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46) 씨는 최근 월급 통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깊어진다. 몇 년 전 내 집 마련을 위해 받은 주택담보대출과 생활비로 쓴 신용대출 이자가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물가는 오르는데 대출 원리금 부담까지 커지니 정작 우리 가족을 위해 쓸 돈이 없다"며 "동료들과 점심 한 끼 먹는 것도 망설여지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김 씨의 사례는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대출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짊어진 평균적인 ‘빚의 무게’가 사상 처음으로 1억 원 턱밑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1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을 보유한 차주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721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눈에 띄는 점은 대출 잔액의 ‘지속성’이다. 1인당 대출액은 2023년 2분기 이후 무려 9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년 전인 2024년 3분기(9505만원)와 비교해도 불과 1년 만에 200만원 넘게 빚이 늘어난 셈이다.
대한민국 전체 가계가 짊어진 빚의 총량도 위험 수위이다. 가계대출 전체 잔액은 지난해 2분기 사상 처음으로 1900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3분기 말에는 1913조 원까지 치솟았다. 6분기 연속 멈추지 않는 ‘우상향’ 곡선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우리 경제의 주축인 4050 세대의 부채 상황이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의 1인당 평균 은행 대출 잔액은 1억 1467만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50대 역시 9337만원으로 뒤를 이으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가 포진한 30대 이하(7698만원)도 빚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반면 60대 이상은 은행 대출이 소폭 감소(7675만원)했으나,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비은행권 대출 잔액은 5514만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아 ‘빚의 질’ 측면에서 위험 신호를 보냈다.
특이한 점은 대출을 받은 사람(차주 수)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차주 수는 1968만 명으로, 2020년 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즉, 빚을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이미 빚이 있는 사람들의 대출 규모는 더 커지는 '부채의 집중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성훈 의원은 “고환율 등으로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펴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계부채 부담이 체감 경기를 직접적으로 타격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대출 규제나 임시방편이 아니라, 금융 구조 자체를 개선하고 부채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국가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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