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권과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일대에서 고가 아파트 거래가 이어지자, 정부가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현금 거래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출 규제의 틈을 노린 편법 증여와 사적 채무 거래가 주요 타깃이다.
◆“자조서 한 장으로 끝? 천만의 말씀”…국세청, 전수조사 칼 빼들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 협의회. 회의의 핵심 키워드는 ‘현미경 검증’이었다.
국세청은 올해 1분기부터 시장 질서를 흐리는 부동산 탈세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초고가 주택 거래에 대해서는 일부만 골라보는 방식이 아니라, 거래 전반을 들여다보는 전수 검증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금조달계획서 한 장으로 끝내겠다는 거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은 비교적 분명하다. 소득에 비해 과도한 고가 주택을 매수한 30대 이하 연소자 거래, ‘똘똘한 한 채’를 염두에 둔 부모·자식 간 증여 사례, 지인 간 차용을 가장해 대출 규제를 피해 간 사적 채무 거래가 우선 점검 대상이다.
실제 강남권에서는 이미 긴장감이 감지된다. 지난해 말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전용 84㎡)는 30대 초반 직장인 명의로 28억원에 현금 매수됐다.
금융권 대출은 없었고, 자금조달계획서에는 ‘가족 차입’으로 기재됐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이 거래를 포함한 유사 사례 몇 건이 타깃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차용증’ 딱 걸린다…이자 내역·부모 자금원까지 ‘역추적’
한 세무사는 “차용증이 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며 “이자 지급 내역, 상환 기록, 부모의 자금 형성 과정까지 설명하지 못하면 증여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대응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세청 단독 조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경기 지역 아파트 거래 가운데 시세와 동떨어진 이상 거래를 중심으로 기획조사를 이어간다. 전세사기와 기획부동산 의심 사례도 별도 조사 대상에 올렸다.
경찰청 역시 오는 3월 중순까지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지속한다. 이미 전세사기 관련 사건으로 다수의 피의자를 송치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 우회 통로가 없는지 점검에 나선다.
◆“계약서보다 자조서가 무섭다”…마용성 복덕방은 지금 ‘비상’
현장 중개사들의 체감도 달라졌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은 계약 상담보다 자금조달계획서부터 다시 써달라는 요청이 더 많다”며 “부모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기보다는 처음부터 정리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용수 부동산감독추진단장은 회의에서 “청년과 서민의 삶을 위협하는 부동산 범죄에 대해선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단속의 목적이 세수 확대가 아니라, 편법을 통한 자산 격차 확대를 차단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둔 거래 심리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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