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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이 지켜야 할 원칙과 K뮤지컬 신작 ‘한복 입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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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13 15:21:27 수정 : 2026-01-13 15:21:26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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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미국 토니상 석권의 기염을 토해낸 한국 뮤지컬 계보에 또 한편이 추가됐다. ‘장영실, 다빈치를 만나다’란 도발적 구호를 내건 ‘한복 입은 남자’다.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 ‘웃는 남자’ 등 흥행작을 쏟아내며 K-뮤지컬 시장을 넓혀온 EMK뮤지컬컴퍼니 열 번째면서 한국을 무대로 한 첫 작품이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태어난 뮤지컬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조선 세종 시대 천민으로 태어났으나 비범한 재능으로 왕의 총애를 받았던 장영실과 현대 한국에서 그의 생애를 추적하는 다큐PD 진석이 주인공이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억압과 굴레에서 벗어나 하늘을 날고 중화(中華)의 질서에서 벗어난 역법(曆法)을 만들어내려 했던 장영실은 존재 자체가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불화였다. 역사의 빈 공간을 상상력으로 채우는 ‘팩션(팩트+픽션)’ 형식의 뮤지컬로서 ‘한복 입은 남자’는 역사에서 한 순간 사라진 장영실이 실상 ‘정화의 원정대’ 일원으로 중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갔다는 대담한 상상을 펼친다.

 

실제 노비 출신이지만 종3품 대호군까지 올랐던 장영실은 세종실록에 ‘임금 가마가 부서져 의금부에서 수사했다’(세종 24년 3월 16일), ‘의금부가 ‘곤장 100대형’으로 보고하자 세종이 80대로 감형했다’(세종 24년 4월 27일)고 적힌 후 어떠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한복 입은 남자’는 이탈리아에서 교황을 만나고 다시 피렌체로 가서 르네상스 시대의 총아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인연을 맺었다는 상상으로 만들어진 장영실 모험담과 이를 추적하는 다큐PD 이야기와 함께 병렬식으로 배치한다.

 

창작 뮤지컬로서 ‘한복 입은 남자’가 지닌 최고의 덕목은 음악이다. 뮤지컬 ‘벤허’ 등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뮤지컬 팬에게 선사했던 베테랑 작곡가 이성준이 작곡 및 음악감독을 맡아 또다시 실력을 발휘했다. 영실의 ‘그리웁다’, ‘떠나기 위해 존재하는’, ‘비차’, 세종의 ‘너만의 별에’ 등이 뮤지컬로서 ‘한복 입은 남자’가 지닌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31일 공연에선 세종과 PD로 1인 2역을 맡은 이규형이 탁월한 가창력으로 ‘너만의 별에’ 등을 부르며 갈채를 받았다.

‘한복 입은 남자’는 무대 또한 뮤지컬 대작에 걸맞은 위용을 자랑한다. 등장 배우들은 호젓한 산속 캠핑카부터 웅장한 경복궁 근정전과 바티칸 교황청까지 시대와 장소를 종횡무진한다. 수년전부터 여러 작품이 점진적으로 도입해 온 LED스크린 활용에 크게 의존하는 무대다. 때로는 무대 전체가 LED스크린으로 채워지면서 실사 영화 촬영 현장을 보는 느낌마저 드는데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다.

 

이처럼 ‘한복 입은 남자’는 대작 뮤지컬로서 외형을 갖췄지만 그 서사의 범위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동·서양 과학 교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신분 제약을 뛰어넘은 천재의 꿈을 그리기 위해서였다지만 여러 설정과 극적 장치가 창작과 역사의 경계선을 넘나든다. 1막에서 세종의 영애가 남장을 하고 장영실을 돕는다는 설정이 그러하다. 또 장영실과 레오나르도를 맺어주는 장치이자 극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으로 하늘을 나는 ‘비차’를 등장시키는데 실제 장영실 관련 기록에는 비행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역사에선 조선 실학자가 남긴 기록에 “임진왜란 때 정평구란 사람이 비거를 만들어서 진주성에 갇힌 사람들을 성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그 비거는 30리를 날았다”는 대목이 적혀있을 따름이다.

 

더 큰 쟁점은 루벤스(1577-1640)의 드로잉 제목이자 이 작품 제목인 ‘한복 입은 남자’를 둘러싼 서사다. 다빈치가 스승 장영실을 그리고 이를 루벤스가 옮겨 그렸다는 가정 위에 극적 결말을 쌓아 올린다. 그러나 2016년 네덜란드에서 현지 학자가 발표한 논문 ‘루벤스의 조선인 남성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 중국 상인 이퐁의 초상’은 관련 자료를 통해 인도네시아를 거쳐 네덜란드에 도착한 명나라 상인 이퐁을 이 그림의 모델로 지목했다. 원작소설 발간 당시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미국 토니상 석권의 기염을 토해낸 한국 뮤지컬 계보에 또 한편이 추가됐다. ‘장영실, 다빈치를 만나다’란 도발적 구호를 내건 ‘한복 입은 남자’다.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 ‘웃는 남자’ 등 흥행작을 쏟아내며 K-뮤지컬 시장을 넓혀온 EMK뮤지컬컴퍼니 열번째이면서 한국을 무대로 한 첫 작품이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태어난 뮤지컬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조선 세종 시대 천민으로 태어났으나 비범한 재능으로 왕의 총애를 받았던 장영실과 현대 한국에서 그의 생애를 추적하는 다큐PD 진석이 주인공이다.

