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부 언론 보도를 접하다 보면 탐사보도라기보다 정교하게 구성된 ‘소설’을 읽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18일 방영한 ‘통일교 게이트, 그 불순한 유착’은 제목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그 결론에 맞는 장면과 발언을 배열한 서사물에 가깝다. 문제는 이 서사가 ‘종교 해산’이라는 극단적 결론을 향해 치밀하게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스트레이트는 통일교를 정치권과의 밀착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 온 집단으로 규정한다. 특히 재단 산하 기관·기업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이들이 거대한 이윤 창출 구조의 축인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통일교 재단 산하 다수의 기관기업체는 ‘부를 축적하는 구조’가 아니라, 오히려 지속적인 재정 지원 없이는 정상적인 운영 자체가 어려운 구조에 가깝다. 이들 기관은 설립 목적부터가 수익 극대화에 있지 않다. 언론, 교육, 예술, 체육, 학술, 국제평화 활동 등 사회적·공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들이다. 실제 운영 현실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이들 기관이 시장 논리만으로는 존속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적자가 반복되면 재단이 이를 보전하고, 재단이 감당하지 못할 경우 축소나 폐쇄의 위기에 놓인다. ‘부의 축적’은커녕 ‘유지를 위한 지원’이 상시적으로 요구되는 구조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를 두고 통일교가 기관기업체를 통해 부를 쌓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 확인이라기보다 서사적 효과를 노린 소설적 설정에 가깝다.
헌금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통일교가 한국과 일본에서 많은 헌금을 거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헌금이 곧 착취이거나 범죄라는 등식은 어디에서도 입증되지 않았다. 헌금은 강권의 결과가 아니라 신앙적 사명감에 따른 자발적 선택이다. 그 재원은 한일 해저터널과 같은 평화 인프라 구상, 국제회의 개최와 세계적 지도자 초청, 글로벌 평화 네트워크 구축 등에 사용됐다. 이는 이윤을 남기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이상주의적 프로젝트였다. 한일 해저터널 보도는 이러한 왜곡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대목이다. 스트레이트는 이 사업을 ‘현실성 없는 숙원 사업’이자 ‘헌금을 끌어내기 위한 명분’으로 단정한다. 그러나 통일교 내부에서 한일 해저터널은 수익 사업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인류를 연결하겠다는 섭리적 비전이었다. 문선명 총재는 베링해협과 한일 해저터널을 통해 갈라진 세계를 잇는 평화 인프라를 구상해 왔다. 종교의 비전과 사명을 기업의 손익 기준으로만 재단하는 순간, 신앙의 동기는 설명되지 않고, 설명되지 않는 동기는 곧 ‘사기’라는 의심으로 전락한다. 실제로 한일 해저터널 프로젝트에는 이미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섭리적 사명감 없이는 지속되기 어려운 과제다.
정교 유착 프레임 역시 과도하다. 지도층 인사와의 접촉 자체를 범죄의 징후처럼 묘사하지만, 종교가 사회 변화를 꿈꾸며 지도층을 설득하려는 시도는 역사적으로 낯선 일이 아니다. 물론 통일교의 경우 일부 신진 지도자의 권세욕과 일탈이 오늘의 위기를 키운 측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개인의 일탈과 교단 전체의 본질을 구분하지 않은 채 ‘해산’이라는 단어로 몰아가는 것은 책임의 전가이자 집단 낙인에 다름 아니다. 스트레이트는 또 일본 사례를 끌어와 한국에서도 종교 해산이 가능하다는 공포를 조성한다. 그러나 법적·사회적 맥락이 전혀 다른 두 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한 접근이다. 더구나 역사적으로 종교 탄압의 전례가 적지 않은 일본을 기준 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국민 정서상으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분노를 자극하는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맥락을 구분해 독자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일부 언론에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통일교 사건과 관련한 불법 행위의 ‘몸통’을 총재나 교단 전체가 아닌 일탈한 고위급 지도자 개인으로 특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고 있다. 이는 교단과 개인의 범법 행위를 구분해야 한다는 법적 원칙을 분명히 확인한 중요한 진전이다. 범죄는 개인의 책임으로 엄정히 가려져야 하며, 동시에 종교 공동체 전체를 범죄 집단처럼 일반화해 해산까지 거론하는 접근은 지극히 위험한 비약이다. 이제 판단의 공은 재판부로 넘어갔다. 여론이 아니라 증거와 법리에 기초한 현명한 판단을 통해 책임질 자는 책임을 지고, 종교의 자유와 공동체의 존엄은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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