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에 “남북 적대 완화 역할을”
외교부 중심 정책 전환… 변화 예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주도 불구
외교부 대북사안 총괄 역할 중첩
미국측 호응 여부 등도 지켜봐야
내년부터 본격화할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통일부가 대북정책 주도권을 가지는 것에 힘을 실었다. 이명박정부 이후 외교부가 확보했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영향력이 통일부로 넘어가는 것이다. 정부 내 불협화음으로 지적된 ‘동맹파 대 자주파’의 갈등은 통일부와 외교부 간 차관급 정례 회의를 신설해 봉합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변화가 남북 교류 재개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되는 한편, 통일부가 제안한 한반도평화특사의 역할이나 미국의 반응 등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외교가에 따르면 앞으로 대북 관련 사안은 통일부를 중심으로 정책 구상과 실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외교부, 통일부의 2026년도 업무보고를 받고 “남북관계가 진짜 원수가 된 것 같다. 인내심을 갖고 선제적, 주도적으로 적대가 완화되고 신뢰가 싹트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통일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에 대해선 “경제 영토 확장”을 “가장 큰 역할”로 주문했다. 이는 그간 한·미 소통창구로서 한반도 정책을 이끌었던 외교부·국무부 구조에 변화를 예고한다.
통일부는 김영삼정부부터 노무현정부까지 ‘통일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이끌며 대북정책을 주도했다. 그러다 이명박정부 들어 NSC 주도권이 외교부로 넘어갔고, 남북관계가 활발했던 문재인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통령의 지지로 주도권을 갖게 된 통일부는 2026년을 “한반도 평화공존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업무계획을 밝혔다. 남북과 중국을 연결하는 철도 준비작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원산갈마지구 평화관광 등 교류 프로젝트와 한반도평화특사 신설 추진 등이 특히 주목된다. 지난 십수년 간 대북제재 체제가 공고화하고, 북한 관련 현안이 교류협력에서 북핵으로 이동한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야심 찬’ 포부다.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는 정부지만 남북 간 단절과 적대 해소가 우선이라는 절박함에 따라 마련한 구상으로 해석된다.
한반도평화특사의 경우엔 미국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있다. 통상 한·미 간 관련 소통을 장기간 긴밀하게 해 온 것은 국가안보실이나 외교부인 만큼 미 국무부가 통일부와 직접 소통하는 창구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업무보고를 통해 한반도평화특사가 북한에 파견하는 ‘대북특사’와 다르다고 강조하며 “북·미 간 정상회담 추동을 위해서도 고위급 대북 특별대표 지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하는 상황에서 주변국과 소통하기 위한 차원의 제도라는 설명이다. 대외 사안 전반을 다루는 국가안보실이나 NSC와 별도로 대북 사안만큼은 한반도평화특사가 총괄한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현재 외교부가 맡고 있는 북핵 수석대표(외교전략정보본부장)와 중첩되는 성격이 있어 내부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미국이 호응할지도 알 수 없다.
대북정책 주도권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던 통일부와 외교부는 일단 김남중 통일부 차관과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 간의 차관급 월례 협의를 통해 분위기 재정비에 나선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통일부가 제시한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새 정권 출범 후 6개월 정도는 다소 부딪힘이 있을 수 있지만 조직·인사 정책이 마무리된 후에는 ‘원 보이스’가 필요하다”며 “업무보고를 다 받았으니 이제 동맹파, 자주파 같은 논란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정책 추진 동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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