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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소리를 그렸어요"…'화가 30년 공력' 공개하는 김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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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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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이 끝나면 귀를 쉬어야 하거든요. 그 쉬는 시간에 그린 거예요. 당신들 술 마실 때 나는 술을 안 마시니까 그 시간에 그림을 그린 겁니다.”

 

‘작은 거인’ 김수철이 전시회를 연다. 남모르게 30년 이상 붓을 잡아 1000점이 넘는 그림을 그려왔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문턱 높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14일부터 첫 개인전 ‘김수철: 소리그림’을 연다. 지난 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김수철은 “내 DNA는 좋아하는 거를 평생 하는 스타일”이라며 “그림도 좋아하니까 계속 그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7년 밴드 ‘작은거인’으로 데뷔한 후 50여년 동안 대중가요·국악·영화음악을 넘나들며 한국 음악사에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김수철. 지난 4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긍지를 가질 만한 문화 콘텐츠를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명감으로 50년을 온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태 기자
1977년 밴드 ‘작은거인’으로 데뷔한 후 50여년 동안 대중가요·국악·영화음악을 넘나들며 한국 음악사에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김수철. 지난 4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긍지를 가질 만한 문화 콘텐츠를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명감으로 50년을 온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태 기자

“내가 들리는 소리를 그렸어요. 대화할 때의 느낌이나 주변의 노이즈 같은 게 머릿속에서 시각화됩니다. 느낌이 안 오면 못 그려요. 바람 소리 정치인이 싸우는 소리 우주의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그림으로 풀어냈습니다. 그림도 무조건 재밌어야 해요. 재미가 있어야 감동과 메시지도 줄 수 있죠.”

 

대중에게는 가수로 친숙하지만 김수철은 전방위 예술가다. 지난 50년 동안 대중가요·국악·영화음악을 넘나들며 한국 음악사에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겨왔다. 1977년 밴드 ‘작은거인’으로 데뷔해 하드 록 위주의 음악을 선보였고 1983년 발표한 솔로 1집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큰 히트를 기록했다. 1984년 ‘못다 핀 꽃 한 송이’ ‘젊은 그대’ ‘나도야 간다’가 연달아 히트하며 KBS 가수왕을 포함해 16개의 가요상을 휩쓸었다.

 

그렇게 가요계를 평정한 뒤 국악인의 길을 걸었다. 영화 ‘서편제’의 음악감독을 맡아 대금곡 ‘천년학’을 포함한 주옥같은 곡들을 탄생시켰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 행사의 음악감독도 맡았다.

 

단 한 번의 영화 출연으로 배우로서 가장 받기 어렵다는 신인상도 받았다. 1984년 안성기의 추천으로 영화 ‘고래사냥’의 주인공 병태 역을 맡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주인공이 됐다. 이런 다채로운 경력에 이제 개인전을 연 화가가 추가된 것. 

가수 김수철 인터뷰 /2026.2.4 유희태 기자
가수 김수철 인터뷰 /2026.2.4 유희태 기자

김수철은 “노래도 그림도 뿌리는 내게서 나오는 것”이라며 “소리로 작곡하면 음악이고 이미지로 만들면 그림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노래보다 더 좋아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일기를 잘 안 쓰게 되는데 문장보다 그림이 더 쉬워요. 오늘 일어나서 느낀 점을 그림으로 그리는 그림일기를 20년 넘게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집 부엌 복도 등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수년 전부터 본격적인 작업공간을 만들어 작업하고 있다. “물감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해서 머리가 너무 아픈데도 빨리 나아서 그림 그려야지 하는 생각뿐이었어요. 좁은 곳에서 큰 그림을 그리느라 몸을 꺾다 다치기도 했죠. 그림 그릴 때는 전화도 안 받아요. 완전히 몰두해야 좋은 게 나옵니다. 하루에 10시간에서 12시간씩 그렸어요.”

 

김수철은 50년 예술 인생과 일상을 담은 책 ‘김수철의 젊은 그대’도 최근 펴냈다. 책에서 밝힌 일과는 구도자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새벽 5시쯤 집을 나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린다. 점심은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해결한다. 귀가하면 간단히 저녁을 먹고 다시 작곡에 매달린다. 술과 담배 저녁 약속도 없다. 잠자는 시간을 빼면 늘 무언가를 붙들고 있다. 기타 연습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면은 네다섯 시간 정도다. 20대부터 변하지 않은 일상이다.

 

지난해 중국을 다녀온 것이 2001년 UN 본부 공연 이후 첫 출국이었다. 수십 년 동안 해외여행은 물론 여름휴가조차 다녀온 적이 없다. 여행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국내에서 해야 할 음악 공부와 연구 작곡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음악은 안 되면 다시 트라이하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그림은 물감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그 마르는 동안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그림은 철저히 혼자 하는 작업이라 적막뿐이에요. 작곡할 때보다 더 외롭고 고독하지만 그 시간을 견뎌야 작품이 나옵니다.”

예술의전당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비즈니스를 싫어해서”라고 답했다. “갤러리는 일단 비즈니스를 해야 하잖아요. 나는 좋아서 그린 그림인데 비즈니스에 얽히니까 복잡해지는 거예요. 잘 모르기도 하고 피곤하니까 그냥 미술관이 낫겠다 이렇게 된 거죠.”

 

비즈니스가 화제에 오르자 김수철은 옛날이야기를 들려줬다. “국악 음반 제작으로 오히려 억대의 빚을 떠안았어요. 레코드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내 빚이 1억 원에 육박한다고 하더군요. 대중가요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자꾸 빚만 지느냐고 하면서 가요 음반을 준비하라더니 전화를 끊었어요.” 그 위기를 벗어나게 해준 게 1989년 히트곡 ‘정신 차려’다. 김수철은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빌딩 사고 부를 축적하는 걸 좋아하면 그렇게 살았겠죠. 목적을 둔 물질의 축적은 즐거울 수가 없어요. 괴롭고 경쟁해야 하고 머리도 굴려야 하잖아요.”

가수 김수철 인터뷰 /2026.2.4 유희태 기자
가수 김수철 인터뷰 /2026.2.4 유희태 기자

이처럼 김수철의 창작에 대한 태도는 분명하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책임질 뿐 대가를 바라지 않아요. 만드는 때까지만 최선을 다하고 세상에 나가는 순간부터는 듣는 사람 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문화계 인사와 두루 친한데 최근 별세한 국민배우 안성기와 오랜 우정은 특히 각별했다. “국악 작업할 때 돈이 떨어지면 제작비로 큰돈을 두 번이나 빌려줬어요. ‘그거 왜 하냐’ 같은 말 없이 ‘알았어. 내일 보낼게’ 그게 끝이었죠.”

 

과장없이 담백하게 예술관과 삶을 보여준 김수철의 새 책에서 각별하게 읽히는 대목은 세상에 나온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 뒤늦게 빛을 본 자신의 노래 사연을 소개하며 쓴 문장이다. “역시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다. 열심히 하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다.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그건 그다음의 문제다.”

 

모처럼 쓴 책과 첫 전시회를 앞둔 그의 소감 역시 다르지 않다. “대가는 바라지 않아요. 만드는 데까지만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듣는 사람, 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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