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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서 밥 대신 라면”…빈곤에 갇힌 1인 가구, ‘조기 사망’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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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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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명 추적 결과…혼자 사는 한국인, 65세 이전 사망 위험 35% 높아
‘돈’이 수명 갈랐다…1인 가구 연소득 3423만원, 전체 가구 절반도 안돼
“운동하고 술 끊으면 산다”…생활습관 교정시 사망 위험 57%나 감소해

서울 관악구의 한 5평 남짓한 원룸에 거주하는 김모(54) 씨의 저녁 밥상은 단촐하다 못해 초라했습니다. 편의점 도시락 하나에 소주 한 병.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가는 그에게 몸의 통증은 참아내야 할 일상일 뿐, 병원 문턱은 높기만 합니다. 김 씨는 “혼자 산 지 7년이 넘어가니 말 한마디 섞을 사람이 없다”며 “가슴이 답답해도 꾹 참곤 하는데,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형편에 영양제 하나 챙겨 먹는 건 사치 아니겠느냐”고 씁쓸한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국립보건연구원 조사 결과, 1인 가구의 사망 위험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은 소득 수준(42.3%)으로 나타나 경제적 빈곤이 건강 불균형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클립아트코리아

김 씨의 사례는 단순히 개인의 불행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난이 수명을 갉아먹는다’는 잔인한 공식은 이미 데이터를 통해 서글픈 현실로 증명되었습니다. 가족 없이 홀로 삶을 지탱하는 1인 가구가 다인 가구보다 일찍 생을 마감할 위험이 확연히 높게 나타났으며, 그 기저에는 ‘경제적 빈곤’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놓여 있었습니다.

 

◆나 홀로 5년 넘으면 ‘죽음의 그림자’ 짙어진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1일, 한국인 244만명과 영국인 50만명 등 총 30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코호트(동일 집단)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결론은 충격적이다. 혼자 사는 삶이 자유가 아닌 ‘생존의 위기’로 직결되고 있었다.

 

연구팀이 2006년부터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추적 분석한 결과, 한국 1인 가구의 전체 사망 위험은 다인 가구보다 25% 높았다. 특히 65세 이전에 생을 마감하는 ‘조기 사망’ 위험은 35%나 치솟았다. 영국(43%)보다는 다소 낮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치다.

 

특히 ‘기간’이 문제였다. 어쩌다 잠시 혼자 사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1인 가구 생활이 5년을 넘어가면서부터 사망 확률은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성별로는 남성이, 연령대별로는 65세 미만의 중장년층이, 계층별로는 저소득층이 이 ‘죽음의 덫’에 더 쉽게 걸려들었다.

 

◆“돈이 뭐길래”…수명 갉아먹는 주범은 ‘소득 격차’

 

왜 혼자 살면 더 빨리 죽을까. 연구진은 그 원인의 42.3%가 ‘소득 수준’에 있다고 분석했다. 외로움이나 우울감 같은 심리적 요인(17.1%)이나 흡연·비만 같은 생활습관(12.1%)보다 ‘돈’ 문제가 생존에 훨씬 치명적이라는 얘기다.

 

실제 통계는 1인 가구의 처참한 경제 성적표를 보여준다.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1인 가구의 평균 연 소득은 3423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가구 평균 소득(7427만원)의 46.1% 수준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산 격차는 더 벌어져 있다. 1인 가구 평균 자산은 2억1217만원으로 전체 가구(5억4022만원대)의 39.3%에 그쳤다.

 

혼자 벌어 월세 내고 공과금 내고 나면, 건강을 챙길 여력 따위는 남지 않는 구조다. 경제적 빈곤은 곧장 영양 불균형과 병원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수명을 단축시키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고립된 섬, 대한민국…2050년엔 10명 중 4명이 혼자 산다

 

돈만 없는 게 아니다. 마음도 병들어 있다.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일상에서 느끼는 외로움 비중은 전체 가구 평균보다 11%p 이상 높았다.

 

아플 때 물 한 잔 떠다 줄 사람이 없다는 심리적 고립감은 신체적 질병만큼이나 이들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

 

독거 생활이 5년을 넘길 경우 다인 가구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최대 43%까지 높아져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고위험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는 현재 36.1%(804만 5000가구)인 국내 1인 가구 비중이 2050년에는 39.6%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머지않아 국민 10명 중 4명이 ‘조기 사망 위험군’에 속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도 살길은 있다…“습관만 바꿔도 수명 연장”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적인 데이터는 발견됐다. 연구팀은 1인 가구가 생활습관을 뜯어고치는 것만으로도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한 1인 가구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57%나 감소했다. 조기 사망 위험 역시 44% 줄었다. 이는 가족과 함께 사는 다인 가구가 생활습관을 바꿨을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생존 효과다.

 

남재환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번 연구는 독거로 인한 고립과 빈곤이 건강을 해치는 핵심 변수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혼자 살더라도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한다면 취약성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립된 1인 가구가 스스로 건강한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 확충과 경제적 지원 시스템 마련이 병행되어야만 ‘가난이 수명을 결정하는 비극’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메이요 클리닉 프로시딩스(Mayo Clinic Proceedings)’ 최신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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