘어 주가조작범 등 시장교란 세력이 시장에서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앞으로도 국세청은 국민의 삶을 저해하는 주식시장 내 반칙과 특권, 불공정 거래를 단호히 바로잡아 자금이 기업 투자 등 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되는 데 있어 주식시장이 핵심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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