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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버티다… 거리로 나선 쪽방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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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윤 기자 chasy9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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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택 재개발 5년째 표류

살인 폭염·한파에 153명 숨져
시민단체, 청와대로 ‘영정 행진’
“취약계층 주권보장” 한목소리
“이번 겨울에도 여섯 분 돌아가셨어요.”

 

올해도 동자동 쪽방촌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조인형(82)씨는 26일 “쪽방에서 버티는 동안 한파 때문에 너무 괴롭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선다던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를 기대했지만 ‘새집’ 소식은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홈리스행동 등 31개 시민단체가 26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발표 후 현재까지 사망한 주민 수가 확인된 것만 153명에 이른다”며 정체된 사업 진행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주민 차재설(67)씨는 “내 방은 난방이 들어오지만, 아닌 곳은 대신 가스레인지라도 켜놔야 한다. 집주인에게 개선을 부탁하면 나가라는 말만 듣는다”고 했다. 조씨는 “한 달에 네다섯 명씩 죽어 간다. 장례도 우리가 치르곤 하는데, 연고가 없으니 유골도 우리가 뿌리고 온다”고 힘없이 말했다.

 

정부가 약 5년 전 동자동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공공 재개발 추진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태 진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쪽방촌 주민들이 해마다 폭염·한파로 인한 생존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홈리스행동 등 31개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광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발표 후 현재까지 사망한 주민 수가 확인된 것만 153명에 이른다”며 정체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진행을 촉구했다.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명), 12월(3명), 이달(1명) 총 6명의 쪽방촌 주민이 사망했다. 올해 여름에도 7월(3명), 8월(4명)이 세상을 떠났다. 단체 조사 결과 전년도 겨울엔 12월부터 2월까지 7명이 사망했고, 앞서 11월 사망자 수도 8명으로 기록됐다.

 

이들은 “정부는 약자편을 들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나아지는 게 없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닌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방에서 추위에 떨며 외롭게 돌아가시는 분도 국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동자동 쪽방촌에서 지내다 사망한 이들의 나이와 사인이 적힌 영정 모양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 앞까지 1.8㎞가량 행진했다. 

 

동자동 쪽방촌 공공 재개발 추진 계획이 발표된 건 2021년 2월이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주민 재정착을 위해 2410호 공급 물량 중 1250호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계획했다. 그러나 사업은 첫 단계인 공공주택지구 지정조차 여태 밟지 못하고 있다. 소유주들이 ‘사유재산권 박탈’이라며 민간 재개발로 전환을 요구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사업이 지체하는 건 정부 책임도 있다고 지적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계획 발표는 문재인정부 말기였고, 윤석열정부는 공공보다 민간사업을 선호해 추진 의지가 강하지 않았다”고 했다. 임 교수는 “민간사업으로 전환해도 수익성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성은 보완하더라도 처음 계획대로 공공이 맡아서 하고, 주거 취약계층 문제도 해소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정부는 숙의 과정을 거친다고 했지만, 약자인 쪽방 주민과 소유주는 동등한 위치가 아니다”며 “정부는 그동안 소유주 요구사항을 반영했고, 이들이 한목소리로 사업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더 양보할 이유가 없다”고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업이 멈춰선 사이 올 겨울 동자동을 닥친 한파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27일 아침 최저기온은 -13∼0도, 수요일인 28일은 이보다 더 낮은 -17∼-3도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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