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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응급실 뺑뺑이 해결을 위한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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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07 23:04:29 수정 : 2026-01-07 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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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고 신속하면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주저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려는 것인가? 어감이 좋지 않고 불편한 속칭 ‘응급실 뺑뺑이’, 응급실 미수용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정책이 조금씩 답답해지려고 한다.

필자는 오늘도 응급 입원을 한 환자가 투약을 거부하고 식사를 거부한다고 해서, 면담을 하고 치료도 하기 위해 쉬는 날이지만 출근했다. 출근한 김에 국가 입·퇴원 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입원의 필요성과 자·타해의 위험성에 대해 입력했다. 가끔은 비자의 입원환자들이 불법 감금되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인권위원회에 제소하면 경우에 따라 조사도 받아야 한다. 중증 입원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도 버거운데 의사에게 법적, 행정적 의무까지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진형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마약으로 수감된 다수의 환자를 치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한 명뿐이라는 얘기가 오갔는데, 그분이 존경스럽다. 희생과 헌신은 좋은 덕목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개인의 인품과 희생에만 기대 필수 의료를 지탱할 수는 없다.

응급실 미수용과 배후 필수 진료과 기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강제력을 동원한 법안 개정은 오히려 의료진을 위축시켜 이솝우화의 ‘바람을 피하려는 나그네’만 양산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이고 신속하며 확실한 유인책이다.

일단 사법 리스크 해결에서 출발해야 한다. 민·형사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첫째, 민사적 책임은 ‘의무 보험’ 도입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운전을 원하는 사람이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은 모두 당연하게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의사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상식적인 안전장치다. 그동안 저부담, 저급여, 저수가를 바탕으로 시작된 건강보험과 과거 일정 기간은 의사들이 크게 불안을 느낄 만한 판결이 많지는 않았던 이유 등으로 의사들은 보험 가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필수과를 중심으로 과감한 수가 인상을 통해 의사들이 보험 가입을 주저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도 과감한 수가 인상을 요구하지 않았나.

둘째, 형사적 책임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면책해야 한다. 환자단체와 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공정성을 확보한다면 도덕적 해이와 무리한 시술이나 수술 등의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정책을 시행하기 이전이라도 정부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의사의 사법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표명해야 한다. 의료계 특혜라는 일부 여론도 있겠지만 머뭇거리는 동안에도 국민의 고통과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 응급실에서는 환자를 서로 보려고 경쟁하는 경우도 있었고, 신속하게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있으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야단맞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위험한 환자를 왜 받았느냐고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뭐 하니?’에서 ‘왜 하니?’로 바뀐 슬프고도 참담한 현실이다. 정부와 의료계와 신속하게 합의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국민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주진형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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