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클레어 키건, 허진 옮김, 다산책방, 1만8000원)=아일랜드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클레어 키건의 국내 번역작이다. 키건은 1999년 첫 소설집 ‘남극’으로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과 윌리엄 트레버상 등 4개 문학상을 휩쓸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소설집에는 15개 단편이 수록됐다. 주로 뿌연 안개에 잠긴 듯한 아일랜드 시골 지역과 미국 남부를 무대로 삼은 작품의 정조는 대체로 서늘하다. 이야기 속 여성들에게는 예외 없이 불행이 찾아온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하거나 미쳐버리고, 기이한 사고로 죽거나 음식을 얻기 위해 잠자리를 같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표제작인 ‘남극’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여성이 낯선 남자와의 짧은 외도를 위해 도시로 떠났다가 마주하게 된 끔찍한 상황을 담았다.
나의 일본미술 순례 2 + 이 한 장의 그림엽서(서경식, 최재혁 옮김, 연립서가, 2만3000원)=2023년 별세한 재일 조선인 작가이자 ‘디아스포라 지식인’으로 불린 서경식 도쿄경제대학 명예교수의 유고와 미공개 글을 묶은 책이다. 작가는 앞서 ‘나의 서양미술 순례’, ‘나의 조선미술 순례’, ‘나의 일본미술 순례’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전작에 담지 않았던 일본 작가 아오키 시게루와 기시다 류세이, 부부 작가 마루키 이리와 마루키 도시 등 근대 일본미술가의 삶을 따라가며 아름다움의 의미를 되묻는 여정이 담겼다. 2005년 10월 발표한 수필 ‘부서진 말’과 별세 이후 서재에서 발견된 ‘이 한 장의 그림엽서’라는 제목의 글모음 22편도 함께 실렸다.
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바바라 몰리나르, 백수린 옮김, 한겨레출판, 1만7500원)=바바라 몰리나르는 한국의 문학 팬들에겐 그리 알려진 이름이 아니다. 1921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몰리나르는 198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 한 권의 책만을 남겼다. 그는 평생 글을 썼지만 쓰는 족족 파기했고, 이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동시대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만날 때까지 계속됐다. 뒤라스는 그를 설득해 단편을 엮고 서문을 썼으며, 대담까지 기록해 1969년 책으로 펴냈다. 그의 책이 국내 번역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설집에는 강렬하면서도 불안한 초현실적 분위기의 단편소설 13편이 수록됐다.
로보 사피엔스 재패니쿠스(제니퍼 로버트슨, 이수영 옮김, 눌민, 3만2000원)=일본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개발과 연구, 사회적 관심 면에서 모두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국가다. 유년 시절 일본에서 체류한 뒤 인류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저자는 일본의 로봇공학이 결코 중립적인 기술이 아니라, 유용함과 편리함을 넘어선 가치 판단과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분야라고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2014년 1월 일본인공지능학회 정기간행물 표지에는 등에 전선이 연결된 빗자루를 든 로봇이 그려져 있다.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치마 드레스를 입은 이 로봇은 일본 만화에 등장할 법한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이다. 성이 없는 로봇에 굳이 젠더를 투여해 ‘하녀 로봇’을 만들어낸 셈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일본의 로봇공학과 그 속에 숨겨진 정치·사회·문화적 진실을 탐구한다.
댈러웨이 부인(버지니아 울프, 이미애, 민음사, 1만5000원)=20세기 영미문학사에서 제임스 조이스와 더불어 이른바 ‘의식의 흐름’ 기법의 대가로 불리는 작가의 대표작이다. 영국의 한 귀부인이 파티를 준비하던 중 우연히 첫사랑의 방문을 받고 수십 년 전 옛 시절을 회상한다는 내용으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5년이 지난 1924년 6월의 어느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룬다.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인공의 의식을 치밀하게 조명하며 삶의 의미에 여러 의문을 던진다.
가축들(김일석·남기창·이무하 등, 이케이북, 1만8500원)=전쟁, 무역 등을 위해 예로부터 떠돌아다녔던 호모 사피엔스에게 짐의 크기는 중요했다. 너무 많으면 이동하기 어려웠고, 적으면 멀리 갈 수 없었다.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언제부터인가 가축을 ‘짐꾼’으로 활용했다. 소와 낙타, 순록처럼 짐을 나른 가축들은 인간이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대신 짊어졌고, 그 덕택에 인간은 더 멀리 이동하고 교역과 문화를 넓혀갈 수 있었다. 동물과 축산업 연구자인 저자들이 ‘동물의 가축화’ 과정을 따라가며 인간과 동물이 함께 만든 역사를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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