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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도네이에서 알바리뇨까지...‘파리의 심판’이 쏘아 올린 캘리포니아 와인의 무한 확장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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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수정 :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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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와인의 진화 50년①>

프랑스 와인 꺾은 ‘파리의 심판’ 올해 50주년/‘와인즈 오브 캘리포니아’ 펴낸 일레인 추칸 브라운과 들여다 보는 ‘캘리포니아 와인 지도의 재구성’/“프랑스 꺾은 그날 캘리포니아 와인, ‘불가능’ 경계 허물어”

 

파리의 심판 화이트 1위 샤토 몬텔레나. 최현태 기자
파리의 심판 화이트 1위 샤토 몬텔레나. 최현태 기자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은 1976년 전설적인 프랑스 보르도·부르고뉴 와인과 당시만 해도 와인의 변방에 불과하던 미국 나파밸리 와인의 맞대결에서 나파밸리 와인이 완승을 거둔 유명한 사건입니다. 파리의 심판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나 이변에 그치지 않고 미국 와인 산업에 엄청난 ‘혁명’을 불러 옵니다. 세계 와인업계를 놀라게 한 사건을 계기로 “우리 땅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은 캘리포니아 생산자들은 새로운 품종과 와인 산지를 개척하는 모험과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미국 와인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합니다.

일레인 추칸 브라운. 최현태 기자
일레인 추칸 브라운. 최현태 기자

올해 미국 건국 250주년과 ‘파리의 심판’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캘리포니아와인협회 한국사무소(와인인)는 파리의 심판이 미국 와인 산업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 냈는지 소개하는 세미나 ‘파리 심판의 유산’을 최근 마련했습니다.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와인 교육자 일레인 추칸 브라운(Elaine Chukan Brown)이 선정한 와인 10종을 통해 ‘파리의 심판’ 그 이후, 캘리포니아 와인이 일군 거대한 확장과 진화를 들여다봅니다. 일레인은 지난해 <더 와인즈 오브 캘리포니아(The Wines of California)>를 펴냈으며 와인전문매체 와인 앤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의 평론가이자 전 세계 와인 행사의 기조연설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파리의 심판 현장.
파리의 심판 현장.

◆새 와인 품종·산지 개척

일레인은 파리의 심판에 출품한 캘리포니아 와인의 품종은 샤르도네와와 까베르네 소비뇽이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생산자들이 다른 품종도 캘리포니아에서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강조합니다. “파리의 심판 사건때 캘리포니아는 120년 수령의 진판델(Zinfandel)로 와인을 빚을 정도로 와인 양조 역사가 이미 100년을 넘은 상황이었어요. 오랜 양조 경험과 파리의 심판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생산자들이 앞다퉈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이탈리아 바르베라(Barbera), 스페인 알바리뇨(Albarino)가 대표적입니다. 또 나파밸리에서 벗어나 시에라 풋힐스(Sierra Foothills)의 험준한 산악 지대부터 서늘한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의 해안가까지 한계를 넘나들며 최고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와인 산지를 찾아 나섭니다. 뛰어난 떼루아와 그에 잘맞는 품종의 개발, 와인메이커들의 도전 정신이 더해지며 캘리포니아는 다양성과 정밀함을 모두 갖춘 글로벌 와인의 성지로 성장합니다.”

파리의 심판 화이트 심사 결과.
파리의 심판 화이트 심사 결과.
파리의 심판 레드 심사 결과.
파리의 심판 레드 심사 결과.

◆뛰어난 일조량·한류가 선사하는 천혜의 떼루아

일레인은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이 지금처럼 성장한 배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기후를 눈여겨 봐야한다  역설합니다. 미국 와인은 대부분 워싱턴 주, 오리건 주, 캘리포니아 주에서 생산되며 그중 캘리포니아가 9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입니다. 캘리포니아는 오리건 남단에서 멕시코 북단까지 차로 18시간이 걸리고 서쪽에서 동쪽 산악지역까지도 10시간 정도 걸릴 정도로 면적이 방대합니다. 이런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를 설명할 때 포도 재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산과 해안입니다. 특히 차가운 해류가 흐르는 해안이 가장 중요합니다. 캘리포니아가 등장하는 영화 등에는 늘 야자수가 늘어 선 풍경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실제는 난류가 흐르는 멕시코 인근의 아주 작은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일레인 추칸 브라운.
일레인 추칸 브라운.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 캘리포니아와인협회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 캘리포니아와인협회
나파밸리 주요 산지. 나파밸리와인협회
나파밸리 주요 산지. 나파밸리와인협회
소노마 카운티 와인산지.
소노마 카운티 와인산지. 