 

억압과 굴레에서 벗어나 하늘을 날고 중화(中華)의 질서에서 벗어난 역법(曆法)을 만들어내려 했던 장영실은 존재 자체가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불화였다. 역사의 빈 공간을 상상력으로 채우는 ‘팩션(팩트+픽션)’ 형식의 뮤지컬로서 ‘한복 입은 남자’는 역사에서 한 순간 사라진 장영실이 실상 ‘정화의 원정대’ 일원으로 중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갔다는 대담한 상상을 펼친다.

 

실제 노비 출신이지만 종3품 대호군까지 올랐던 장영실은 세종실록에 ‘임금 가마가 부서져 의금부에서 수사했다’(세종 24년 3월 16일), ‘의금부가 ‘곤장 100대형’으로 보고하자 세종이 80대로 감형했다’(세종 24년 4월 27일)고 적힌 후 어떠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한복 입은 남자’는 이탈리아에서 교황을 만나고 다시 피렌체로 가서 르네상스 시대의 총아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인연을 맺었다는 상상으로 만들어진 장영실 모험담과 이를 추적하는 다큐PD 이야기와 함께 병렬식으로 배치한다.

창작 뮤지컬로서 ‘한복 입은 남자’가 지닌 최고의 덕목은 음악이다. 뮤지컬 ‘벤허’ 등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뮤지컬 팬에게 선사했던 베테랑 작곡가 이성준이 작곡 및 음악감독을 맡아 또다시 실력을 발휘했다. 영실의 ‘그리웁다’, ‘떠나기 위해 존재하는’, ‘비차’, 세종의 ‘너만의 별에’ 등이 뮤지컬로서 ‘한복 입은 남자’가 지닌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31일 공연에선 세종과 PD로 1인 2역을 맡은 이규형이 탁월한 가창력으로 ‘너만의 별에’ 등을 부르며 갈채를 받았다.

 

‘한복 입은 남자’는 무대 또한 뮤지컬 대작에 걸맞은 위용을 자랑한다. 등장 배우들은 호젓한 산속 캠핑카부터 웅장한 경복궁 근정전과 바티칸 교황청까지 시대와 장소를 종횡무진한다. 수년전부터 여러 작품이 점진적으로 도입해 온 LED스크린 활용에 크게 의존하는 무대다. 때로는 무대 전체가 LED스크린으로 채워지면서 실사 영화 촬영 현장을 보는 느낌마저 드는데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다.

 

이처럼 ‘한복 입은 남자’는 대작 뮤지컬로서 외형을 갖췄지만 그 서사의 범위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동·서양 과학 교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신분 제약을 뛰어넘은 천재의 꿈을 그리기 위해서였다지만 여러 설정과 극적 장치가 창작과 역사의 경계선을 넘나든다. 1막에서 세종의 영애가 남장을 하고 장영실을 돕는다는 설정이 그러하다. 또 장영실과 레오나르도를 맺어주는 장치이자 극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으로 하늘을 나는 ‘비차’를 등장시키는데 실제 장영실 관련 기록에는 비행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역사에선 조선 실학자가 남긴 기록에 “임진왜란 때 정평구란 사람이 비거를 만들어서 진주성에 갇힌 사람들을 성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그 비거는 30리를 날았다”는 대목이 적혀있을 따름이다.

더 큰 쟁점은 루벤스(1577-1640)의 드로잉 제목이자 이 작품 제목인 ‘한복 입은 남자’를 둘러싼 서사다. 다빈치가 스승 장영실을 그리고 이를 루벤스가 옮겨 그렸다는 가정 위에 극적 결말을 쌓아 올린다. 그러나 원작 소설 발간 2년 후인 2016년 네덜란드에서 현지 학자가 발표한 논문 ‘루벤스의 조선인 남성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 중국 상인 이퐁의 초상’은 인도네시아를 거쳐 네덜란드에 도착한 명나라 상인 이퐁을 이 그림의 모델로 지목하며 관련 자료까지 입증하고 있다.

 

팩션 장르는 역사의 빈 공간을 상상으로 채울 수 있으나 검증 가능한 역사적 사실과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또 그렇게 상상을 통해 제시하는 메시지가 당대에 유효한 가치여야 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가상의 ‘희극론’을 통해 독단주의를 경계하고 진리 해석의 다원성을 강조했다. 영화 ‘다빈치 코드’는 성스러움에 남성성만 부여해온 역사를 반성했다. 이처럼 팩션의 허구가 정당화되려면, 그것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질문이 명확해야 한다.

 

‘한복 입은 남자’는 “장영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과학 기술도 존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장영실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승’이라는 ‘숨겨진 진실’을 제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비 출신 천재가 신분 제약을 극복하고 동서양 과학 교류의 선구자가 되었다’는 메시지가 과연 큰 울림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3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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