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예약 전쟁’이 벌어지던 일본 교토의 숙박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 여파로 주요 관광지의 호텔 요금이 불과 몇 달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구조적 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다.
22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토 시내 중심부 호텔의 1박 요금은 1만엔(약 9만5000원) 이하인 곳이 적지 않다.
일부 중소형 숙소의 경우 3000엔대(약 2만8000원)까지 가격을 낮춘 것으로 파악됐다.
◆비수기 아닌 ‘수요 구조’ 변화
성수기에도 2만엔을 훌쩍 넘던 객실이 급격히 할인되며 ‘가격 붕괴’에 가까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교토 호텔의 평균 객실 단가는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회복돼 지난해 평균 2만195엔(약 19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도 2만601엔(약 19만5000원) 수준을 유지했다.
불과 몇 달 사이 숙박료가 절반 이하로 내려앉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 하락을 단순한 계절적 조정으로 보지 않는다.
관광 전문가들은 “중국인 관광객이라는 핵심 수요층이 빠져나간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한다.
특히 교토는 단체 관광 비중이 높고, 고가 객실을 안정적으로 채워주던 중국 수요 의존도가 컸던 지역이다.
◆숙박업 넘어 지역경제 전반에 ‘충격’
항공편 축소 역시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는다.
중국 노선 감축이 장기화되면서 관광 회복의 속도 자체가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항공 접근성이 약화되면 개별 관광객 유입만으로는 단체 수요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파장은 숙박업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관광객 감소는 소매·외식·교통 등 지역 상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매력이 높은 중국 단체 관광객이 줄면서 하루 방문객 수 자체가 눈에 띄게 감소했고, 매출 규모도 함께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이번 현상을 공급 과잉이 아닌 ‘고가 수요층 이탈’로 해석한다.
객실 수가 늘어서 가격이 내려간 것이 아닌 프리미엄 객실을 채워주던 고객이 사라지면서 요금 인하 압박이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외교·정치 변수와 맞물린 ‘관광 침체’”
전문가들은 관광 위축을 외교적 긴장의 즉각적인 경제 신호로 본다.
관광은 정치·외교적 발언이나 관계 변화가 가장 빠르게 반영되는 분야 중 하나로, 이번 교토 사례 역시 그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일본 관광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특정 국가 수요에 대한 편중이 컸던 만큼, 동남아·유럽 등 대체 시장을 키우는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혼잡 완화’의 이면…브랜드 가치 시험대 올랐다
일각에서는 관광객 감소로 혼잡이 줄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여행 트렌드 전문가들은 “질적 개선이라기보다는 수요 공백의 결과”라고 선을 긋는다.
가격 경쟁이 장기화될 경우 지역 브랜드 가치 훼손이라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숙박료 하락이 관광지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단기적 가격 인하는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저가 이미지 고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만든 교토 숙박 시장의 급변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닌, 일본 관광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로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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