반면 북쪽 3분의2 면적은 대부분 차가운 해류의 영향을 받습니다. 물이 너무 차가워 보호복이 필요할 정도입니다. 캘리포니아 연안을 따라 남하하는 캘리포니아 해류(California Current)가 알래스카 인근의 차가운 태평양 해수를 남쪽으로 끌고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가운 해류는 와인 산지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여름에도 해안 수온이 매우 낮아 안개가 자주 형성되면서 비교적 서늘한 기후를 선사합니다. 특히 낮에는 따뜻하고 일조량이 풍부해 당도가 쭉쭉 올라가지만, 밤에는 급격하게 기온 떨어지는 큰 일교차로 포도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생기발랄한 산도를 잔뜩 움켜집니다. 또 이런 기후에서는 천천히 완숙에 도달해 당도·산도의 밸런스, 집중도가 뛰어난 포도가 생산됩니다. 소노마 코스트(Sonoma Coast),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 몬트레이(Monterey) 등이 대표적입니다.

갤리카 로릭 헤리티지 알바리뇨. 최현태 기자
갤리카 로릭 헤리티지 알바리뇨. 최현태 기자

◆새로운 영역 탐색할 자신감

▶갤리카 로릭 헤리티지(Gallica Rorick Heritage) 알바리뇨 2019

캘리포니아에서 알바리뇨(Albariño) 포도를 재배한다면 놀라는 이들이 있을 겁니다. 포르투갈과 맞닿은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Galicia) 지역의 리아스 바이샤스(Rías Baixas)에서 주로 재배하는 품종이기 때문입니다. 알바리뇨는 1990년대 말 캘리포니아에 처음 식재됐고 2011년쯤부터 와인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갤리카 로릭 헤리티지 알바리뇨는 캘리포니아 생산자들이 스페인 품종을 어떻게 탐구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스페인처럼 해안에 심지 않고 동쪽 내륙의 산맥 시에라 풋힐스에 알바리뇨를 식재했습니다. 해안가에서 자라는 품종을 이런 곳에 심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선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생산자들이 캘리포니아 포도 생장 조건과 기후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시에라 풋힐스는 기본적으로 더운 대륙성 기후를 띠지만 서늘한 기후도 섞여 있습니다. 서쪽 직선거리에 샌프라시스코 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양에서 들어온 차가운 해풍이 공기를 타고 시에라 풋힐스까지 이동합니다. 또 밤이 되면 산 위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가 온도를 뚝 떨어뜨려 큰 일교차를 만듭니다. 캘리카의 포도밭은 편암과 석회암 토양이며 밤의 서늘한 기후까지 더해집니다. 올드 바인으로 만들어 농축미가 뛰어나면서 생기발랄한 산도와 산뜻한 풍미와 질감이 잘 살아있습니다. 까브드뱅 수입.

알마 드 카틀레야 소비뇽 블랑. 최현태 기자
알마 드 카틀레야 소비뇽 블랑. 최현태 기자

▶알마 드 카틀레야(Alma de Cattleya) 소비뇽 블랑 2024

소비뇽 블랑은 알바리뇨와 함께 생산자들이 새로 시도한 품종 중 하나입니다. 캘리포니아는 일반적으로 리치한 와인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소비뇽 블랑처럼 산뜻한 풍미와 산도를 지닌 와인들도 많습니다. 특히 이 와인은 서늘한 기후로 잘 알려진 소노마 카운티의 소비뇽 블랑으로 만들어 생기발랄한 산도가 입안에서 환하게 터집니다. 또 여러 차례 사용한 뉴트럴 배럴 숙성으로 과실미과 산도를 잘 살렸습니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2007년 나파밸리에 와이너리를 설립한 비비아나 곤잘레즈 라베(Bibiana Gonzalez Rave)가 빚는 와인으로 그는 콜롬비아의 최초이자 유일한 와인메이커입니다. 혜성과 같이 등장한 비비아나는 최근 10년새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와인메이커로 성장해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비비아나 곤잘레즈 라베. 최현태 기자
비비아나 곤잘레즈 라베. 최현태 기자

 2014년 유명와인매체 와인 앤수지애스트가 선정한 ‘미국 테이스트메이커 40인’에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15년엔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이 비비아나를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뽑았습니다. 미국의 떠오르는 와인평론가 젭 던넉(Jeb Dunnuck)은 2008년부터 매년 ‘톱100 와인’을 발표하는데 비비아나의 알마 드 카틀레야(Alma de Cattleya) 피노누 2019를 톱 100와인 41위로 선정했습니다. 끝이 아닙니다. 요즘 소비자들의 와인 선정 기준이 되고 있는 ‘와인 바이블’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톱 100 와인 목록 22위에 알마 드 카틀레야 소비뇽블랑이 올랐습니다. 또 비비아나의 첫 시라 와인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 97점을 부여했고, 카틀레야 더 가디스(The Goddess) 피노누아 2021은 와인 스펙테이터 95점, 제임스 서클링 93점을 받는 등 많은 평론가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보틀샤크 수입

파리의 심판 출품 프리마크 아비 샤르도네와 카베르네 소비뇽.
파리의 심판 출품 프리마크 아비 샤르도네와 카베르네 소비뇽.

