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의 ‘수수 의혹’ 보고 뭉갠 정황
민주당 당내 윤리감찰단 조사 착수
강 의원·김경 시의원 대상… 金 제외
강·김 “공천 대가 금품 거래 없었다”
김 단수공천 뒤 당선 ‘특혜’ 모양새
야권 “의원직 즉각 사퇴해야” 비판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여러 의혹 속에 임기를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한 것은, 특검법안과 개혁입법으로 대야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하는 정국에서 자신의 존재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3년 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던 강선우 의원 측이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사실을 듣고도 이를 문제 삼지 않은 정황이 담긴 대화 녹음이 공개되면서, 김 전 원내대표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그때 김 전 원내대표는 서울시당 공천관리위 간사였다.
◆강선우·김경 윤리감찰, 김병기 제외
전날까지만 해도 김 전 원내대표의 사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당 내에서는 김 전 원내대표의 사퇴 가능성을 주목하는 분위기였으나 전날 저녁까지 김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시사하는 기류는 엿보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김 전 원내대표가 2022년 실시됐던 8회 지방선거 당시 강 의원 측의 금품 수수 사실을 강 의원으로부터 직접 보고받은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언론보도로 나오면서 분위기가 변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에 앞서 실무 직원들을 사무실에서 내보낸 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이상 기류가 형성되는 모습이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후 오전 9시 30분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사퇴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우선 금품 수수 의혹을 당내 윤리감찰단에 회부해 자체 조사하기로 했다. 강 의원과 김 시의원이 조사 대상이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긴급 최고위원회의 이후 취재진에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선 (정청래 대표가) 윤리감찰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얘기”라면서도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금품 수수 과정에 김 전 원내대표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김 전 원내대표가 현역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지도부 일원이었던 점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됐다. 김 전 원내대표도 강 의원에게 “1억, 이렇게 돈을 받은 걸 보좌관이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 아니냐”며 “우선 돈부터 돌려주고 시작하라”등 언급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김 전 원내대표가) 정치적으로 책임지고 사퇴했다. 당장 그런 결정을 하기엔 이르다고 (정 대표가)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강 의원과 김 시의원은 ‘공천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당시 김 시의원이 서울 강서구 제1선거구에 단수 공천을 받아 당선됨에 따라 특혜를 입은 듯한 모양새가 됐다.
당장 보수 야권이 공세의 빌미를 놓치지 않을 기세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김 전 원내대표를 겨눠 “의원직에서 즉각 사퇴하고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성실히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개혁신당 정이한 대변인도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고 자연인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출석해 ‘공천 장사’의 전모를 이실직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文 유임’에 도덕성 타격
민주당 의원들은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 수위가 날로 높아진 데 대해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우리가 선출한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가 부담된다”는 반응이었다. 이는 지난 2일 인사 청탁 논란을 빚은 문 원내수석을 대했던 당내 반응과는 차이가 있다. 비록 비공개였지만, 논란 직후 열린 의총에선 “문 원내수석이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현역 의원은 “문 원내수석이 자리에서 버티는 모습을 국민들이 보면 민주당이 ‘기득권 세력’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과 진정성 담긴 충언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 원내수석은 인사권자인 김 전 원내대표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했고, 김 전 원내대표는 그를 유임시켰다. 결과적으로 당내 비위 의혹 속에 물러난 김 전 원내대표의 직무를 인사 청탁 논란의 장본인인 문 원내수석이 대신 수행하는 모습이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문 원내수석은 “당헌·당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당헌은 원내대표가 공석이 될 경우 원내수석이 직무를 대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당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강 의원의 ‘갑질 의혹’과 겹쳐지는 모양새다. 강 의원은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첫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본인 의원실 직원들을 상대로 다양한 갑질을 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현역 의원이 국무위원 후보자 신분으로 낙마한 헌정사상 첫 사례였다. 그런데 김 전 원내대표 또한 옛 보좌진에 각종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국가정보원 직원인 아들 업무를 대리시켰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리더십은 물론 도덕성에도 적잖은 상처를 입게 됐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김 전 원내대표를 알고 지낸 지가 오래됐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간 생각해왔다”면서 “의원 신분으로 국회 안에서 바라보니 ‘내가 알던 그 사람하고 좀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일각에선 “이번에 제기된 의혹은 지방선거 관련이지만, 22대 총선 공천과 관련해서도 우리가 모르는 의혹이 또 있을까 봐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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