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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미국인 교황의 탄식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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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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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미국 독립 250주년이다. 흔히 성공회가 국교인 영국의 종교 박해를 피하려고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 미국으로 건너간 이른바 청교도(淸敎徒)들이 미국 건국의 주역인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청교도를 비롯한 개신교 신자들이 오늘날 미국 사회의 주류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초대 조지 워싱턴(1789∼1797년 재임)부터 47대이자 현직인 도널드 트럼프(2025∼ )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 중 가톨릭 신자는 존 F 케네디(1961∼1963년 재임)와 조 바이든(2021∼2025년 재임) 단 두 명뿐이다. 이들은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옮긴 이민자의 후손이다.

2025년 5월 즉위한 레오 14세 교황.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25년 5월 즉위한 레오 14세 교황.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렇다고 미국에서 가톨릭이 소수 종교인 것은 아니다. ‘이민자들이 세운 국가’라는 별명답게 미국은 건국 이래 수많은 외국인을 받아들였고, 이들은 차츰 미국 사회에 동화되면서도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냈다. 아일랜드인이나 이탈리아인을 조상으로 둔 시민들 사이에 가톨릭 신앙의 위세가 여전한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역시 가톨릭을 믿는 중남미 출신 라틴계 주민의 급증도 미국에서 가톨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데 일조했다. ‘미국은 개신교의 나라’라는 선입관과 달리 오늘날 미국에서 가톨릭은 최대 종교 그룹 중 하나로 꼽힌다.

 

2025년 5월 가톨릭 교회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그해 4월 선종(善終)한 프란치스코 교황 후임으로 미국 국적의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한 것이다. 미국인 교황 탄생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 가톨릭 신자들의 관심이 지대했다. 이에 미국 국방부는 레오 14세의 선친 루이스 프레보스트(1920∼1997)가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1943년 미 해군 소위로 임관해 이듬해인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여하는 등 나치 독일을 격퇴하기 위한 전투에 앞장섰다고 한다. ‘평화의 사도(使徒)’ 교황이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군인의 아들이라니 흥미롭다.

레오 14세 교황(왼쪽)이 2025년 5월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가톨릭 신자인 밴스는 레오 14세의 미국 방문을 초청했으나, 레오 14세는 즉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레오 14세는 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만난 적이 없다. 로이터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왼쪽)이 2025년 5월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가톨릭 신자인 밴스는 레오 14세의 미국 방문을 초청했으나, 레오 14세는 즉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레오 14세는 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만난 적이 없다. 로이터연합뉴스

교황을 배출한 국가라면 자부심을 갖고 조금이라도 세계 평화에 기여하려는 자세를 지녀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올해 초 베네수엘라에 미군을 투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더니 최근에는 이란에 공습을 퍼부어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를 살해했다. 레오 14세는 마두로 축출 작전 직후 미국에 대해 “외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1일에는 미국의 이란 공습을 염두에 둔 듯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폭력의 소용돌이를 멈추라”고 말했다. 이 또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하소연일 것이다. 조국인 미국 때문에 첫 미국인 교황이 탄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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