◆검증된 성공, 샤르도네에 집중하다

생산자들은 이처럼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품종을 시도하면서 한편으론 파리의 심판에서 이미 성공이 검증된 샤르도네의 품질을 더욱 끌어 올리는데도 집중합니다. 일레인은 파리의 심판에 출품됐던 프리미크 애비와 샤토 몬텔레나를 보면 파리의 심판 이후 나파밸리 샤르도네가 얼마나 진화했는지, 어디서 어떤 스타일로 만들려고 고민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프리마크 아비 나파밸리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프리마크 아비 나파밸리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프리마크 아비(Freemark Abbey) 나파밸리 샤르도네 2023

프리마크 애비는 파리의 심판에 화이트(샤르도네)와 레드(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두 가지를 모두 출품한 유일한 생산자입니다. 프리마크 애비 샤르도네 1972는 화이트 부문 10개 와인중 6위를 차지합니다. 7위가 부르고뉴의 도멘 라모네 그랑 크뤼 바타르 몽라셰(Domaine Ramonet Grand Cru Bâtard-Montrachet) 1973, 8위가 부르고뉴 도멘 르플레브 퓔리니 몽라셰 프리미에 크뤼 레 푸셀 (Domaine Leflaive Puligny-Montrachet 1er Les Pucelles) 1972입니다. 도멘 라모네는 ‘부르고뉴 화이트의 DRC’‘부르고뉴 화이트의 앙리 자이에’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전설적인 도멘입니다. 1717년 설립된 도멘 르플레브 역시 퓔리니 몽라셰의 정점에 선 생산자입니다.

조세피네 티치슨. 인스타그램
조세피네 티치슨. 인스타그램

프리마크 아비가 이런 유명 도멘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으니 당시에도 와인의 품질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충분히 짐작됩니다. 사실 프라마크 아비 와인의 품질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역사가 올해로 140년이 됐을 정도로 유서 깊은 와이너리입니다. 나파밸리 와인 태동기이던 1886년 나파밸리 최초의 여성 와인메이커로 기록된 필라델피아 출신 조세피네 티치슨(Josephine Tychson)이 세인트 헬레나에 설립한 티치슨 셀라스(Tychson Cellars)가 프리마아크 아비의 전신입니다.

이 와인은 나파밸리에서도 가장 서늘한 로스 카르네로스(Los Carneros)에서 생산되는 샤르도네 위주로 만듭니다. 입에서 느껴지는 크리미한 노트는 말로라틱(젖산발효)을 통해 얻어졌으며 배럴 발효와 숙성을 통해 스파이시한 노트도 나타납니다. 너무 무겁지 않은 실키한 질감도 잘 느껴집니다. 나파 밸리는 내륙이지만 샌프란시스코 만 위쪽이라 서늘한 기운이 잘 들어가고 로스 카네로스는 샌프란시코 만 바로 위에 붙어있어 더 서늘한 기후를 띱니다. 덕분에 와인은 풍미가 가득하면서도 산뜻한 산도와 가볍고 신선한 과실미가 잘 느껴집니다. 아영FBC 수입.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 샤르도네 2020

파리의 심판 화이트 부문 1위를 차지한 와인입니다. 프리마크 아비는 산도가 좀 둥근 반면, 샤토 몬텔레나는 산도가 조이는 느낌입니다. 산도가 촘촘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말로라틱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는 이미 1973년부터 말로라틱을 하지 않는 양조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보통 샤르도네는 수확 직후 말릭산(사과산)이 상당히 높아 매우 날카로운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많은 생산자들이 말로라틱 발효를 통해 산도를 둥글둥글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는 자연 산도를 그대로 살리는 양조방식을 택했습니다.

샤토 몬텔레나 오너 보 배럿. 최현태 기자
샤토 몬텔레나 오너 보 배럿. 최현태 기자

마운트 비더(Mt. Veeder) 기슭과 드라이 크릭 밸리 로드(Dry Creek Valley Road) 인근 포도밭에서 자라는 샤도네이로 만드는데 이 곳은 로스 카르네로스보다 북쪽으로 비교적 따뜻합니다. 샌프란시스코 만의 차가운 해양 기후를 직접 받기보다는 밤에 안개를 한 번 거쳐 서늘한 기운이 들어옵니다. 상대적으로 따뜻해 포도의 자연 산도는 로스 카르네로스보다는 낮은 편입니다. 굳이 말로라틱을 통해 과도하게 산도를 부드럽게 만들 필요가 없어 자연 산도와 과실미를 잘 살리는 양조방식을 택했습니다. 아삭한 풋사과, 인동덩굴, 오렌지 꽃향으로 시작해 스타프루트와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의 풍미가 더해집니다. 신세계앨앤비 수입. <캘리포니아 와인의 진화②에서 계속>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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